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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철거 공사 신고→허가" vs 국토부 “실효성 따져야”

등록 2017.01.11 05:57:24수정 2017.01.11 05:5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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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낙원동 호텔 철거 현장에서 붕괴사고로 인부 2명이 매몰됐던 가운데 8일 오전 현장에서 소방 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7.01.08.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최근 발생한 서울 종로구 낙원동 호텔 건물 철거 공사 붕괴사고를 계기로 민간 건축물 철거 절차를 현행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8일 오후 사고 현장을 찾아 일정 규모 이상 민간 건축물 철거를 현행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민간 건축물 철거를 현행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강화하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2012년 허가제를 건의할 당시 처벌 조항을 강화하고, 철거 공사에도 제3자가 공사 전반을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감리 제도를 도입하자고 했다"며 "허가제는 당시 정부 기조와 달리 규제 강화 측면으로 비쳐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현행 건축법 제36조 1항을 보면 건축물 소유자나 관리자는 건축물을 철거하려면 그 전에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동법 시행규칙 제24조를 보면 건축물 철거·멸실 신고서에는 층별·위치별 해체 작업의 방법과 순서, 건설 폐기물 적치 및 반출 계획, 공사 현장 안전조치 계획 등이 담긴 해체 공사 계획서를 첨부해야 한다.

 문제는 철거업체가 무단으로 공사하더라도 과태료가 30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안전조치를 위반할 경우 5~7년 징역, 5000만원~1억원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과 비교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또한 현행 건축법상 해당 구청은 업체로부터 제출받은 해체 공사 계획서가 적정한지를 검토해 보완 내지 반려할 과정을 거칠 수 없다. 업체가 신청서만 제출하면 모든 절차는 보통 하루에 마무리한다.

 시 관계자는 "허가제로 바뀌면 업체가 제출한 계획서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 처리 기간이 일주일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업체 입장에선 답답할 수도 있다"며 "업체가 계획서대로 작업을 진행하는지 해당 구청이 현장 조사하는 방안 등을 추후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철거 공사는 안전을 위해 철저히 진행해야 하는데 절차가 부실하다 보니 사고 개연성이 상존한다"며 "허가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국토부와 다시 협의해 건축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과학수사대 및 경찰들이 9일 오전 서올 종로구 낙원동의 한 숙박업소 철거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건물 1층에서 작업중이던 포크레인이 바닥 붕괴로 지하 2층으로 추락하며 인근에서 작업하던 인부들도 함께 추락해 발생했다. 2017.01.09.  photothink@newsis.com

 이에 대해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과거 국토부가 허가제를 반려했던 이유는 철거 공사 시 별도의 심사와 허가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등의 제반 제도나 규제가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며 "허가 조건만 더 까다롭게 하는 것보다 철거하는 과정이 안전한지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허가제 도입은 서울시와 협의해서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시군구는 인력, 체계, 예산도 없는데 허가제로 바꾼다고 해서 제대로 이행될지 의문"이라며 "10층 이상 건물 해체 공사 시 안전 관리 계획을 수립하도록 2012년 건설기술진흥법을 강화했다. 행정상 절차가 아니라 실질적인 절차를 마련해놓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국토부 입장은 책임 전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건설기술진흥법을 강화했다면 현장에서 적용돼야 했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철거 현장에 업체 관리자를 두고 안전관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상당한 과태료나 벌점을 부과하는 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동훈 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검증된 철거업체를 통해 공사를 진행한다는 의미에서 보면 허가제가 이상적"이라며 "철거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할 정도의 업체라면 작업을 못 하도록 해야 한다. 고층 등 대규모 철거 공사는 시행하는 업체의 기술력을 검증할 심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해체공사계획서를 지나치게 요구하면 그 과정에 많은 시간이나 인력이 소요될 수 있으니 적정한 수준에서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7일 오전 11시30분께 서울 종로구 낙원동 호텔 건물 철거 공사 중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건물 1층 벽체를 철거하던 굴착기가 바닥이 붕괴하며 지하로 추락하는 과정에서 작업자 2명이 매몰돼 숨졌다.

 1984년 건축된 이 건물은 지난해 10월 철거에 착수해 오는 2월 완료 예정이었다. 사고 직전 지상 1층과 지하 3층 철거만 남겨둔 상태였다.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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