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인천서구청장배 골프대회, 왜 강원 평창군서 열렸을까

등록 2022.11.24 06: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지난 16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제7회 인천시 서구청장배 골프대회가 끝난 뒤 서구골프협회장 이·취임식이 열렸다. (사진=서구골프협회 SNS 캡처) 2022.11.24. ruby@newsis.com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지난 16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제7회 인천시 서구청장배 골프대회가 끝난 뒤 서구골프협회장 이·취임식이 열렸다. (사진=서구골프협회 SNS 캡처) 2022.11.24. [email protected]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인천 서구에 3개의 대중 골프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서구청장배 골프대회'가 타지역 골프장에서 열려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인천서구체육회, 인천서구골프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 내 골프장에서 '제7회 인천 서구청장배 골프대회'가 열렸다.

서구체육회와 서구골프협회는 연초부터 지역 내 골프장 관계자들과 대회 개최를 협의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대관이 불발돼 타 지역 구장에서 개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뉴시스 취재 결과, 서구지역 대중 골프장 3곳 모두 구청장배 골프대회 개최와 관련해 대관 신청은 물론 문의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샷건방식으로 골프장을 통째로 빌려 진행했다는 이번 대회에는 서구골프협회 임원, 회원 등 약 200명이 참가했다. 현 서구의원과 전 인천시의원 등도 참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작 예년 대회와 달리 강범석 서구청장과 최정규 부구청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특히 강 구청장은 타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라 참석이 어렵다며 축사영상을 촬영해 대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 혈세가 골프대회 보조금으로…"집행 내역 꼼꼼히 봐야"

서구청장배 골프대회는 서구체육회가 주최하고 서구골프협회가 주관한다. 무엇보다 서구청장배 대회인 만큼 서구가 '후원'한다.

특히 이번 대회는 참가자들이 20여만원의 개인 참가비용을 지불했더라도 일부는 보조금 명목으로 시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대회다.

2022년 서구 본예산안에는 '구청장기배 종목별 대회' 항목으로 1억4330만원이 편성됐다.

서구 관계자는 "구청장배로 열리는 종목별 대회 예산을 통합해 편성한다"면서 "이 예산을 서구체육회에서 종목별로 분담해 집행하고 있어 골프대회만의 예산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서구체육회 관계자는 "체육회에 정회원단체로 등록된 21개 협회에서 구청장배 대회를 개최한 뒤 지원금을 신청하는 방식"이라며 "아직 서구골프협회 측에서 골프대회 보조금을 신청하지 않아 집행 규모를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상 협회에서 구청장배 대회가 끝나면 한달 이내에 체육회에 보조금을 신청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서구골프협회에 보조금 신청 일정이나 금액에 대해 문의했으나 이날까지 답변받지 못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서구 주민의 혈세를 쓰는 사업인 만큼 예산 집행 내역을 받아서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선 1~6회 대회, 서구 내 드림파크CC 등에서 열려

지난 2014년 처음 열린 서구청장배 골프대회는 서구 원창동 인천그랜드컨트리클럽(인천그랜드CC)에서 개최됐다. 이어 2015년 2회 대회부터 2019년 6회 대회까지는 서구 오류동 수도권매립지 드림파크컨트리클럽(드림파크CC)에서 열렸다.

이후 코로나19로 대회가 열리지 않다가 3년만인 올해 서구지역 내 대중 골프장이 아닌 200㎞ 이상 거리의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700골프클럽(알펜시아700GC)에서 7회차 대회가 개최됐다.

