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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대로]'군대판 사법농단 해법' 군사법원법 개정안 좌초되나

등록 2020.02.09 08: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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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난해 5월 국회에 군사법원법 개정안 제출

고등군사법원 폐지, 2심부터 민간 법원에서 재판

군 판사들 독립성 강화…'관할관' '심판관' 제도 폐지

부대 지휘관 지휘·감독받는 군검찰 독립성 확보도

참여정부 군사법 개혁법안, 17대 국회 때도 좌초

軍 내 '제 식구 감싸기', 수사·재판 개입 고질적 문제

고등군사법원장이 뇌물 수수 혐의 구속기소되기도

[서울=뉴시스] 군사법원 폐지 방안. 2020.01.23. (표=국방부 제공)

[서울=뉴시스] 군사법원 폐지 방안. 2020.01.23. (표=국방부  제공)


※ '군사대로'는 우리 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박대로 기자를 비롯한 뉴시스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군의 이모저모를 매주 1회 이상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사법농단과 검경 수사권 조정은 법원과 검찰뿐만 아니라 군대에서도 심각한 사안이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있지만, 현 국회 상황을 감안하면 해당 법안은 오는 5월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5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해 현재까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군사법원법 개정안의 세부 내용은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참여정부는 2005년 12월 군사법제도 개혁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이 법안은 2008년 5월 17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 때문에 이번 법안 역시 그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군대 내 '제 식구 감싸기'와 군 지휘관들의 수사·재판 개입을 차단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군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여기에 군 사법체계의 최고위 인사인 고등군사법원장이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 상황은 군 사법제도 개혁을 더 미뤄선 안 된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한다.

이번 군사법원법 개정안은 군사재판의 큰 틀을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은 군사재판의 1심과 2심을 군사법원에 맡기고 3심을 대법원이 담당하게 하는 방식인데, 법안이 통과되면 군사법원은 1심만 다루고, 2심부터는 민간 법원으로 넘어간다.

군단급 이상 부대에 설치돼 1심 군사재판을 담당하던 31개 보통군사법원이 국방장관 소속 5개 지역군사법원으로 통폐합된다. 이를 통해 군 판사들은 각 군 지휘관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 독립적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다.

5개 지역군사법원장 자리에는 15년 이상 판사·검사·변호사직을 수행한 민간인이 임용된다. 군 판사가 지휘관으로부터 독립해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서다.

제 식구 감싸기식 판결이란 비판을 받아왔던 고등군사법원은 아예 폐지된다. 군사재판 항소심은 서울고등법원으로 이관된다. 2000년 7월 창설된 군내 최고의 사법기관인 고등군사법원이 2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군사법원 행정사무를 감독하고 군사법원에서 선고된 형을 낮출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지난 군사법원 '관할관'이 사라진다. 또 군 판사가 아닌 일반 장교에게 재판관 자리를 맡기는 '심판관' 제도 역시 폐지된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10.18.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10.18. [email protected]

군검찰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눈에 띈다.

그간 일선 부대에 설치된 군검찰은 각 부대 지휘관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군검사가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도 지휘관의 승인을 받아야 해 불공정 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번 법안에는 각급 부대에 설치된 군검찰부(96개)를 폐지하고 국방장관과 각 군 참모총장 소속의 검찰단 4개로 통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부대의 장의 구속영장청구 승인권을 폐지해 수사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했다. 아울러 지휘관을 비롯한 상급자의 불법·부당한 지휘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이 군검사에게 부여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연상시키는 방안도 있다.

그동안 군사법경찰(헌병대,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은 일반 경찰에 비해 검사와의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자율성을 누려왔다. 일반 검사는 일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있는 데 반해 군검사는 군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없었다.

이처럼 군검찰의 낮은 위상이 문제가 됨에 따라 이번 법안에는 군사법경찰과 군검찰을 상호 대등한 독립된 수사기관으로 대우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법이 통과되면 군사법경찰관은 수사를 시작해 입건했거나 입건된 사건을 이첩 받은 경우 48시간 안에 관할 검찰단에 통보해야 한다. 또 군사법경찰관은 사건을 송치한 후 군검사로부터 보완 수사를 요청받은 때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수사 후 그 결과를 군검사에게 통보해야 한다.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군납업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동호 전 고등군사법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11.21.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군납업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동호 전 고등군사법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11.21. [email protected]

이 같은 개혁안이 법안에 담겼지만 실현될지는 불투명하다. 군사법원법 개정안은 지난해 5월부터 현재까지 법사위 소위에 계류돼있다.

20대 국회가 임기 안에 본회의에 회부해 처리하지 않으면 이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그러면 정부는 국회의원 총선거 후 새로 꾸려진 21대 국회에 다시 같은 내용의 법안을 제출해야 한다. 국방부 안팎에서는 20대 국회에서는 처리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백상준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최근 현안 분석 보고서에서 "군 사법제도는 안보 문제나 인권 문제와도 연관돼있기 때문에 제도 개선과 관련해 견해의 차이가 큰 상황"이라며 "사회적 혼란과 의견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군 사법 관계자, 학계, 일반 국민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풍부하게 청취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오경식 국립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현행 군 사법제도의 발전방향 연구 최종보고서'에서 "군의 특수성을 고려하되 장병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군 내 법질서를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어떤 것인지를 찾고 이를 장단기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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