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만 키운 청주고인쇄박물관 명칭 변경, 결국 유보
명칭선정위 "전문가 의견 재수렴·전면 재검토"
"소모적 논쟁 불과" 시 내부서도 비판 목소리
[청주=뉴시스] 청주고인쇄박물관 전경. (사진=청주시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청주=뉴시스] 임선우 기자 = 찬·반 논란에 휩싸였던 충북 청주고인쇄박물관의 명칭 변경이 유보됐다.
청주시는 23일 박물관명칭선정위원회에서 6개 후보 중 최종 명칭을 결정하려 했으나 위원 간 의견이 엇갈림에 따라 결론을 내지 못했다.
위원들은 전문가 의견 재수렴, 다수의 위원회 통일, 명칭 변경 전면 재검토 등의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물관 측은 명칭 변경 과정에서 내부·외부위원회, 박물관운영위원회, 명칭선정위원회 등 다수의 위원회를 운영해왔다.
이날 명칭선정위원회에는 교수 5명과 언론인 3명, 변호사 1명, 변리사 1명, 주민자치협의회장 1명 등 11명의 위원이 참여했다.
고인쇄박물관 관계자는 "이런 결론이 나와 당혹스럽다"며 "추후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9월15일~10월25일 진행된 시민 설문조사에서는 '청주직지박물관'(32.4%), '청주고인쇄박물관'(21.8%), '청주직지인쇄박물관'(21.2%), '한국인쇄박물관'(8.9%), '직지박물관'(7.8%), '직지인쇄박물관'(7.8%) 순으로 나왔다.
이 설문에는 1만4091명이 참여했다.
지난달 17일 시민공청회에서도 명칭 변경에 대한 찬·반 의견이 치열하게 오갔다.
찬성 측에서는 고인쇄에서 근·현대 인쇄문화까지 아우르거나 직지의 고장을 강조하는 새 명칭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명칭 변경을 요구해온 청주시의회 일부 의원도 박물관 명칭에 '직지'를 넣는 방안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반면, 직지가 곧 고인쇄인 데다 직지박물관으로 변경할 경우 목판을 포함한 인쇄문화 전반을 도리어 직지와 금속활자로 한정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적잖다.
목판 인쇄술을 포함한 한국의 전통인쇄술을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청주시의 목표와도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의 시 간부 공무원은 "결국 수개월간 소모적 논쟁만 한 꼴"이라며 "'직지'를 내세우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포괄적 개념인 '고인쇄' 의미를 잘 헤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은 1985년 운천동 택지개발지에서 흥덕사 유물이 발견된 뒤 1992년 그 일대에 건립됐다. 박물관 명칭은 국내 서지학계 권위자인 천혜봉(작고) 성균관대 교수가 지었다.
당시 천 교수는 청주가 금속활자 근원지를 넘어 전통 인쇄문화의 성지로 자리 잡길 바라는 뜻에서 고인쇄박물관 명칭을 제안했다고 한다.
고인쇄박물관은 직지 영인본을 비롯해 신라·고려·조선시대의 목판본, 금속활자본, 목활자본 등의 고서와 흥덕사지 출토유물, 인쇄기구 등 650여점을 전시 중이다.
1377년 고려 우왕 3년 때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된 직지(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는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흥덕사는 불상의 시기에 소실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