이에 대해 서구체육회 관계자는 "서구골프협회에서 원래 서구 내 골프장을 섭외하려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예약이 다 찼거나 골프장 측에서 단체손님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 서구 내 골프장 대관이 불발됐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서구골프협회에서 자체 운영하는 SNS에도 "연초부터 끊임 없이 드림파크CC 관계자들과 대회 개최에 관한 협의를 했다"면서 "여러 사정으로 힘들게 돼 타 구장 대관을 물색하던 중 평창 알펜시아700GC로부터 단독 일정으로 구장 운영 가능하다는 제안을 받게 돼 대회 개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드림파크CC를 운영하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측은 서구청·서구체육회·서구골프협회 등으로부터 '서구청장배 골프대회'와 관련해 대관 요청은 커녕 문의조차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매립지공사 관계자는 "구청장배 골프대회 개최를 위한 대관 사용 요청 공문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전화로 문의했더라도 누구와 통화했는지, 대략적인 일정 등이 기록으로 남았을 텐데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서구 내 다른 대중 골프장인 인천그랜드CC와 베어즈베스트청라골프클럽 측 모두 구청장배 골프대회와 관련한 대관 신청 및 예약 문의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골프장 한 관계자는 "서구청장배 행사가 열리면 연초에 미리 협조 공문을 주고받는다"면서 "서구청장배 골프대회가 개최되는지조차도 모르고 있었다"고 황당해했다.

현재 서구골프협회 측은 드림파크CC에 대관 요청한 사실 또는 당시 서구지역 내 골프장 대관이 불가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기록의 존재 여부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지역 내 골프장에서 충분히 개최할 수 있는 행사인데도 불구하고 서구의 혈세를 다른 지역에 퍼주기한 것"이라며 "보조금을 받는 행사인 만큼 서구지역의 경제활성화에 도움 되는 행사가 돼야 한다"고 비난했다.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지난 16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제7회 인천시 서구청장배 골프대회가 끝난 뒤 서구골프협회장 이·취임식이 열렸다. (사진=서구골프협회 SNS 캡처) 2022.11.24. ruby@newsis.com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지난 16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제7회 인천시 서구청장배 골프대회가 끝난 뒤 서구골프협회장 이·취임식이 열렸다. (사진=서구골프협회 SNS 캡처) 2022.11.24. [email protected]



예년 대회와 다른 점? '서구골프협회장 이·취임식' 함께 열려

예년 대회와 달리 이번 대회는 이례적으로 골프협회장의 이·취임식이 함께 열렸다. 서구체육회가 지역 내 골프장에 대관 요청 시도조차 없이 강원 평창군 리조트 내 골프장을 선택한 이유도 이·취임식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뉴시스가 입수한 골프대회 당일 일정표를 보면 참가자들은 대회 당일 오후 3시30분 골프 경기를 마치고 오후 4시50분에 같은 알펜시아리조트 내 컨벤션센터로 가서 오후 7시50분까지 식사와 골프협회장 이·취임식, 시상식 등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 서구골프협회장 A씨는 앞서 언급한 협회 자체 SNS에 "코로나19로 인해 오랜 기간 협회 주관 대회와 '협회장 이·취임식'을 갖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다"면서 "올해는 꼭 회원들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대회와 '이·취임식'을 갖겠다"고 적기도 했다.

서구골프협회 사무국장 B씨도 "3년 만에 갖는 대회를 원거리 구장에서 치르게 돼 안타까움과 함께 송구한 마음"이라면서도 "대회 장소가 다소 멀긴 하지만 편안히 다녀올 수 있도록 리무진 차량을 준비해 뒀고 만찬을 호텔식 뷔페로 모시려 한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약 200명의 대회 참가자들을 서구 내 대중 골프장 연회장에선 '한 공간'에서 수용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지난 대회를 5회 연속 개최했던 드림파크CC는 클럽하우스 내 연회실 수용 인원이 100여명에 불과했다.

결국 협회장의 이·취임식 및 만찬을 대회와 함께 진행하기 위해 처음부터 타지역을 염두에 두고, 외유성(外遊性) 같은 내유성(內遊性) 골프대회를 개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타지역 개최로 인해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회 참가자들은 당일 오전 5시10분까지 아시아드주경기장 주차장에 집합해 리무진 관광버스 6대를 28명씩 나눠타고 평창으로 이동했다.

이에 대해 인천평화복지연대 측은 "결국 혈세로 서구골프협회장의 이·취임식까지 해준 셈"이라면서 "대회를 서구 내 골프장에서 개최하지 않음으로써 추가로 발생한 관광버스 대절비 등의 경비도 막대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힐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