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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사직 현실화 조짐…서울대병원은 "주1회 휴진" 검토

등록 2024.04.23 05:01:00수정 2024.04.25 07: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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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된 수술·진료 마무리 후 떠나겠다"

주 1회 외래진료·수술 모두 취소 논의도

"의대증원·필수의료 논의 의정협의체를"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지난 22일 오후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대교수가 환자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2024.04.22.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지난 22일 오후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대교수가 환자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2024.04.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이달 말부터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두 달 넘게 메워온 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암 등 중증질환과 필수의료 분야에 몸 담아온 교수들마저 병원을 떠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의료 공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오는 25일은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등에 반대해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되는 날로, 민법상 사직의 효력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앞서 각 의대 교수들은 지난달 25일을 기점으로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차원에서 사직서를 취합했다.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를 낸 후에도 병원을 지켜왔지만, 최근 환자들의 전원을 준비하거나 이미 예약된 진료와 수술 일정이 마무리되면 떠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소아청소년과·흉부외과·내과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도 예외는 아니다.

의대 교수들은 지난 1일부터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집중하기 위해 외래 진료와 수술을 대폭 조정했다. 하지만 두 달 넘게 병원 진료 전반의 업무를 도맡고 있어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태인 데다 절대적인 인력 부족으로 진료에도 차질이 빚어지면서 "더는 못 버티겠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강희경·안요한 교수는 지난달 28일부터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직 희망일이 8월31일로, 믿을 수 있는 소아신장분과 전문의 선생님들께 환자분을 보내드리고자 하오니 희망하시는 병원을 결정해 알려주시길 부탁드린다"는 안내문을 공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소아청소년 콩팥병센터를 운영하는 곳은 서울대병원이 유일하다.

서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병원에 남아 진료를 하는 교수라 하더라도 매주 1회 외래 진료와 수술을 모두 취소하는 방안을 23일 총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다른 '빅5' 병원의 소화기내과 A 교수는 "간·췌장암 환자의 경우 중증도가 높아 입원 환자들이 많다"면서 "혼자 30명 가량의 환자들을 다 진료하다 보니 외래 예약으로 들어오는 신규 환자는 아예 진료를 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5일이 되면 끝난다. 예약된 수술까지 마무리하고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 달 전께 사직서를 낸 최세훈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약속된 수술 환자들을 진료한 후 이달 말께 떠날 것"이라면서 "원래 내달 10일 정도 병원을 떠날 생각이었지만, 그 때까지도 못 버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수에게 있어 사직하는 것보다 더 센 저항은 없다"고 했다.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지난달 25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개신동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4층 해부학실습실이 텅 비어있다. 2024.03.25. jsh0128@newsis.com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지난달 25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개신동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4층 해부학실습실이 텅 비어있다. 2024.03.25. [email protected]

'빅5' 병원 뿐 아니라 지역의 대학병원 교수들도 들썩이고 있다. 충남대병원은 25일부터 매주 금요일 대부분의 외래와 수술을 휴진할 예정이다. 앞서 충북대병원은 이달 초부터 금요일 외래진료를 멈췄다.

의료계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고 필수의료를 살릴 실질적인 대책을 논의할 의정 협의체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최용수 성균관대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의대 정원은 의정 협의체를 구성한 후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 기구를 설치해 논의해야 한다"면서 "2025학년도 입학 모집요강 확정 마감 시한(5월)이 곧 도래하기 때문에 내년도 의대 정원은 동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고령화와 인구 감소, 인구 집단의 건강 상태, 의료 서비스 이용율과 목표량 등 수요 조사는 물론 의사 유입 및 유출 현황, 인공지능(AI) 도입 등 미래 의료 환경의 변화, 의대 교육 환경, 미래의 정책적 변화 등 공급 변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한 의사 수를 산출해 내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 비대위원장은 "의학교육평가원 평가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폐교된 후 인근 원광의대, 전북의대에 정원(49명)이 흡수됐는데, 교원과 강의실 확보 문제로 학생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던 2018년 서남의대 폐교 사례를 잊어선 안 된다"고 했다.

강성범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정부가 국민을 설득해 의료 생태계가 지속가능할 수 있는 적정한 수가 체계를 만들고, 의료전달체계를 정립하면 해결될 일을 2000명 증원을 밀어붙여 전공의들과 학생들이 병원과 학교를 떠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 생태계 붕괴 우려와 중증·암 환자 치료 지연을 감안해서라도 정부의 일방적인 실험은 멈춰야 하며, 협의와 조정의 방식이 필요하다"면서 "젊은이들이 가치 있는 필수의료에 당당하게 앞다퉈 헌신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제도를 만들기 위한 의정 합의체 구성이 절실하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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