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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테너 필립 자루스키 "마태수난곡, 강렬한 영적 여정"[문화人터뷰]

등록 2024.03.31 11:49:34수정 2024.03.31 12: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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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테너 필립 자루스키 ⓒValentin Behringer. (사진=롯데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카운터테너 필립 자루스키 ⓒValentin Behringer. (사진=롯데문화재단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지금은 영성과 아름다운 음악을 느끼기 힘든 시기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3시간 동안 침묵을 지키며 이 혼란스러운 세상과 단절해볼 필요가 있어요."

'천사의 목소리, 악마의 기교'를 가진 프랑스의 카운터테너 필립 자루스키(46)가 내한, 서울과 통영에서 클래식 팬들을 만난다. 자루스키는 오는 4월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을 시작으로 4월5일 통영국제음악당, 4월7일 LG아트센터에서 독일 원전연주단체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마태 수난곡' 무대에 오른다. 2014년 LG아트센터 공연 이후 10년 만의 서울 공연이다.

'마태 수난곡'은 성 금요일 예배를 위해 유월절 전례 기간에 맞춰 특별히 작곡된 오라토리오다. 예수 그리스도의 배신과 시련,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그리스도의 수난을 다룬다. 자루스키는 알토 역으로 무대에 올라 바흐의 '마태 수난곡' 중 39번 알토 아리아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를 들려준다. 예수의 제자 베드로가 예수를 3번 부인한 뒤의 심정을 담은 작품이다.

자루스키는 내한에 앞서 뉴시스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이 무대의 일부가 되는 것은 관객 뿐만 아니라 저에게도 강렬한 영적 여정"이라며 "20년 전에 마태수난곡을 공연했는데, 이후 오랫동안 더 성숙한 목소리와 독일어로 다시 노래할 수 있기를 꿈꿔왔다"고 했다.

"바흐의 음악적 완벽함 앞에서 항상 제 자신의 불완전함이 강하게 느껴졌어요. 바흐는 목소리를 오케스트라와 대화하는 악기처럼 다루죠. 다른 악기들의 파트도 잘 알고 있어야 하죠. 모든 감정을 전달하면서도이탈리아어 레퍼토리보다 더 단순하고 냉정한 방식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카운터테너 필립 자루스키 ⓒSimon Fowler (사진=롯데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카운터테너 필립 자루스키 ⓒSimon Fowler (사진=롯데문화재단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자루스키는 "이 아리아를 위해 6개월 이상 집중적으로 연습해왔다"며 "바이올린 솔로와의 대화이기 때문에 후회의 강렬한 표현과 극적인 면을 기악적 접근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자루스키는 순수한 고음과 풍부한 중음, 놀라운 성악적 기교와 표현력을 두루 갖춘 성악가다. 프랑스 황금 디아파종상을 비롯해 올해의 승리상, 독일의 에코 클라식 어워드 올해의 성악가 등을 수상했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에 대해 "메조 소프라노보다 가볍고 때로는 더 연약한 소리"라고 평가했다. 또"'가성(falsetto)"이라는 단어는 '거짓'이 들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저는 여성 소프라노들처럼 두성으로 노래하고 있다"고 했다.

"맑은 소프라노로 시작해서 메조, 이제는 알토 파트를 더 많이 부르려고 해요. 사람들은 제 목소리 색깔이 매우 선명하고 맑고 미묘하다는 이유로 천사처럼 노래한다고 하죠. 지금은 온몸으로 노래하며 더 다양한 색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카운터테너 필립 자루스키 ⓒValentin Behringer. (사진=롯데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카운터테너 필립 자루스키 ⓒValentin Behringer. (사진=롯데문화재단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자루스키는 10세 때 바이올린을 시작했지만 노래에서 더 많은 기쁨과 자유를 느껴 성악가의 길을 택했다. 고음악 분야에 그치지 않고 낭만주의 음악과 현대 음악, 재즈까지 영역을 넓혔다. 현재는 지휘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저는 항상 제 자신을 가수라기보다 뮤지션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만의 앙상블 '아르타세르세(Artaserse)'을 가지고 있어서 그곳에서 지휘하며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사곤 했죠. 프랑스에서 2개의 오페라를 지휘했고, 이 역할을 하며 매우 행복했습니다. 무대에 서는 가수들을 지원하고 함께 호흡하는 걸 좋아해요."

자루스키는 2014년 내한 당시를 언급하며 "당시 매우 도전적인 프로그램을 해야 해 목소리를 아껴야 했고, 방문기간이 짧아 아쉬웠다"며 "그럼에도 한국의 역사에 대해 감동했고, 한국에서 먹었던 모든 음식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이번에는 일주일을 더 머물게 돼 시간이 많을 것 같아요. 한국에서 바흐를 공연할 수 있어 매우 감동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교양이 있고 다른 문화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죠."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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