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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집에는 이야기가 있다" 삶을 기록하는 유튜버 '자취남'[인터뷰]

등록 2023.11.24 06:45:59수정 2023.11.24 17: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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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에서 66만 구독자 둔 전업 유튜버 된 '자취남'

수많은 사람들의 집을 소개하는 일반인판 '나 혼자 산다'

"일반인 집 어떻게 섭외하냐 연락오기도…100% 신청제"

"찾아오는 팬미팅·기록하고 싶은 마음·재미가 신청 이유"

"시행착오 겪는 사람 줄이고자 '자취백과사전' 제작"

"전업 유튜버보단 회사 계속 다니길…리스크 많아"

"목표는 맨밥같은 콘텐츠로 '큰 이슈없이 롱런하기"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유튜버 '자취남' 정성권 씨가 13일 서울 여의도 한 오피스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1.13.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유튜버 '자취남' 정성권 씨가 13일 서울 여의도 한 오피스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1.13.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권세림 리포터 = 자취는 이제 별로 특별하지 않은 삶의 형태가 됐다. 학업이나 취업 등의 사정으로 잠깐 자취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혼자 살아가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1인 가구는 매년 늘고 있다. 지난 8월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2023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 수는 전체 가구 중 가장 큰 비중인 41.0%를 차지했다.

혼자 살아가는 이들에게 집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자신의 역사가 축적되는 곳이다. 유튜버 자취남은 수많은 사람들의 집을 방문하며 공간에 녹아있는 개개인의 삶을 영상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뉴시스는 지난 13일 일반인판 '나 혼자 산다'와 같은 콘텐츠로 수많은 사람들의 집을 방문하고,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유튜버 자취남(정성권·32)을 만나 진행 중인 콘텐츠와 채널을 운영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일반인의 집을 소개한다는 색다른 콘텐츠에 대해 자취남은 "우연히 친구 집을 찍게 됐고 그게 콘텐츠가 됐다. 처음엔 콘텐츠가 될 거라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쉽게 시도하기 힘든 콘텐츠다 보니 방송 계열에서 '일반인 집을 대체 어떻게 섭외하냐'는 연락이 오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출연자 섭외가 우선인 것과 반대로, 자취남의 콘텐츠는 신청제로 이뤄진다. 출연자는 무조건 랜덤으로 선정한다. 메일도 잘 읽지 않아 신청자의 성별도 모른다.

그는 "선정 기준이 생기면 편향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게 조회수가 되는구나 하고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콘텐츠 생명력이 금방 닳을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나는 이 콘텐츠를 오래 하고 싶은 마음이 되게 크다"며 채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을 다루는 만큼, 늘 출연자를 0순위로 고려한다.

그는 "조금이라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불편할 거 같다 싶으면 아무리 재밌어도 걷어낸다. 출연해 주시는 분을 우선순위로 생각하고 있다. 영상 만들면 보내드리고 피드백 받아서 업로드한다. 그분들의 이미지를 소비하고 싶지 않다. 누구나 편하게, 재밌게 볼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려 노력한다"는 소신을 전했다.

룸메들을 배려하는 그의 진심이 전해진 걸까, 평균적으로 매주 8개의 촬영을 진행하고, 3~4배에 달하는 100건 정도의 신청이 매달 들어온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삶에 대해 듣는 만큼, 처음 시작할 때에 비해 마음가짐·가치관 등의 변화도 있었다.

자취남은 "유튜브를 하고 나서는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을 많이 가져야 하는 것 같다. 채널 크기가 커질수록 헤이터(hater) 같은 분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하나하나 반응하지 못 한다. 그분도 이유 없이 제가 싫을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생각하면 극복까진 아니어도 견딜 만하다 싶다"고 말했다.

또한 "많은 분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나의 짧은 견해로 남을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을 꼽았다. 타인의 단편적인 부분을 보고 판단했던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했다고.

그는 "월세, 전세 사시는 분들이 집을 꾸미고 살면 윗세대는 이해 못 한다. '남의 집인데 왜 그렇게 하냐? 댓글이 매 영상 있다. 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 식으로 한명 한명마다 각자의 색깔이 있는 건데 나만이 알고 있는 얕은 지식으로 타인을 판단하는 게 안 좋은 거 같아서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수많은 집을 오가며 '좋은 집'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이 생기진 않았는지 묻자, "집을 돈으로 보느냐, 나의 '홈'으로 보느냐의 문제 같다"고 답했다.

