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규제에도…9월 가계대출 6조5000억↑(종합)
9월 가계대출 잔액 1052조7000억원
가계대출 6조5000억 늘어…역대 2위
주택 매매·전세 자금 수요 이어져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이 5%에 근접하면서 대출 절벽 우려가 커지고 있는 24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에서 한 고객이 직원으로부터 안내를 받고 있다. 2021.09.24. [email protected]
13일 한국은행의 '2021년 9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52조7000억원으로 한 달 전 보다 6조5000억원 늘어났다. 9월 증가폭으로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4년 이후 두 번째로 컸다. 전월(6조1000억원) 보다 증가 규모도 소폭 확대됐다.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매매와 전세 관련 자금 수요가 이어지면서 전월과 비슷한 규모로 증가했다"며 "기타대출의 경우 8월에 전달 시행됐던 공모주 청약 자금 상환으로 인해 낮게 나타났던 기저효과로 9월에는 소폭 늘었다"고 말했다.
9월 늘어난 가계대출 중 전세대출 등 주택담보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세자금대출이 2조5000억원 증가하면서 전체 주택담보대출은 5조7000억원 늘었다. 9월 증가폭으로는 통계 작성 이후 세 번째로 큰 폭 늘었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은 8000억원 느는데 그쳤다. HK이노엔 공모 청약 증거금 반환으로 일시적으로 줄었던 8월에 비해서는 증가폭이 확대됐다.
박 차장은 "7월 말 공모주 청약이 있었고 HK이노엔의 청약증거금 중 1조5000억원이 지난달 3일 반환 되면서 8월 기타대출이 일시적으로 줄었었지만 9월 다시 늘어났다"며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의 영향으로 덜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과 정부의 잇따른 '집값 고점' 경고, 고강도 대출규제 등에도 부동산 매수심리가 이어지면서 가계 대출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한은은 7월부터 시행된 차주별 DSR 규제 등 정부 정책 효과 농협은행 등 일부 은행의 가계대출 중단, 일부 은행의 전세대출 취급 중단 등이 이번 달 가계대출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차장은 "차주별 DSR이 7월 이후 본격 시행됐는데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며 "일부 은행의 대출 상품 취급 중단이나 신용 한도 축소가 있었는데 어느 정도 규모인지는 측정하기 어렵지만 모니터링 해 본 결과 기타 대출을 중심으로 일부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에도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6조5000억원 늘면서 9월 증가액 기준 속보 작성 이후 두 번째로 큰 폭 증가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박 차장은 "8월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 대출금리가 상당 폭 상승했는데 9월 초 부터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인상했다고 보면 아직 까지는 기준금리 인상 영향을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수요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고 점진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9월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8조 가까이 늘었다. 금융위원회의 '2021년 9월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7조8000억원 늘었다. 전월(8조6000억원) 대비 증가폭은 다소 줄었지만 대출 규제에도 대출 수요가 줄지 않으면서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주담대는 6조7000억원 증가해 전월(7조1000억원) 보다 4000억원 줄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추석상여금 유입으로 인한 신용대출 축소 및 여전사 카드대출 감소 등으로 지난달 1조1000억원 늘어 전월(1조5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축소됐다.
가계대출 가운데 제2금융권 대출도 다소 꺾이긴 했으나 증가세는 지속했다. 9월 제2금융권 대출은 전월(2조4000억원)에 비해 1조원 줄어든 1조4000억원 증가했다.
9월 은행의 기업대출은 전월 말 대비 7조원7000억원 증가한 1049원으로 집계됐다. 9월 증가액 기준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4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체 기업대출을 견인한 건 코로나19의 타격을 크게 받은 중소기업이었다. 중소기업대출은 7조4000억원 늘어난 873조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자금수요와 은행·정책금융기관의 금융지원, 시설자금 수요 등의 영향이다. 자영업자가 주로 빌리는 개인사업자대출도 3조5000억원 늘어났다. 중소기업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 모두 9월 기준으로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박 차장은 "분기말 일시상환에도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중소법인과 개인 사업자의 사업자금 대출 수요가 지속되고 은행·정책금융기관의 금융지원이 지속된 영향이 있었다"며 "일부 업황이 좋아지고 있는 업종 중심으로 시설자금 수요가 확대되면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대출은 3000억원 늘어난 176조원으로 집계됐다. 분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상환에도 운전자금 수요 확대 등으로 전월에 이어 소폭 늘었다. 회사채 발행은금리 상승 전망에 따른 선발행 수요 등으로 2조원 순발행 전환됐고, 주식발행은 지난달 크게 늘었던 기업공개가 감소하면서 전월보다 상당폭 축소됐다.
한편 한은은 주택매매 등에 따른 대출 수요가 줄지 않고 있어 앞으로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차장은 "가계대출이 올해 1~7월이나 지난해 하반기에 증가했던 수치와 비교해 보면 다소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코로나19 이전 상황과 비교해 보면 증가 규모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번달 가계부채 보완 대책이 발표될 예정으로 정부와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조치의 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대출 규제가 약한 부분에서 대출이 꾸준히 늘고 있고, 가계 대출 수요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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