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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정부 "에어컨 마음 놓고 켜세요"…'전기료 폭탄'없는 이유?

등록 2018.08.02 06:5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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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직접 나서서 'NO 절전' 캠페인

전기요금 누진제 있지만 미미

전력 소매시장 활성화로 요금 경쟁 치열

【도쿄=AP/뉴시스】폭염이 계속되는 일본에서 20일 양산과 부채를 손에 든 시민들이 도쿄역 앞을 지나가고 있다.2018.7.26.

【도쿄=AP/뉴시스】폭염이 계속되는 일본에서 20일 양산과 부채를 손에 든 시민들이 도쿄역 앞을 지나가고 있다.2018.7.26.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한국이 사상 최강의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일본도 무더위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1일 강원도 홍천이 41도, 서울이 39.6도를 기록하면서 한반도 더위의 신기록을 세웠다. 일본도 지난 7월 23일 사이타마(埼玉)현 구마가야(熊谷)시가 41.1도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기온을 갈아치웠다. 일본 소방청에 따르면 1일 기준 열사병 일사병 등의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25명에 달하며 병원에 응급 후송된 사람은 5만 7534명(4월 30일~7월 29일)에 이른다. 태풍 '종다리'로 더위가 조금 누그러지긴 했지만 요즘도 일본 열도 대부분 지역이 35도를 넘고 있다.

 한국과 다른 점은 일본 정부는 국민들에게 틈만 나면 에어컨을 틀라고 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후생노동성은 “절전보다 열사병 등에 더 만전을 기하라"는 내용의 팜플렛도 제작해 각 직장에 배포했다. 정부가 나서서 '노(NO) 절전' 캠페인을 하는 셈이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에어컨을 마음놓고 틀라고 권할 수 있는 것은 일본 국민들이 냉방으로 인한 전기료 폭탄을 맞는 일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폭염에다 섬나라 특유의 습도까지 높은 일본에서는 에어컨없이 여름 나기가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개의 가정에서는 방마다 에어컨을 틀고 그것도 거의 하루종일 켜놓는 게 예사다. 에어컨은 그야말로 여름 필수품이다.

  그런데도 일본 국민들은 전기료 걱정을 거의 하지 않는다. 에어컨을 설치해놓고도 누진제에 따른 전기료 폭탄이 두려워 찔끔찔끔 켤 수 밖에 없는 한국의 보통 가정으로서는 믿기지 않는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다.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1973년 오일쇼크 이후 전기요금 누진제가 도입됐다. 전체 3단계로 1단계와 3단계 요금 차이는 최대 1.5배 정도다. 도쿄전력을 기준으로 하면 120kWh까지는 1kWh당 전기요금이 19.52엔(약 195원), 120~300㎾까지는 26엔(약 260원), 300kWh이상부터는 30.02엔(약 300원)이 적용된다.

 우리도 3단계지만 1단계와 3단계는 약 3배 정도의 요금 차이가 난다. 게다가 전력 사용이 급증하는 7~8월(겨울에는 12~2월) 기간에는 사용량이 1000kwh를 초과할 경우 1kwh당 574.6원을 적용한다. 이렇게 되면 요즘과 같은 폭염에는 전기요금이 최대 7~8배 가량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은 사용량이 급증해도 누진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데다가 그마저도 원래 요금과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에어컨을 집중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시기에도 전기료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일이 없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일본 국민들 중에는 누진제가 적용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2016년 전력 소매시장 자율화도 전면 실시됐다. 누구나 전력 소매시장에 자유롭게 뛰어들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전력 공급회사가 생겨나 요금 경쟁이 치열해졌다. 덩달아 전기세도 내려갔다. 예를 들어, 도쿄가스의 경우 전력도 함께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고객이 전기와 가스를 동시에 이용하는 경우 기존의 전력회사보다도 더 싸게 제공한다.     

 일본 가정에서 한여름에 전기료 걱정없이 에어컨을 틀 수 있는 근본적 이유는 충분한 전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에너지 자급율은 2016년 기준으로 8.6%로 OECD국가 35개국 중에서도 33위로 최하위급이다. 한국은 18.9%로 32위다.   에너지 자급률이 낮기 때문에 일본도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되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을 연료로 전력 생산을 해야하는데 가격 변동 등이 있어 안정적이지는 않다.

 최근 일본 정부가 힘을 쏟고 있는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전체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는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어렵다고 일본 정부는 판단했다. 결국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겪고서도 원전 복귀를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3일 원자력을 '기간(基幹) 전원'의 하나로 삼고 2030년까지 전체 전력의 20~22% 수준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17년 12월 기준으로 일본 전체 전력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1%에 불과하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일본 전역의 원전이 올스톱됐기 때문이다. 사고가 나기 전 해인 2010년 원자력은 전체 전력의 11%를 차지했다. 

 일본 정부는 향후 전력 공급에 있어 원자력 비율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전 수준으로 돌려놓는 정도가 아니라 더 확대하겠다고 공표했다. 2017년 12월 기준으로 일본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5곳이다. 2030년 원자력 비율을 전체 전력의 20%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면 원전 30곳이 가동돼야 한다. 사실상 일본 정부는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원전 가동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일본 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데는 온실가스 배출량 급증도 한 몫했다. 올스톱시킨 원자력발전 대신 비중을 늘린 화력발전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양이 약 5400만t 가량 증가했다. 이는 일본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에 해당하는 양이다.

 물론 여전히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상흔이 남아있는만큼 원전 지역 주민의 반발도 만만치않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국민들에게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며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일본)가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하면서 비용도 낮추고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원자력발전은 빼놓을 수 없는 전원(電源)"이라고 설득하고 있다. 
 
 폭염보다 전기세가 더 무서운 우리에겐, 무더위에 주저말고 에어컨을 켜라는 일본 정부의 목소리가 더욱 크게 들릴 수밖에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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