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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준연동형 고리로 '민주당 심판론' 키우기

등록 2024.02.0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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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입맞에 맞게 게리맨더링, 민주주의 아냐"

"총선서 심판 못하면 민주주의 파탄이 더 심해질 것"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비대위원들의 발언을 메모하고 있다. 2024.02.05.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비대위원들의 발언을 메모하고 있다. 2024.02.05.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하자 국민의힘은 거야 폭주를 앞세워 더불어민주당을 4월 총선에서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결정은 이재명 대표를 위한 것이며, 한 사람이 5000만명의 선거제도를 결정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이다. 야당의 정권 심판론에 맞서 민주당 심판론으로 맞불작전을 펴고 있는 모양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는 4·10 총선에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고 위성정당인 통합형비례정당을 추진해 이른바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준연동형은 지역구에서 정당이 받은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산출한 후 그 만큼 의석을 채우지 못했을 때 비례대표에서 모자란 의석의 절반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소수정당의 원내 입성을 도울 수 있다는 취지에서 채택됐지만 위성정당 난립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에 여당은 위성정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1대 총선 이전까지 적용됐던 병립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특히 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함께 통합형 비례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히자 여당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모든 것이 이재명 대표의 입맛에 맞게 게리맨더링"이라며 "비례대표 제도를 가지고 게리맨더링 하는 것은 처음 봤다"고 꼬집었다.

게리맨더링이란 정치적인 목적으로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기형적이고 불공평한 선거구를 획정한 것을 지칭하는 용어다. 1812년 미국 매사추세츠의 주지사였던 엘브리지 게리가 자신의 정당인 공화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분배했다. 그 모양이 괴물 샐러맨더와 비슷해 이를 게리 주지사의 이름과 혼합해 게리맨더링이라고 부르며 비난한 것에서 유래했다.

한 위원장은 "얼마 전에 정청래 의원이 몰아갔다. 당원 전부 다 투표로 가고 당연히 병립형으로 돌아가는 걸 전제로 움직인 거 아닌가"라면서 "그 이후 상황이 바뀐 게 무엇인가. 민주당 내부의 정치 싸움이 바뀐 거 말고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이유가, 어제 문재인 대통령 만났다. 거기서 이야기 듣고 바꾼 건가라면서 "왜 국민들이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입장에 영향을 받아야 되냐"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도 "왜 5000만 국민이 이재명 한사람 기분과 눈치 봐야 하나.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면서 "우리가 4월10일 선거에서 심판 못하면 이재명 눈치 계속 보고 살아야 하는 민주주의 파탄이 더 심화되고 지속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소수 정당 배려라는 명분은 껍데기"라며 "이 대표가 '통합 비례정당'이라고 얘기는 했지만, 조금 지나면 '통합 위성정당'이 나올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자당 소속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도 산식을 모르는 '깜깜이 선거'를 국민들에게 강요하는 것"이라고 "민주주의를 내 개딸정치를 위해, 국민들도 내 개딸정치를 위해 얼마든지 찢어버릴 수 있다는 속내"라고 비난했다.

이어 "본인 스스로 '위성정당은 절대 안 된다'고 한 소신마저도 오늘 아침에 없어졌다"며 "저희 당은 내 표가 어떻게 귀결되는지 알 수 있는 선거제가 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협상에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상훈 의원도 "위성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본인이 했던 약속을 어기면서 병립형은 퇴행, 준연동형은 혁신이라고 포장하는 언어도단 앞에 탄식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산식은 당사자인 국회의원조차도 제대로 답변을 못한다"며 "준연동형 비례제는 국민들은 알 필요도 없고, 찍기만 하면 된다는 오만한 선거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22대 총선은 국민들이 알기 쉽고, 지난 9월 양당 지도부가 협의한 3개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명 대표의 저격수를 자처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민주당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유지를 비난했다. 그는 "민주주의 꽃인 선거제도가 이재명 1인에 의한, 이재명 1인을 위한 것으로 타락했다"면서 "민주당은 공당이 아니라 이재명의 사당"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도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에 대비한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창당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31일 이를 위한 중앙당 창당 발기인 대회를 진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gseo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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