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공수처③]앞날도 막막…'인력 증원'만으론 부족
'정원 증원' 개정안들 줄줄이 법사위 계류
수사 범위 좁단 지적도…"직권남용조사처"
개선안으로 '상설 특검' 형태 운용도 거론
[과천=뉴시스] 조성우 기자 =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2022.08.31. [email protected]
그러나 단순히 사람 수를 늘리는 것 이상으로 조직 운용 방식에 있어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진욱 공수처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외적으로 인력 부족 문제를 토로해왔다. 그는 지난해 1월 열린 공수처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공수처는 수사 대상이 대통령, 국회의원, 국회의장, 대법원장, 판·검사로 막강한 수사 권한을 가졌으나 수사 자원은 불균형하다"며 "국회에 최우선 과제로 행정직원 증원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이다. 수사관은 40명, 일반행정직원 20명이 정원이다. 밀려드는 사건 수를 고려하면 부족한 규모의 인력인데, 그마저도 잇따른 퇴직에 검사의 경우 늘 정원 미달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22년 11월 한국정책능력진흥원이 공수처 발주로 발간한 '공수처 조직역량 강화 방안 마련 정책연구' 보고서에선 현재보다 약 2배 가량의 인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부서 그리고 여타 행정기관과 비교했을 때 검사는 40명, 수사관은 80명, 행정인력은 50명이 적정인력이라고 봤다. 공수처는 이를 토대로 공수처법 개정안을 제시했다.
일찍이 인력 문제를 인지하고 있던 더불어민주당 측에선 공수처가 출범한 해부터 직원을 증원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송기헌 의원안은 공수처의 행정 직원을 현행 20명에서 60명으로, 기동민 의원안은 검사 정원을 25명에서 40명으로 늘려 수사 전문성과 효율성 높이자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개정안들은 여당의 반대로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실적도 부진한데 무얼 믿고 사람을 더 주냐는 취지인데, 이젠 민주당에서도 관심 밖으로 밀려난 분위기다.
양질의 인재 유입을 위해 3회 연임·최대 12년으로 공수처 검사 임기에 제한을 둔 부분에 대해 연임 제한을 폐지하고 검찰청 검사와 같이 7년마다 적격성 심사를 하도록 하는 개정안(김의겸 의원안)도 제출됐으나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단순 인적 자원 보강만으로 조직 쇄신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인 실무상 어려움으로는 '제한적인 수사 범위'가 꼽힌다.
공수처법상 '고위공직자'엔 대통령·국회의장 및 국회의원·판사·검사·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이 포함되며, 이들 중 고위공직자 본인이나 가족의 직무유기·직권남용·선거방해·수뢰·뇌물공여·횡령 및 배임 등 혐의가 수사 대상에 속한다. 가령 뇌물 사건에서 공여자인 민간인에 대한 수사가 제한되는 셈이다.
공수처 부장검사 출신 예상균 변호사는 지난 11월 국회에서 열린 '국가비전과 형사법의 과제'에 대한 토론회에서 "공수처에서 수사를 하다 보면 이 사람은 수사대상이 아니고, 이 죄명은 수사범위가 아니고, 이 사건은 공소제기 권한이 없고, 고위공직자 이외의 사람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단순 참고인의 신분으로만 조사할 수 밖에 없는 등의 문제로 수사의 동력을 잃게 되는 일이 다반사"라고 했다.
또 "그나마 공수처에서 제대로 조사할 수 있는 죄명이라는 것이 '직권남용'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정은 공수처의 이름을 직권남용조사처로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낳게 한다"고 지적했다.
소규모 조직인 만큼 소수의 사건에 인적·물적 자원을 집약해 '특검'처럼 운용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경찰과 검찰이 건드리기 어려운,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사건 위주로 수사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 변호사는 지난해 대한변호사협회 학술지 '인권과 정의' 12월호에 게재한 논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이첩요청권 행사 갈등 극복을 위한 수사기관 간 협력관계 설정>에서 "상설특검 형태로 운용할 경우 국민적 공감대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개별 사건들에 대해 수사기관 간 협의체를 통해 독립기관인 공수처를 중심으로 검찰 및 경찰 등의 수사자원을 파견받아 독자적이고도 종합적인 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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