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도 사야 하고 비 새는 청사도"…요즘 불안한 소방관들, 왜?
소방안전교부세 특례조항 연장 여부 촉각
"폐지 시 장비 교체 및 청사 재건축 등 차질"
[서울=뉴시스]2021년 7월 빗물이 들어찬 부산 남구 감만119안전센터의 모습.(사진=강명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부장 제공)2024.02.17.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문경 화재 현장에 무인파괴방수탑차가 있었다면 소방관들 진입을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워낙 비싸서 보유하고 있는 소방서가 별로 없습니다. 결국 재원 문제죠."(이지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소방지부장)
"부산에는 여름철 집중호우 기간만 되면 사무실에 빗물이 들어와 직원들이 물을 퍼나르는 청사가 있습니다. 근본적인 개보수가 필요한데, 소방 예산이 부족해 한계가 있습니다."(강명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부장)
최근 경북 문경 화재로 소방 구조대원 2명이 희생되면서 소방공무원들의 열악한 처우와 근무환경 등이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소방노조 관계자들은 최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재원 문제를 꼽으며, '소방안전교부세 특례조항' 연장 여부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18일 소방 등에 따르면 소방안전교부세란 지자체의 소방 인력 운용과 소방·안전시설 확충을 위해 2015년 도입됐다. 담배 개별소비세(594원) 총액의 45%를 재원으로 하며, 행정안전부가 각 지자체에 교부한다. 지난 9년 간(2015~2023년) 총 5조 6355억원이 교부됐다.
소방관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특례조항'이다. 소방안전교부세는 도입 당시 특례조항을 뒀다. 이 조항은 소방장비 개선이 시급한 점을 감안해 사업비의 75% 이상을 소방장비 확충 등 소방분야에 국한해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소방관들은 이 특례조항으로 인해 소방 장비 개선 및 소방청사 개보수 등에 크게 도움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특례조항의 유효기간이 올해 말까지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례조항은 당초 지난해 말 폐지될 예정이었으나, 소방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올해 말까지 1년 더 연장된 상황이다. 내년부터는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지난 5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이은 소방공무원 사망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2.17.
이지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소방지부장은 "행안부가 특례조항과 관련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논의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례조항이 시행된 지 10년이 다 돼간다. 소방장비 교체 및 보충이 다 끝났으니 특례조항을 폐지하려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방장비 교체 주기는 짧게는 1~2년, 차량 같은 경우는 10년 정도다"며 "장비 교체 주기가 또 돌아오고 있는데, 특례조항이 폐지되면 장비 교체를 위한 안정적 재원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노후된 소방청사 개보수 및 재건축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지부장은 "소방안전교부세는 노후된 소방서 청사 개보수에도 사용된다"며 "그나마 특례조항으로 안정적으로 재원을 확보해 노후 청사들을 재건축하고 있는데, 특례조항이 사라지면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또 "행안부가 특례조항을 폐지하고 사업비 배분을 지자체 자율에 맡기면 소방분야에 배분되는 예산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소방청은 소방안전교부세 사업비가 소방분야에 75%이상 사용될 수 있도록 지방교부세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시적 특례조항이 아니라 법 개정을 통해 소방분야 사용 비율을 75% 이상으로 명문화 하자는 것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특례조항이 폐지돼 사업비 사용 비율이 지자체 자율에 맡겨지면 소방분야 사업비가 축소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소방장비 노후화 및 부족 문제가 재현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소방안전교부세를 두고 교부권 및 사업비 투자비율을 개정해야 한다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된 바 있다. 소방안전교부세 교부권을 행안부 장관이 아닌 소방청장에게 부여하거나 교부비율을 명문화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해당 내용은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정창훈 인하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특례조항 연장 여부를 떠나 소방안전교부세에 대한 전권을 소방청에 넘겨줘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소방안전교부세는 궁극적으로 소방청 판단에 따라 사용처를 정하는 것이 맞다"며 "소방부문에 75%, 안전에 25% 등 배분 비율을 정해 놓지 말고, 소방청이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 있도록 교부권을 소방청에 넘겨주고 행안부는 사후 관리를 통해 사용 내역을 점검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한편 행안부는 지난해 12월 TF를 구성해 소방재정 확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소방안전교부세 특례조항 연장 여부와 관련해 "TF 실무회의 등을 통해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며 "구체적인 방향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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