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므누신 “强달러가 중요” VS 트럼프 "강달러가 우리를 죽여"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초대 재무장관으로 내정한 스티브 므누신이 19일(현지시간) 상원 재정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2017.1.20.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내정자는 이날 상원 재정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달러가) 장기적으로 강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강달러 지지 발언을 했다. 그는 “그것(강달러)은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 환경을 보유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므누신 내정자는 “우리는 미국 기업들이 해외로 밀려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며 강달러의 의의를 거듭 강조했다. 달러화 강세는 해외 투자자들을 주식·채권 등 미국 자본시장으로 이끌어 기업들의 직간접적인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고 투자도 활성화하는 '번영의 기반'이라는 월가 출신 특유의 사고를 가늠할 수 있는 발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지난 13일 WSJ과 인터뷰에서 달러화 가치가 너무 높아 미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그는 “그것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It's killing us)”며 달러화 강세에 강한 우려를 피력했다. 당선인의 이러한 구두개입 직후 달러는 주요 통화대비 하락했다.
므누신 내정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이러한 '강달러 경계론'에 대해서는 '과잉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달러 강세가 대외 교역 등에 단기적으로 몰고 올 잠재적 위협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했다. 강달러가 중국·일본·한국 기업 등과 대결하는 미국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허물고, '무역 수지' 또한 악화시킬 것이라는 원론적 발언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러한 소신 발언의 이면에는 므누신 내정자의 DNA에 새겨진 금융우위 사고도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역대 내각의 월가 출신 각료들은 재임 중 강달러 정책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했다. 지난 1990년대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며 금융세계화의 고속도로를 깐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이 대표적이다.
루빈을 비롯한 월가 출신 금융전문가들은 미국 금융산업 전성시대를 연 주역들이다. 이들은 재임 중 멕시코 외환위기, 아시아 외환위기의 불길이 다른 국가로 옮겨 붙는 것을 막는 소방수 역할을 하는 등 환율 안정의 중요성을 현장에서 목도했다. 또 철강, 자동차 등 쇠퇴하는 제조업을 제치고 금융을 미국 산업의 전면으로 이끄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들은 또 미국이 기축통화국으로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달러화 가치가 강해야 한다는 소신도 지니고 있다. 중국이 각국과 통화 스왑을 체결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설립 등 위안화 국제화를 주도면밀하게 추진하는 등 달러 패권에 도전장을 낸 상황에서 달러 약세는 중국의 추격을 허용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므누신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파트너를 지낸 월가의 금융전문가 출신이다 그의 아버지가 골드만삭스에서 파트너로 일하다 퇴사한 '부자 투자은행가'이다. 므누신은 이 투자 은행에서 지난 2002년까지 17년간 일했으며, 당시 월스트리트에서 떠오르던 국채와 주택담보대출 채권 거래를 주로 담당한 채권 전문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 캠프에는 제조업 지상론자들도 적지 않다. 철강회사인 누코의 댄 디미코 전 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금융업 우선 정책을 역대 정부의 정책 실기로 꼽는다. 디미코는 "제조업이 쪼그라들어서는(minimized) 안되며, 제조업이 팽창해야 한다(mazimized)"는 지론을 펼쳐왔다. 트럼프 당선인도 쇠퇴하는 미국 ‘제조업 부활’의 기치를 높이 들고 해외로 나간 자국기업들 불러들이는 ‘온쇼어링’ 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강달러 경계 발언은, 므누신 등 월가 출신의 경제 참모들과, 디미코 등 제조업을 대표하는 참모간 견해차가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월가 출신’과 ‘제조업 중시론자’간의 발상의 차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양측의 충돌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후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FT는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강달러 우려)은 차기 행정부가 추진할 경제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시장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므누신 재무장관 내정자는 이날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조세 회피처 이용, 무차별 주택 압류 등을 둘러싼 논란을 해명했다.
블룸버그통신, 워싱턴포스트(WP), 더 힐 등에 따르면 므누신 내정자는 이날 상원 재정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출석했다가 그의 인준을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해당 논란들에 관해 집중 추궁을 받았다.
그는 조세 피난처로 유명한 케이먼 제도, 영국령 앵귈라 등에 사업체를 설립해 세금을 회피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도 이들 업체를 미국 세금을 피하는 데 활용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가 운영한 금융업체 원웨스트의 공격적 주택 담보권 행사 논란에 대해선 "실수가 있던 것을 후회한다"면서도 은행은 경제난에 빠진 주택보유자들의 대출 조정을 돕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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