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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암 수술 못하나"…두경부외과, 서울마저 '멸종조짐'

등록 2023.12.30 1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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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중증수술 두경부외과 빅5 임상교수 '7명'

서울 권역응급센터 6곳 2년 연속 전임의 '0명'

수술비 현실화·병원당 전문의 최소 2명 확보를



[서울=뉴시스]입·코·목·혀 등에 생기는 암 치료 및 수술과 응급 수술을 담당하는 두경부외과(이비인후과 중 한 분과)도 '인력난의 늪'에 빠졌다. 최근에는 이과(귀)·비과(코) 인력마저 대학병원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비인후과 전반으로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두경부는 먹고 말하고 숨쉬는 데 필요한 신체 부위가 모여 있는 만큼 수술 수가 현실화, 전문의 최소 2명 확보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 포함 등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구강암 환자를 수술하는 모습. (사진= 뉴시스DB) 2023.12.3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입·코·목·혀 등에 생기는 암 치료 및 수술과 응급 수술을 담당하는 두경부외과(이비인후과 중 한 분과)도 '인력난의 늪'에 빠졌다. 최근에는 이과(귀)·비과(코) 인력마저 대학병원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비인후과 전반으로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두경부는 먹고 말하고 숨쉬는 데 필요한 신체 부위가 모여 있는 만큼 수술 수가 현실화, 전문의 최소 2명 확보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 포함 등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구강암 환자를 수술하는 모습. (사진= 뉴시스DB) 2023.12.3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두경부외과도 젊은 의사들이 기피하는 과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인력 부족으로 기도가 막혀 호흡이 곤란한 환자가 응급 기관절개술을 받지 못하거나, 중환자들이 인공호흡기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들이 점점 늘어날 겁니다."(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두경부외과 A 전문의)

입·코·목·혀 등에 생기는 암 치료 및 수술과 응급 수술을 담당하는 두경부외과(이비인후과 중 한 분과)도 '인력난 늪'에 빠졌다. 최근에는 이과(귀)·비과(코) 인력마저 대학병원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비인후과 전반으로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두경부는 먹고 말하고 숨쉬는 데 필요한 신체 부위가 모여 있는 만큼 수술 수가 현실화, 전문의 최소 2명 확보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 포함 등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0일 대한두경부외과학회에 따르면 서울의 대형병원인 이른바 '빅5' 전임의(교수가 되기 전 임상교수)는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 각 2명, 서울아산병원 1명, 세브란스병원 0명으로 모두 7명에 불과하다.

특히 중증·응급환자 진료를 담당하는 서울 권역응급센터 6곳(강동경희대병원·고대구로병원·고대안암병원·서울의료원·이대목동병원·한양대병원)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두경부외과 전임의가 '0명'이다.

두경부외과는 응급·중증질환이 대부분이고 수술도 고난도이고 6~12시간 가량 장시간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두경부암을 치료·수술하는 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코로나 환자가 가장 많이 받은 수술이 '기관절개술'이다. 질환의 특성상 대부분의 전문의가 상급종합병원(전체 131명 중 96명)에서 근무하는데, 인력 부족으로 1~2명이 1년 365일 수술 대기 상태다. 이렇듯 업무 강도가 높은 데다 적절한 보상(수가)도 뒷받침되지 않아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두경부외과 A 전문의는 "의대생들이 여러 진료과 중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하지 않듯, 이비인후과를 지원한 전공의들이 이비인후과 중 두경부외과를 기피한다"면서 "이비인후과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지만, 대부분 월급이 2배 이상 많은 개원의로 빠져 중증·응급질환을 보려는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후임을 구하지 못해 홀로 근무하는 두경부외과 전문의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두경부외과 위기가 이비인후과 위기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서울의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 두경부외과 B 전문의는 "2~3년 전만 해도 두경부외과가 문제였는데, 이젠 인건비 격차로 이과, 비과 조교수나 교수들이 이미 그만 두거나 사직을 준비 중이어서 총체적 난국"이라고 했다.

이비인후과 위기의 시발점인 두경부외과를 살리려면 두경부 수술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두경부외과 수술은 난이도는 높지만 빈도가 많지 않고, 수가를 논의할 때 비교적 가벼운 질환 위주인 이과·비과와 함께 고려돼 다른 과에 비해 수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외과 수술 수가가 2008년 약 34만 원에서 2018년 약 90만 원으로 3배 가까이 오르는 동안 이비인후과 수술 수가는 약 1.2배(22만 원→27만 원)올랐다.

이세영 대한두경부외과학회 의무이사는 "가령 담뱃갑에 들어간 그림으로 알려진 구강암, 후두암의 경우 암 수술과 재건을 동시에 하는 고난도 수술로 두경부외과 전문의만 수술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수술 수가는 동일 시간을 기준으로 외과의 3분의1, 흉부외과의 5분의1 수준이다"고 말했다. 이 의무의사는 중앙대병원의 유일한 두경부외과 전문의다.

상급 종합병원 지정 기준에 두경부외과 전문의를 최소 2명 이상 확보(1000병상 이상은 최소 3명)하도록 하는 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교수 1명이 365일 당직을 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두경부외과 교수가 1명인 병원인 경우 해당 교수가 휴가를 가면 응급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은퇴 인원을 감안하면 "향후 5~10년 후에는 의료 현장 곳곳에서 수술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필수의료 지원 대책 중 하나로 이비인후과 내 두경부외과 인력 부족 해소가 필요하다고 밝힌 상태다. 이 의무이사는 "두경부암은 남성 다빈도 암 7위로, 입, 목구멍, 혀 등에 생겨 적절히 치료받지 못하면 말을 못하게 되거나, 음식을 못 삼키게 되는 등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면서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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