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사이언스]나이지리아 '항아리냉장고' 아시나요
【서울=뉴시스】요즘은 아침, 저녁으로 제법 가을 기운이 느껴진다. 그러나 지난 여름은 장마도 길었고 기온 또한 예년보다 고온을 나타내 연일 불볕더위가 지속됐다. 그러다 보니 모든 건물과 가정 등에서 냉방기를 가동하고 전기에너지를 과다 사용하게 되면서 전기기기의 사용, 특히 에어컨 사용에 대한 절전 노력이 절실했다. 이처럼 발전량이 사용량에 비하여 넉넉하지 못하게 되면 전기에너지 절감대책이 필요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에너지 절감 노력을 할 수밖에 없으므로 생활의 불편함이 나타나게 된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사정이 좋지 못한 나라들에 비해 과학 발전의 혜택을 누리면서 사는 것이 오히려 행복하다고 하겠다.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편리하고 풍요로운 생활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이 지구에서 아주적은 비율에 해당한다고 한다. 실제로 지구 전체 인구의 2/3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하루에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으니 그 사람들에게는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전기에너지 절약 자체가 사치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과학적이면서도 그 지역에 알맞은 기술을 찾아내 혜택을 줄 방법이 있다. 이러한 기술을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 AT)이라고 한다. 적정기술이란 시대와 공간적으로 가장 적합하고 현지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와 작은 규모의 인원으로 생산 가능한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적정기술의 예로는 나이지리아 교사인 모하메드 바 압바의 ‘항아리 냉장고(Pot-in-Pot)’가 유명하다. 아프리카의 가난한 지역에서는 냉장고가 없으며 있다 하더라도 전기에너지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므로 음식물 보관에 문제가 있었다. 과일이나 채소를 내다 팔아서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가난한 나이지리아 북부 시골 사람들에게는 압바의 ‘항아리 냉장고’는 엄청난 발명품이었다. 토마토나 후추의 경우 3일 정도 항아리에 담아두면 상해서 상품가치가 떨어지는데 이 항아리 냉장고를 활용하면 신선도가 21일까지 지속했다.
이 ‘항아리 냉장고’의 원리는 간단하다. 큰 항아리 속에 작은 항아리를 집어넣고 그 사이에 젖은 모래를 채운 다음 젖은 헝겊을 뚜껑 삼아 작은 항아리를 덮어놓으면 진흙으로 빚은 항아리의 단열작용과 모래 속의 물이 증발하면서 열을 흡수하므로 안쪽 작은 항아리 안의 온도는 낮아지고 채소나 과일은 신선도를 오랫동안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아프리카에서 적용되는 적정기술의 예는 오염된 물로 인하여 한 해 사망자 수가 5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위해 발명한 휴대용 물 정화장치인 ‘라이프 스트로우’, 멀리까지 가서 식수를 길어 와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운반이 편리한 ‘Q 드럼’이라고 부르는 도넛 모양의 이동이 편리한 물통,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태양광에너지를 활용한 휴대용 발전기 등등 다양한 과학 기술이 적용된 적정기술 제품들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이러한 적정기술은 인간의 끊임없는 과학적인 사고와 탐구로 이미 오래전 과거에도 지구 곳곳에서 이용되어온 기술들이다.
예를 들면 덥고 건조한 서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주변의 흙을 이용하여 만든 흙벽돌로 집을 짓는 과정에서 벽을 두껍게 하고 천정을 높이며 창문은 꼭대기에 설치하고 집안의 벽에는 적당한 높이에 호리병 모양의 물병을 걸어두었다. 바깥 기온은 섭씨 40℃를 넘는데 집안 기온은 섭씨 25℃ 정도로 시원한 내부를 유지한다. 그 원리는 흙벽돌이 바깥 공기를 차단하여 단열효과가 크고 또한 안쪽의 더운 공기는 상승하여 위쪽에 있는 창문으로 빠져나가며 벽에 걸어놓은 호리병 속의 물은 증발하여 수증기로 변하면서 내부의 열에너지를 빼앗아 가므로 자연 에어컨 역할을 했다.
또 추운 지역의 이누이트들은 이글루라고 불리는 집을 짓는데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눈을 재료로 집을 지은 다음 이글루의 내부에서 벽 쪽에 물을 뿌려주면 그 물이 차가운 눈 얼음과 만나 얼면서 열에너지를 밖으로 내놓게 되고 내부 기온이 올라가 실내가 따뜻해지는 과학적인 원리를 사용해 왔다.
이처럼 과학은 늘 우리 옆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세계 구석구석에서 활용가치가 높은 적정기술도 그 밑바탕에는 과학이 숨어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도 창의성을 발휘해 우리의 생활 실정에 알맞은 적정기술로 이용할 수 있는 과학적인 아이디어를 찾아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할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게 어떨까.
전윤영(평촌중학교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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