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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퍼즐 맞춰야" 행불자 암매장 남은 과제는[5·18 44주년]<하>

등록 2024.05.09 09:00:00수정 2024.05.09 11:2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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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불인정 분류 떠나 정확한 행불자 규모 파악부터

'사후 수습했나' '조직적 은폐?' 의혹서 사실 규명해야

행불자 유전자DB 구축, 발굴조사 이어져야 진척 기대

"후속조사 염원" "다각적 규명 필요" "조사 참여 확대"

"진실퍼즐 맞춰야" 행불자 암매장 남은 과제는[5·18 44주년]<하>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44년 지나도 가족 품에 돌아오지 못한 5·18민주화운동 행방불명자의 진실은 숱한 규명 시도에도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추가 암매장 가능성을 가리키는 여러 증언과 정황에도 행불자 대다수가 어딨는지 아직 속 시원히 밝혀진 바 없다. 정확한 행불자 수조차 헤아리지 못했고, 암매장 유해의 조직적 사후 수습·은폐 의혹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암매장을 둘러싼 모든 의혹을 원점부터 전면 재조사할 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9일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따르면 5·18조사위는 다층 검증을 거쳐 추린 암매장 유력 추정지 3곳에서 집중 발굴 조사를 벌였지만 행불자 유해를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5·18조사위는 "다수 증언이 확보돼 행불자 암매장 자체는 사실이지만 유해를 발견 못 해 진상 규명할 수 없다"는 개운치 않은 결론을 내는 데 그쳐 후속 조사가 불가피하다.

다만 행불자 암매장 진실 찾기에 유의미한 시사점도 분명히 남았다.

5·18조사위는 진상 규명 활동을 통해 항쟁과의 연관성이 공식 인정됐지만 아직 유해조차 수습 못 한 행방불명자가 73명이라고 판단했다. 비공식 행불자 105명까지 포함하면 최대 178명에 이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5·18조사위가 진료기록 재확인과 가족유전자 대조를 벌인 결과, 민주묘지 무명열사 묘역에 묻혀있다 발견한 행불자 유해 3구 중 1구(故 신동남씨)는 그간 인정되지 않은 행불자로 밝혀졌다.

공식 인정 여부에 얽매이지 않고 행방불명 신고 대상자를 다시 전수 조사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민간인 집단 학살 희생자 신원부터 행방불명자들의 당시 최종 행적과 실종 경위 등을 다시 살펴보고, 공식·비공식 분류 없이 행불자 수를 정확하게 확정하는 것이 '진실 퍼즐' 찾기의 첫 단추라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무연고자나 주민등록증 발급률이 높지 않았던 당시 행방불명 신고가 누락됐을 수 있다며 이른바 '깜깜이 행불자'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허연식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2과장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열린 5·18진상규명 진단과 남겨진 과제를 주제로 한 '오월의 대화-제3차 시민토론회'에 참여해 조사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2024.01.11.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허연식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2과장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열린 5·18진상규명 진단과 남겨진 과제를 주제로 한 '오월의 대화-제3차 시민토론회'에 참여해 조사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2024.01.11. [email protected]



5·18조사위는 결과 보고서에서 암매장 유해가 군의 수습 과정을 거쳐 옮겨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
 
하나회 신군부가 5·18 항쟁 직후  군 작전문서 변개(다르게 바꿔 고침)와 자료 왜곡 등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행불자 유해의 가매장 뒤 수습·사후 처리 정황 역시 숨겨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매장 후 보고하라'는 헌병대 지시가 적힌 상황 일지를 비롯한 여러 정황과 계엄군 복수의 목격 진술은 있었지만, 이를 뒷받침하거나 진위를 가려낼 군 작전 문헌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모든 지시·보고 절차가 기록으로 남는 군 조직 특성을 고려했을 때, 의도적인 은폐가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5·18조사위는 설명했다.

행불자 가족과 5·18단체는 모든 의혹을 원점부터 전면 재조사할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5·18조사위가 새롭게 발견한 외신기자 촬영 사진·영상을 통해 행적 일부가 확인된 '꼬마 행불자' 이창현 군(당시 8세)의 누나 이선영씨는 진상 규명이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씨는 "동생의 행방이 여전히 묘연한데 5·18조사위 활동이 이대로 끝난다니 걱정이 앞선다. 조사 기구가 있어야 무언가 실마리를 풀 수 있지 않겠느냐"며 "책임 있는 기관이 계엄군의 양심 고백을 확보하는 등 관련 조사를 이어가길 간절히 염원한다"고 말했다.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16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행방불명자 묘소에 1980년 5월 당시 8살 나이로 행방불명된 이창현 군의 사진이 놓여있다. 2023.05.16. hyein0342@newsis.com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16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행방불명자 묘소에 1980년 5월 당시 8살 나이로 행방불명된 이창현 군의 사진이 놓여있다. 2023.05.16. [email protected]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이미 방대한 자료와 조사 경험이 있는 5·18기념재단 등 유관 기관도 진상 규명에 함께 참여할 권한을 보장하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국가 조사에서 미진한 점들을 민간 영역에서 이어받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 5·18조사위가 확보한 원천 자료도 민간 기관이 다시 살펴보고 보강 조사해야 한다. 진상 규명이 이대로 끝나선 안 된다"고도 역설했다.

송선태 5·18진상규명조사위원장은 "계엄군 수뇌부는 진술 회피 또는 부정 가능성이 높아 실효성이 높지 않다. 한계가 있다 해도 암매장 관여 계엄군 장병 대상 '상향식' 조사가 필요한 이유다"면서 "아직 증언하지 않은 이들이 많다. 이들이 주저 없이 진솔한 고백을 할 유인을 만들 수 있도록 다각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항쟁 이후에도 신군부가 암매장지를 돌며 이미 보고된 유해 수를 헤아렸다는 증언이 있다. 문서주의 행정 체계를 갖춘 군 특성상 반드시 기록이 있을 것이다. 끈질긴 문헌 추적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5·18조사위가 구축한 행불자 가족의 유전자 데이터베이스(DB)로 상시 대조 검사가 가능해진 만큼, 유해 발굴 조사가 계속된다면 진척이 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대인 광주시청 5·18진상규명팀장은 "행불자·암매장 문제는 완전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현재 지자체 차원에서는 유전자 채취·대조 검사를 지원할 수 있다"며 "추후 권한이 있는 후속 조사 기구가 꾸려지면 적극 협조할 것이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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