이어 "어떤 분들은 누가 봐도 몇십억짜리 좋은 집에 사는데 (삶에) 만족을 못 한다. 또 어떤 분들은 원룸, 오피스텔에서 사시지만 집에 관심 많아 두루마리 휴지를 왜 세겹을 쓰는지 이유까지 설명해 주신다. 집 안에서 얼마나 즐기고 있고, 얼마나 알고 있고의 기준에서 삶의 농도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기준이 너무 달라서 함부로 재단하기 어렵다. 멀어도 조용한 데가 좋은 분이 있는 반면, 무조건 (회사까지) 10초 내여야 하는 분도 있다. 기준이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재밌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지향점은 집을 '홈'으로 보는 게 대체로 더 행복해 보였던 것 같다고.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유튜버 '자취남' 정성권 씨가 13일 서울 여의도 한 오피스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1.13.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유튜버 '자취남' 정성권 씨가 13일 서울 여의도 한 오피스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1.13. bluesoda@newsis.com

다년간의 경험으로 쌓인 자취 팁으로 책 '자취의 맛'을 발간한 것에 이어, 얼마 전 '자취백과사전'까지 제작해 배포했다.

그는 "집을 구하고 어떻게 자취를 시작하면 좋고, 그런 모든 것들을 거의 총망라해서 만들었다. 많은 분들이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덜 겪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배포했다. 그러한 마음이 다다. 조금이라도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너무 좋겠다"며 진심을 전했다.

요즘은 구독자들을 위해 다음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그는 "지도도 만들고 있다. 많은 분들이 서울로 올라오시는데, 지방에 사시는 분들은 당연히 서울 동네를 잘 모른다. 서울에 살아도 동쪽에 사시는 분들은 서쪽 동네는 모른다. 지도를 만들면 집을 구하고 동네를 선정하는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는 영상 통해 축적된 데이터가 있다 보니, 이를 기반으로 만들 수 있을 거 같다"며 설렘을 드러냈다.

이외에도 진행해 보고 싶은 콘텐츠가 많다며 "가시권에 들어온 건 라이브 콘텐츠다. 만약 신림동 쪽에 집을 구한다면 라이브에서 같이 집을 찾아보는 거다. 시청자분들이 댓글 많이 다시지 않겠나. 신림 쪽 동네에 대한 댓글도 많이 다실 거고, 보증금 월세 관련한 이야기도 하실 거고. 제 입장에선 콘텐츠 만들어주셔서 좋고 집 보시는 분 입장에선 집단지성의 힘을 빌릴 수 있어서 좋다. 동네끼리 데이터 축적한다면 또 많은 분들이 좋게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라이브 콘텐츠는 다음 달부터 조금씩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 초 결혼한 그는 자취남 채널과 함께 결혼한 부부의 집을 소개하는 '유부남' 채널도 운영 중이다. 나이를 먹어가며 주위에 기혼자들이 많아졌고, 자신처럼 구독자들 또한 결혼에 관심이 생기겠구나 싶어 개설했다.

1인 가구와 기혼 가구의 차이점이 있는지 묻자, 그는 '둘이 살면 화이트 인테리어가 된다"고 답했다.

이어 "혼자 살 때는 뭘 해도 허락받을 필요가 없다. '난 비싸더라도 곽티슈를 쓸 거야' 이게 되는데. 결혼하면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야 한다. 혼자 살면 개성을 100% 표현하는 게 가능하다. 근데 둘이 살면 많아도 99%다. 그런 게 달라지는 듯하다. 나쁘다는 건 아니고, 합의해야 한다. 내 멋대로 못한다는 부분이 집에 온전히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신혼집 냉장고를 핑크색으로 하고 싶었으나 아내의 의견과 달라 합의 과정을 거쳤다.

마케터로 일했으나 전업 유튜버가 된 만큼 현실적인 걱정도 크다.

그는 전업 유튜버를 꿈꾸는 이들에게 "회사 계속 다니는 게 좋다. 많은 분들이 그만두고 하려 하시는 데 아닌 것 같다. 저는 감사하게도 계속 롱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콘텐츠라 가능한 거지 사실 너무 리스크가 크다. 유튜브 되게 오래 하시는 분들 보면 번아웃도 많이 오고…말하기 되게 조심스러운데. 이게 멈출 수가 없다. 저도 주 7일이다. 6년 동안 하루도 쉰 적 없다. 그 와중에 항상 잘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폼 떨어졌네 이런 말 듣는 게 너무 리스크도 크고. 유튜브 말고 다른 게 많지 않을까 싶다"고 조언했다.

자취남은 본인 채널의 매력으로 '무색무취'를 꼽았다.

관심이 있을 때 보고, 호불호가 갈리지 않고 심심할 때 볼 만 한데 실질적으로 정보나 부동산 정리 꿀팁도 얻을 수 있는 맨밥 같은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며 "큰 이슈 없이 롱런하는 것"이 향후 목표다.

늘 변함없는 애정을 보내주는 구독자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늘 감사하다. 안 봐주셔도 된다. 만일 다 봐주셨다면 그것만으로 정말 감사하다. 슈퍼챗 같은 건 절대 안 쏘셔도 되고(웃음). 그걸로 맛있는 거 사드셨으면 좋겠다. 저도 특별한 일 없으면 변하지 않을 테니까 항상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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