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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강매 막겠다더니…국토부 '자서 분양 대책' 보완 시급

등록 2017.01.03 06:35:48수정 2017.01.03 06: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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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지난 2013년11월 국토교통부는 '자서분양 피해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안'을 통해 자서분양 시 건설기업노조에 위험성에 대한 고지를 받고 '자서분양에 대한 자의여부 확인서'에 숙지 여부를 서명하도록 의무화했다. 본인이 직접 건설기업노조 사무실에 방문해 분양이 자의에 의한 것임을 직접 확인한 뒤 이 확인서를 들고 은행에 방문해야 대출이 가능하다. 2016.04.11. joo47@newsis.com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지난 2013년11월 국토교통부는 '자서분양 피해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안'을 통해 자서분양 시 건설기업노조에 위험성에 대한 고지를 받고 '자서분양에 대한 자의여부 확인서'에 숙지 여부를 서명하도록 의무화했다. 본인이 직접 건설기업노조 사무실에 방문해 분양이 자의에 의한 것임을 직접 확인한 뒤 이 확인서를 들고 은행에 방문해야 대출이 가능하다. 2016.04.11. joo47@newsis.com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건설사가 자사 직원에게 아파트 강매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국토교통부의 '자서(自署) 분양 대책'에 허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을' 처지인 협력업체는 보호받지 못 하는 한계도 지적됐다.

 2일 건설·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국토교통부가 '자서 분양 피해 방지 종합 대책'을 도입했으나 건설사 임직원이 부인이나 자녀 등 가족 명의로 자사 아파트를 분양받는 경우는 확인할 길이 없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자서 분양이란 분양 경기가 나쁠 때 건설사가 자사 임직원에게 주택을 매입하도록 강요하던 오랜 관행이다.

 이에 따르지 않는 임직원에게는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등 알게 모르게 압박이 가해져 많은 건설사 임직원이 울며 겨자 먹기로 분양을 받는 등 오랫동안 고충이 이어졌다.

 이처럼 사 측 압박에 못 이겨 주택을 매입했다 시장이 침체하거나 회사가 부도나면 해당 임직원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될 수 있다. 강매로 조작된 청약 경쟁률이 청약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자서 분양 피해 방지 종합 대책은 건설사나 시행사 임직원이 자사 주택을 분양받기 위해서는 회사 강요가 아니라 자의라는 점을 반드시 입증하도록 규정한다. 입증을 위해 해당 임직원은 건설기업노조를 방문해 자서 분양 위험성을 고지받은 뒤 자의임을 서명하면 된다.

 은행은 건설사나 시행사 임직원이 자의 여부 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중도금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이에 국토부는 이 제도가 강매로 인한 피해를 예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만약 본인 명의가 아닌 가족 명의로 분양을 받는 경우 이를 걸러낼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은행이 대출에 앞서 대출 신청자가 건설사 임직원인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4대 보험과 건강보험 가입 증명서를 통해서다.

 하지만 만약 본인 대신 부인이나 자녀 명의로 분양을 받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증명서를 제출하더라도 은행이나 노조는 건설사 관련 사실을 파악할 수 없다. 가족 직장명까지는 나오지 않는 탓이다.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자사 주택을 분양받을 때 반드시 건설기업노조 사무실에 방문해 이 자의여부 확인서에 서명해야 한다. 건설사 강매가 아닌 자의에 의한 것임을 확인받아야 은행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2016.04.17. joo47@newsis.com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자사 주택을 분양받을 때 반드시 건설기업노조 사무실에 방문해 이 자의여부 확인서에 서명해야 한다. 건설사 강매가 아닌 자의에 의한 것임을 확인받아야 은행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2016.04.17. joo47@newsis.com

 은행이 이들에게는 자의 여부 확인서 자체를 아예 요구하지 않아 강매로 분양을 받더라도 대출이 진행될 가능성이 생긴다.

 건설기업노조 관계자는 "실제로 본인 명의가 아닌 부인이나 자녀 명의로 분양받는 경우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경우 본인이 먼저 말하지 않는 한 노조나 은행에서 이들이 건설사 직원 가족인지 아닌지를 알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동탄신도시에서 분양한 한 단지에서 건설사 직원임에도 자의 여부 확인서 없이 대출이 발생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이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해당 은행은 관련 서류를 검토했지만 그런 사례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노조는 건설사 임직원 가족이어서 걸러지지 못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자의 여부 확인 대상자이지만 이런 이유로 제도망을 빠져나가 대출을 받은 사례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매년 전국에서 분양하는 총 물량 대비 접수하는 자서 분양 확인서가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전국 모든 분양단지에서 접수한 자의 여부 확인서는 총 1152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790건에 그쳤다.

 자서 분양 대상자임에도 이처럼 확인서 없이 대출이 발생하는 경우 사후 대책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HUG 관계자는 "만일 실수로 대출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되돌리거나 대처할 방법은 전혀 없는 상태"라며 "현재 이에 대비해 관련한 대책 마련을 위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갑을 관계에 있어 강매 압박이 클 것으로 우려되는 협력업체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아쉬움도 제기됐다. 자서 분양 피해방지 대책이 시행사와 건설사로만 한정돼서다. 보호망을 협력업체까지 넓히자는 목소리도 크다.

 건설기업 노조 관계자는 "올해는 이전보다 주택시장이 침체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사 측의 강매 압박이 이전보다 더 커질 수 있다"며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허점을 보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joo4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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