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킬러문항' 논란에 미뤄지는 '2028 대입제도 개편'
당초 이달 내 시안 발표 목표였으나 "쉽지 않다"
학점제 따른 내신 변화, 대입 변별 우려 중대 변수
시안, 국가교육위원회 이송 후 내년 2월 확정해야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2023.06.25. [email protected]
올해 중학교 2학년부터 적용될 새 대입제도는 고교학점제 도입과 맞물려 수시의 변별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능 위주 정시와의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교육부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교육부 한 간부는 25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당초 계획한 올해 상반기에 내놓을 수 있는지 묻자 "지금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 (공정수능 관련) 상황이 정리는 돼야 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앞서 19일 신광수 교육부 홍보담당관도 정례브리핑에서 "2028 대입제도와 관련, 여러 가지 다른 고려사항들이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며 "6월 말, 7월 초 발표를 목표로 잡고 있는데 변동 가능성이 있다. 아주 늦어지진 않을 것 같다"고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이 교육과정 밖 내용은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고 적정 난이도를 유지하라는 취지의 '공정 수능' 지시를 내놓으며 교육부는 곤혹을 치르고 있다.
지시가 알려진 다음날인 지난 16일 대입 담당 국장급 관료가 경질됐고, 감사가 예고된 출제기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원장은 19일 사임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수능 6월 모의평가와 최근 3년간의 수능 본시험에서 대통령의 지시에 어긋난 소위 '킬러문항'을 분석, 오는 26일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교육부는 적어도 지난달에는 상반기 중에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내놓을 방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지난달 15일 '2023년 성과관리 시행계획'에서는 이달 중 개편안을 발표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그간 '수능에서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항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혀 왔던 교육부가 기조를 180도 바꿔 '킬러문항'을 공표하고 '공정수능 대책'을 내놓기로 한 터라, 위기 관리 차원에서 새 대입제도를 정해진 계획대로 발표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많았다.
지난 2018년 중장기 대입개편안 마련에 참여했던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26일 예정된) 킬러문항 공개는 결코 작은 사건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공개하는 문항 외에 교육과정을 벗어났다고 말할 수 있는 문항이 수두룩하게 생길 수 있다. 큰 불확실성이 생길 수 있어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교육부는 앞서 21일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통해 지난 정부 고교학점제 추진 계획의 큰 틀을 유지하기로 했다. 고1 공통과목은 상대평가인 석차 9등급제를 병기하고 나머지 선택과목은 5단계 절대평가인 성취평가제로 전환한다. 지난 2021년 10월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대입은 크게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의 수시와 수능 중심의 정시로 구분된다. 2025년 이후의 고교 내신 중 2~3학년 선택과목이 절대평가로 바뀌게 돼 대입에서의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를 낳고 있다.
내신 중심의 수시 교과전형 외에도 비교과 활동이 반영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공정성 시비에 시달리며 수상경력, 개인 봉사활동 실적, 자기소개서 등이 빠지는 등 전형 자료가 축소돼 왔다. 내신 등 교과의 비중이 커진 상태다.
예컨대 최상위권 수시의 경우 고1에서 상대평가를 해도 고교 2~3학년 선택과목은 절대평가라 동점자가 다수 생길 수 있다. 지원 자격 조건인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유지되면 수능의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 학종은 면접 등 2단계 대학별 고사의 힘이 세진다.
김 교수는 "내신은 전형 자료로서 타당성도 떨어진다. 1학년 내신은 입시를 치르는 시점(3학년)의 수험생 학업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며 "교과전형은 수능 전형의 기형, 학종은 대학별고사의 기형이 된다. 수시는 학생부를 중심으로 설계됐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기형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도 새 내신제도에 대해 "고1 공통과목은 수업을 열심히 듣고 나머지는 대충 수업하면서 반복 학습을 통한 수능 준비를 시킬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수능 제도와 현행 학생부-수능으로 양분된 수시·정시 체제를 불가피하게 손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뀐 교육과정만 반영하고 마는 '미세조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7회국회(임시회) 5차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3.06.25. [email protected]
이 부총리는 지난 7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2027학년도까지는 4년 예고제에 따라 미세조정만 가능했다"며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이후에 치러지는 2028학년도부터는 입시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공식적으로는 이런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지난 15일 자료를 내 "학생과 학부모의 예측 가능성, 교육 현장의 안정적 운영 등을 고려, 현행 제도의 큰 틀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교육과정 변화를 반영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새로운 대입제도는 늦어도 내년 2월말까지 확정해야 한다. 이 역시 고등교육법상 '4년 예고제' 때문이다. 교육부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도 없다.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검토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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