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조용한 공천' vs 민주 '문·명 충돌'…총선 풍향계 '흔들'
여, 현역 탈락자 한 자릿수 그쳐
희생·개혁·감동 없는 3무 공천 지적
민주, 불공정 공천 논란에 내홍 격화
비명 탈당 움직임…최대 10명 전망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2.29. [email protected]
본격적인 공천 정국에 들어가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요동을 치고 있어 총선 풍향계도 예측불가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전체 지역구(254석) 중 159개 지역(2월 29일 기준)에서 후보자 공천을 확정했다.
이번 총선에서 '시스템 공천'을 도입한 여당은 지역구 현역 의원 평가에 따라 하위 10%는 공천에서 원천 배제(컷오프)하고, 하위 20~30%는 경선에서 감산하기로 했다. 또 동일 지역구 3선 의상 중진에게는 추가의 페널티를 부여했다.
공관위가 전체 지역구 중 62.6%의 공천을 완료했지만 컷오프 되거나 경선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이 7명에 그치면서 공천에 따른 인적 쇄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비례대표 서정숙, 최영희 의원이 컷오프 됐고, 비례대표 이태규, 조수진 의원은 경선에서 탈락했다. 지역구 현역인 이주환, 전봉민, 김용판 의원 경선에서 패했다.
특히 여당 텃밭인 영남권 현역의원 중 공천이 보류된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이 단수추천을 받거나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현역 불패'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여당 한 관계자는 "경선을 하게 되면 인지도가 있고, 당원 관리를 오랜 시간 해 온 현역이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당 안팎에서는 이같은 현역 불패 행진에 '희생도, 개혁도, 감동도 없는 3무(無) 공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2대 총선에서 현역 의원 교체를 원하는 여론이 절반을 넘어선 만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의원들을 '물갈이(교체)'해 새로운 인물을 수혈해야 하지만 '시스템 공천'이라는 틀에 갇혀 개혁과 혁신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당 험지인 수도권에 출마한 한 의원은 "우리 당은 지금까지 무난하게 공천해왔고, 잡음도 적었지만 그만큼실 큰 감동은 없었다"며 "국민들에게 더 어필하려면 감동을 주는, 희생하는 그런 모습의 공천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구성된 '인요한 혁신위'로부터 희생 요구를 받았던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도 대부분이 생환하면서 공천 쇄신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공관위는 원조 친윤 맏형격인 권성동 의원의 단수공천을 확정했고,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은 경선 상대가 경선을 포기하면서 단수공천 됐다.
윤한홍 의원도 단수공천을 받았고, 친윤계로 분류되는 정점식, 유상범, 박수영 의원도 일찌감치 공천을 확정지었다.
다만,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천 쇄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 공천이 다른 당에 비해서 유례없이 비교적 조용하고 잡음 없이 진행되고 있고, 오히려 그것 때문에 감동이 없다라는 소위 '억까(억지로 까는)'를 하시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또 현역 불패 공천이란 비판에 대해선 "중진들한테 굉장히 불리한 룰"이라며 "30%까지 깎았다고 하는데 거기서 이기지 못하는 신인이라면 본선에서 경쟁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일축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2.28. [email protected]
민주당은 공천 심사 과정에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서울 중성동갑 컷오프(공천 배제) 결정을 계기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른바 '문명(문재인·이재명)' 충돌이 가시화되면서 비명계의 줄탈당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임 전 실장은 총선 승리를 위해 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배제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이재명 대표는 "당의 시스템 공천에 따라 좋은 후보들이 골라지고 있다"며 사실상 불가 방침을 전했다.
비명계는 임 전 실장의 컷오프를 '이재명 사당화'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당의 완성, 사당화의 완성 때문"이라며 "8월 당 대표 경선이나 2027년 대선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라이벌의 싹을 아예 잘라버리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명계는 의정활동 평가와 현역 이름이 빠진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문제를 제기하며 공정한 공천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연이은 당의 컷오프 결정에 탈당 결심을 굳혀가는 것으로 보인다.
친문계 좌장인 홍영표 의원은 전날 당의 공천 배제 결정이 나온 직후 입장문을 내고 "새로운 정치를 고민하는 분들과 뜻을 세우겠다"며 탈당을 시사했다.
앞서 현역 의원 하위 20% 통보와 공천 배제 방침에 설훈·김영주·박영순·이수진(서울 동작을)·이상헌 의원이 탈당을 선언한 바 있다.
공천에서 탈락한 비명계 의원들의 집단 탈당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총선에서 무소속 연대인 '민주연대'를 꾸려 출마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10명 안팎의 의원들이 모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연대가 이낙연 공동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로 합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공동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연대와의 통합에 대해 "우리가 힘을 합치는 데 필요한 일이라면 뭐든지 열린 맘으로 하겠다는 자세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비명계의 집단행동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이 대표는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이 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당내 갈등이 확산하는 상황에 대해 "강물이 흘러서 바다로 가는 것처럼 세대교체도 있어야 하고 새로운 기회도 주어져야 한다. 특히 우리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선수 선발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공천 심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줄탈당에 대해서도 "입당도 자유고 탈당도 자유"라며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규칙이 불리하다고, 경기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해서 중도에 포기하는 것은 자유"라며 "그게 마치 경기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의 공천 심사가 반환점을 돌면서 당 지지율도 요동 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엠브레인리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은 각각 39%와 31%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2월2주차)와 비교해 지지율이 2%p 오른 반면, 민주당은 1%p 상승해 31%의 지지율을 기록해 두 정당의 차이는 7%p에서 8%p 차이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1월 2주차 조사와 비교하면 국민의힘은 2월4주차까지 33%→37%→39% 등으로 6%p 상승했지만, 민주당은 같은 기간 30%→30%→31% 등으로 1%p 상승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 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17.0%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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