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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필' 김충현, '일중의 집 보현재', 전시장으로 개관

등록 2021.12.10 06:00:00수정 2021.12.10 06: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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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부터 2006년 타계 전까지 머문 공간

애장품-대표작 전시 '서화예술 아늑한 거처로"

[서울=뉴시스]일중의 집 '보현재(普賢齋)' 개관

[서울=뉴시스]일중의 집 '보현재(普賢齋)' 개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옆에는 보현봉(普賢峯)이, 앞에는 북악산 능선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이곳을 서예가 김충현(1921~2006)은 '보현재'로 이름을 지었다. 1995년부터 2006년 타계하기 전까지 머물렀던 가옥이 전시공간으로 변신한다.

일중선생기념사업회는 서예가 일중(一中) 김충현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서울 평창동 ‘일중의 집-보현재(普賢齋)’를 단장해 오는 16일 전시장으로 개관한다고 10일 밝혔다. 

"작가가 직접 마련한 말년의 거처인 만큼 보현재는 그가 평생을 두고 완상했던 애장품들과 작가의 대표작이 함께 머무는 서화예술의 아늑한 거처가 되고자 한다"는 취지다.

일중 김충현은?

일중 김충현은 우리나라 근현대 서예를 이끌었던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명필, 이른바 '국필'로 꼽힌다. 한글서예와 한문서예를 넘나들며 조형적인 완벽함을 추구했던 예술가로 평가받는다. 구한말 한일합병에 항거하여 자결한 오천(悟泉) 김석진(1843~1910)의 증손이다.

7세 때 안진경체를 쓰기 시작, 전서와 예서, 해서, 행서, 초서까지 한문 5체를 모두 섭렵한 서예가였다. 일제 강점기 엄혹한 시절에 한글 서예의 교본을 완성할 정도로 우리글의 보급에 앞장섰다. 특히 훈민정음과 용비어천가 등 옛 판본체를 모범으로 한 고체(古體)의 보급은 기존 궁체 위주의 한글서예의 폭을 크게 넓혔다.

전국의 묘비의 비문과 동상의 이름이 대부분 그의 글씨다. '4·19의거 희생자 묘비' '권도원수 행주대첩비명' '이충무공 한산도제승당비' '예산 윤봉길의사 기념비' '백범 김구선생 묘비' '사육신묘비' '의암 손병희 선생 묘비' 뿐만 아니라 1965년 9월22일 창간한 中央日報(중앙일보)의 제호도 그의 글씨다.

김충현 호 일중(一中) 은 마음(心)에 하나(一)의 중심(中)이 서면 충(忠)이 된다는 뜻이 담겼다.

[서울=뉴시스]김충현(1921~2006), 거석비우(巨石飛雨), 90x64cm, 1979년 김충현이 집에 있는 큰 바위를 보고 직접 지은 한시를 쓴 작품이다. (오른쪽) 작품의 소재가 된 보현재의 바위

[서울=뉴시스]김충현(1921~2006), 거석비우(巨石飛雨), 90x64cm, 1979년  김충현이 집에 있는 큰 바위를 보고 직접 지은 한시를 쓴 작품이다. (오른쪽) 작품의 소재가 된 보현재의 바위 



보현재, 일중 안목과 취향이 깃든 공간

보현재는 총 2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1층은 작가의 작업실과 생활공간을 보존하여 생전 그가 완상하던 소품과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2층은 김충현의 대표작들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장이다.

1층에는 월전 장우성(1912~2005)의 '월매도(月梅圖)', 고희동(1886~1965)의 '괴석도(塊石圖)', 청나라 주당(1806~1876)의 '석지도(石芝圖)', 조선시대 유한지(1760~1834)의 예서 등 근현대작품과 고서화가 한데 어우러져 작가의 안목과 취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2층에는 김충현이 보현재에 오기 전 살던 시엽산방(柿葉山房)에서 쓴 시조 '시엽산방팔영'을 비롯해 신위(1769~1845)의 한시를 6미터가 넘는 스케일로 쓴 '한예 10수'등 그의 대표작 10여점이 전시된다.

서화예술에 스민 사계의 운치

김충현은 1997년 병환이 심해져 절필했기 때문에 보현재에서 작품을 제작한 기간은 그다지 길지 않다. 하지만 보현재는 작품의 소재가 되었던 수석과 수목, 화초를 그대로 옮겨와 작가가 직접 조성한 공간인 만큼 그가 심취했던 취향과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봄에는 매화, 여름에는 백일홍, 가을에는 들국화가 피어 마당을 수놓고 겨울에는 사철나무가 곧은 절개를 뽐낸다.

일중선생기념사업회는 "보현재에서 서화예술에 자연스럽게 스민 계절의 운치와 풍류를 경험해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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