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의 적, 증권범죄②]금융당국 대책은…사각지대 메울까[뉴시스 창사 22년]
"강력한 칼 빼든다"…강제조사권 확대·자산동결 도입
여전히 포렌식 못하는 금감원…권한 확대 필요성 대두
[서울=뉴시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출범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민우 자본시장 국장, 김근익 시장감시위원장, 김유철 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 김 위원장,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정각 증선위상임위원, 한기식 조사기획관.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2023.09.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날로 진화하는 증권범죄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도 '강력한 칼'을 빼들었다. 라덕연 사태 등 대규모 주가조작 사건을 미리 막지 못했단 통렬한 반성의 일환으로 전방위적인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라덕연 사태 당시 지적됐던 당국 간 불협화음, 중장기 주가조작 감지 미비 등에 대한 보완책을 내놓음과 동시에, 금융당국의 조사와 제재 권한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방안들도 중장기 과제로 담겼다. 다만 100명에 가까운 조사 인력을 갖춘 금융감독원 조사국 직원들에게 포렌식 권한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위와 공동조사를 강화하는 것만으로 조사 신속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도 나온다.
"강제조사권 최대한 활용하고 제재 수단 다양화"…칼 빼든 당국
눈에 띄는 점은 금융위가 불공정거래 조사에서 강제조사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선포한 점이다. 강제조사권 확대는 범죄 초기에 증거를 확보하고 조사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는 자본시장법상 조사공무원으로서 이미 강제조사권을 갖고 있지만, 이전에는 잘 활용하지 않았다. 강제조사권은 임의조사권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혐의자 동의 없이도 법관의 영장을 받아 압수수색까지 할 수 있는 조사권을 말한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이 출범한 2013년 이래 압수수색 권한이 발동된 횟수는 손에 꼽는다. 2015년에 2건, 2016년 1건, 2017년에 2건, 2018년에 3건, 2021년에 1건 등이다.
앞으로 금융위는 강제조사권과 더불어 현장조사권, 영치권 등 활용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전에는 금융감독원으로 배정된 일반 사건 대부분에서 강제조사 등이 활용되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강제조사권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공동조사의 형태로든, 사건 재배분 등을 통해 반드시 활용되도록 개선한다.
제재 강도를 높이고 다양화하기 위한 여러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추진한다. 미국·일본·영국·호주 등 선진국들은 통신기록 확보, 자산동결 등 증권범죄자에 대한 구속력 있는 수단을 여럿 보유하고 있으나, 국내 금융당국은 이런 조치 수단이 전무한 상태다.
우선 검찰을 통하지 않고 자산동결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한다. 증권 범죄자의 자산을 동결해 범죄 수익을 은닉하지 못하게 하겠단 목적에서다. 미국과 홍콩 등 금융당국은 불공정거래에 활용된 계좌를 포함한 자산에 대해 동결조치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제재 확정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방안과 조사 공무원의 통신기록 확인 요청원 등도 국민과 국회 공감대를 얻은 뒤 방안을 강구한다는 계획이다. 통신기회 조회는 초반에 증거를 입수하는 데 있어 중요한 부분이지만, 역시 이번에선 관계부처의 협의를 얻어내지 못했다.
"금감원 100명 조사인력 활용 못할라"…권한 확대 추가 논의 필요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조사 권한은 크게 두가지, 임의조사권과 강제조사권으로 나뉜다. 강제조사권, 즉 혐의자 동의 없이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 압수수색 할 수 있는 권한은 조사공무원인 금융위원회에만 있다. 강제 집행력이 있는 만큼 개인의 권리 침해 등을 우려해 이 같은 강력한 권한을 민간 기구인 금감원에 위탁하지 않은 것이다.
강제조사권은 논외로 치더라도, 금감원은 오랜 기간 임의조사권이라도 모두 돌려받길 원하고 있다. 임의조사권 안에는 ▲자료제출 요구권 ▲현장조사권 ▲영치권이 있는데, 금감원이 위탁받은 권한은 자료제출 요구권뿐이다.
영치권이 없으면 휴대폰·PC 포렌식이 불가능하다. 자료 제출은 어찌 동의를 얻어 받았다해도 이를 압수하거나 포렌식할 권한(영치권)은 없기 때문이다. 영치권은 압수수색과 달리 이미 제출된 자료에 한해 영치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영치권과 현장조사권이 기존에 없었던 권한도 아니다. 2009년까진 금감원에 위탁돼있던 조사 권한이었으나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위탁 사항에서 빠졌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장조사권과 영치권을 금감원에 넘겨서 금감원이 필요할 때 활용하게 하는 것과, 이번 개편안처럼 금융위 판단 하에 그때그때 공동조사로 가거나 중대 사건을 금융위에 이첩시키는 방식으로 해 강제조사권이 발동되게 하는 것 중 어느 것이 효율성이 있겠냐"며 "앞으로 추가로 논의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