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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필름] 칸은 클래식을 원한다

등록 2024.04.29 0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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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회 칸국제영화제 오는 14일 열려

경쟁부문 노장 감독 영화 다수 포진해

황금종려상 두 차례 포드 코폴라 감독

'메갈로폴리스'로 35년만에 칸에 초청

오디야르, 폴 슈레이더, 크로넨버그 등

트럼프 젊은 시절 다룬 '어프렌티스'도

프랜시스 데이비드 코폴라 감독.

프랜시스 데이비드 코폴라 감독.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자끄 오디야르,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자장커, 파올로 소렌티노, 요르고스 란티모스…이름만으로도 시네필을 설레게 하는 세계 최고 영화예술가들이 한 데 모인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을 남긴 명장을 필두로 자기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하고 그 세계를 거침 없이 확장해나가고 있는 거장들이 집결한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은 한 마디로 클래식하다. 칸 경쟁 부문이 다른 영화제보다 유독 경력자를 우대한다는 건 잘 알려진 얘기이지만, 특히 올해는 이른바 힙스터가 낄 자리가 전혀 없어 보인다.

◇전설이 온다

역시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영화는 '메갈로폴리스'다. 이 작품을 만든 사람이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85)이기 때문이다. 영화사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대부' 시리즈를 만든 코폴라 감독은 수식어가 새삼스러운 거장 중 거장, 전설 중 전설이다. 코폴라 감독의 전성기 위세는 칸에서도 대단했다. 그는 1974년 '컨버세이션'으로 첫 번째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1979년엔 '지옥의 묵시록'으로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차지했다. 그리고 코폴라 감독 영화가 칸 경쟁 부문으로 돌아오는 건 '지옥의 묵시록' 이후 35년만이다.
[클로즈업 필름] 칸은 클래식을 원한다


새 영화 '메갈로폴리스'는 일종의 아포칼립스물이다. 뉴욕이 완전히 붕괴되는 대재앙이 발생한 후 이곳을 유토피아로 만들길 원하는 건축가의 이야기를 그린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더스틴 호프먼, 애덤 드라이버, 샤이아 라보프,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등을 볼 수 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그 이름

칸이 사랑하는 프랑스 거장 자끄 오디야르(Jacques Audiard·72) 감독 신작 '에밀리아 페레즈'도 올해 칸에서 첫 선을 보인다. 오디야르 감독은 2015년 '디판'으로 황금종려상을, 2009년엔 '예언자'로 심사위원대상, 1996년엔 '셀프 메이드 히어로'로 각본상을 받았고, 내놓는 작품마다 경쟁 부문에 초청 받는 칸 단골 고객이다. 2018년엔 칸이 아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시스터스 브라더스'로 황금사자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오디야르 감독은 유력한 황금종려상 후보 중 한 명이다.
자끄 오디야르 감독.

자끄 오디야르 감독.


조에 살다나와 셀레나 고메즈가 주연한 '에밀리아 페레즈'는 멕시코 변호사 리타가 카르텔 두목의 의뢰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카르텔 보스는 어둠의 세계에서 영원히 사라지기를 원하고, 리타는 이 일을 돕게 된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

코폴라·오디야르와 함께 영화계를 대표하는 노장들도 칸에 온다. 먼저 폴 슈레이더(Paul Schrader·78) 감독이다. 슈레이더 감독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걸작 '택시 드라이버' '분노의 주먹'의 각본가로 잘 알려져 있다. 1985년과 1988년엔 '미시마' '패티 허트'가 칸 경쟁 부문에 초청 받은 적이 있고, 2019년에 내놓은 '퍼스트 리폼드'는 빼어난 완성도로 녹슬지 않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칸에 가져온 영화는 '오 캐나다'다. 우마 서먼과 리처드 기어가 주연한 이 작품은 베트남전 징병을 피해 캐나다로 도피한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폴 슈레이더 감독.

폴 슈레이더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David Cronenberg·81) 감독도 있다. 크로넨버그 감독은 1996년 '크래쉬'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적이 있고, 2002·2005·2012·2014·2022년에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국내엔 '폭력의 역사'를 포함한 이른바 '폭력 3부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신작 '쉬라우드'는 뱅상 카셀과 다이앤 크루거가 주연한 이 작품으로 성공한 사업가이지만 아내를 잃은 슬픔에 잠긴 한 남자가 죽은 자와 소통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


◇칸의 총아

칸이 유독 사랑하는 감독들도 만날 수 있다. 영국 여성 감독 안드리아 아놀드(Andrea Arnold·63), 중국을 대표하는 거장 자장커(賈樟柯·54), 미국 독립영화를 대표하는 숀 베이커(Sean Baker·53)가 그들이다.
션 베이커 감독.

션 베이커 감독.


아놀드 감독은 2006년 '레드로드', 2009년 '피쉬 탱크', 2016년엔 '아메리칸 허니'로 세 차례 심사위원상을 받은 칸의 총아다. 새 영화 '버드'는 함께 사는 삼부자(父子) 이야기를 그리며, 최근 전 세계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젊은 배우인 배리 키오건이 주연했다. 자장커 감독은 2013년 '천주정'으로 칸에서 각본상을 받았고, 경쟁 부문에만 6차례 초청된 경력이 있다. 이번에 내놓은 작품은 '풍류일대'로 자장커 감독 아내이자 배우인 자오타오가 주연을 맡았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로 잘 알려진 베이커 감독은 2021년 '레드 로켓'으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데 이어 새 영화 '아노라'도 또 한 번 칸에 간다. 이번 작품 역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성노동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영화로 나오고만 그 사람

문제적 인물을 다뤄 주목 받는 감독도 있다. 남다른 통찰과 새로운 감각으로 인정 받아온 알리 아바시(Ali Abbasi·43) 감독이다. 2018년 '경계선'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받았고, 2022년 '성스러운 거미'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아바시 감독이 이번에 내놓은 작품은 '어프렌티스'다. 세바스티안 스탠과 제레미 스트롱이 주연한 이 작품이 유독 큰 관심을 모으는 건 다루고 있는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영화 '어프렌티스' 한 장면.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어프렌티스' 한 장면. *재판매 및 DB 금지


'어프렌티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그린다. 1970~80년대 사업가 트럼프가 부동산 재벌이 되는 과정을 담았다고 한다. 얼개만 보면 평범한 전기영화일 것 같지만, 아바시 감독이 연출했다는 점에서 범상치 않은 작품일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아바시 감독은 '경계선'과 '성스러운 거미'를 통해 시대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눈과 함께 과감한 상상력을 보여준 바 있다.

◇잊지 말아야 할 이름들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아우르는 연출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 요르고스 란티모스(Yorgos Lanthimos·51) 감독, 이탈리아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인 파올로 소렌티노(Paolo Sorrentino·54) 감독은 각각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 '파르테노페'로 칸에 온다. 란티모스 감독은 2009년 '송곳니'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소렌티노 감독은 2008년 '일 디보'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적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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