정유업계, "국제유가 상승 불길하다"…왜?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보다 구매비 증가 우려
하반기 실적 상승의 키워드는 정제마진·전방산업 회복
【서울=뉴시스】 울산광역시 남구 고사동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CLX) 전경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소식에 국내 정유업계에 또 다시 위기감이 돌고 있다.
중동 감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은 정유사들의 단기 재고평가이익은 물론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정유업계에는 유리한 호재였다. 하지만 정제마진 가격이 낮은 상황에서 원유 구입 비용이 늘어날 수 있어 정유업계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정유업계는 핵심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 가격이 낮은 수준을 보이는 만큼 올 상반기 실적 기대치를 대폭 낮춘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올 하반기 실적이 개선되려면 유가 안정과 전방산업 수요 회복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7월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71% (1.24달러) 감소한 71.2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영국 ICE 선물거래소에서 8월분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1.84% 내린 75.54 달러로 장을 마쳤다.
사우디가 내달부터 최소 한 달간 원유 생산량을 하루 100만 배럴 감산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국제유가는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의 핵 합의가 임박했다는 소식으로 정유가격은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내달 국제유가는 단기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 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내년까지 자발적인 원유 감산에 나서는데다 사우디가 추가 감산에 돌입하며 원유 생산량이 큰 폭 줄어들 수 있다.
당분간 국제유가는 70~80달러 박스권을 유지할 수 있지만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 등이 본격화하면 6월 이후 다시 상승세를 탈 조짐이다.
정유업계는 국제유가 상승이 본격화되면 단기적으로 재고평가이익이 늘어나고, 수출 단가를 높일 수 있어 실적개선에 긍정적인 상황을 맞는다. 통상 정유사들이 원유를 구입해 석유제품을 만드는데 한 달 이상 걸리는데 이 기간에 국제유가 오를 경우 정유사는 추가 이득을 얻게 된다. 이게 바로 재고평가이익이다.
코로나 종식이 가까워지며 오는 6월부터 9월까지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이 어느 해보다 활기를 띨 수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드라이빙 시즌은 미국 메모리얼 데이(매년 5월 마지막주 월요일)부터 9월 초 노동절(매년 9월 첫번째주 월요일) 연휴까지 미국 내 자동차 여행 수요가 정점에 달하는 시기를 뜻한다. 여기에 국제선 항공 여행객 증가에 따른 항공유 수요 증가도 정유업계 입장에서 호재다.
하지만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정유사들의 원유 구입 비용이 높아질 수 있고,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인 4달러 대에서 횡보하는 것은 '실적 악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전방 산업의 수요 부진이 지속될 수 있는 것도 악재다.
정유사들은 올 하반기 실적 개선을 위해 ▲정제마진 상승 ▲유가 안정 ▲전방 산업 수요 증가 등이 수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요소들이 갖춰지지 않을 경우 올 하반기 정유업계 전반은 또 다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는 원유 가격이 급등하며 정유사들이 비축해놓은 제품으로 높은 수익을 올렸는데 사우디 감산에으로 원유 가격이 다시 오르는 것은 정유업계 입장에선 반갑지만은 않다"며 "정제마진 상승세 및 수요 정상화가 여부가 올 하반기 정유업계 실적을 판가름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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