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세상 떠난 조각가 이종빈…부인 나화주 "드로잉전" 약속 지켰다
이종빈 회고전 '무거운 스케치북' 11일부터
금산갤러리·동산방갤러리서 동시 개최
1990년대 독창적 조각가로 유명…배우 이동하 아버지
이종빈 자소상, 2014, 합성수지 채색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드로잉전 해드릴게요."
병마와 5년 반 투병하던 남편이 2018년 7월 세상을 떠났다. 부인 나화주 씨는 약속했다. "꼭 드로잉전을 열겠다"고.
조각가 故 이종빈(1954~2018)이 향년 64세로 별세하고 6년 후 부인은 그 약속을 지켰다. 오는 11일부터 서울 소공로 금산갤러리와 인사동 동산방갤러리에서 '이종빈 회고전'을 개최한다.
"생각보다 전시가 커졌다"며 감개무량한 표정을 보인 부인은 여전히 남편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내비쳤다. 1979년 졸업한 홍익대 조각과 CC였다. 결혼해 이탈리아로 유학(로마 국립미술아카데미 조각과)을 같이 갔고 그곳에서 아들을 낳았다. 이종빈 작가는 '잘생긴 작가'로도 유명했는데, 아들은 현재 배우가 됐다. 연극 ‘킬롤로지’ 등에 출연한 이동하로, 지난해 11월 그룹걸스데이 출신 배우 소진과 결혼했다.
코리아디자엔센터 로비에 설치된 이종빈의 '신인류-신디자인' 조형물. *재판매 및 DB 금지
"2003년인 50세에 경희대 미술대학 조교수로 임용되면서 후학들을 위해 열정을 불태웠어요. 북경에 스튜디오를 만들어서 제자들이 해외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하고 방학 때면 비엔날레도 같이 가고…"
부인 나화주씨는 "(늦게)교수가 되어 일을 너무 많이 열심히 했다"면서 "에너지를 많이 쓴 탓인지 2008년 12월 뇌종양에 걸려 작품 활동을 못했다"고 했다. "수술하고 나서 잘 회복되어 대학에 4년 반은 출강을 했고, 5년 반은 투병 생활을 해 개인전은 못하고 그룹전만 가끔씩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가가 힘들게 살 때는 작품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면서 "2002년 완공된 코리아디자인센터 1층에 거대한 조각상인 '신인류-신디자인'은 생전 남긴 역작이 됐다"고 했다. 가로 20미터, 무게 2.5톤의 이 조각은 지상 5미터 높이의 허공에 매달린 코리아디자인센터의 상징이다. 작품 제목처럼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시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신인류의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12년이 지난 현재에도 철학적이고 미래적인 아우라를 뽐낸다.
이종빈 작가는 생전 고전 조각의 전통과 경계를 허문 형태의 작업으로, 인간 형상의 비현실적인 극적 변형 조각과 기이한 초현실적 드로잉을 남겼다. 부인은 남편이 남긴 드로잉 450여점 스케치북은 40여 권, 조각품은 90여 점 정도라고 밝혔다.
이종빈, Distortion 왜곡, 1997, Steel casting, 96 ×124 × 180 cm *재판매 및 DB 금지
금산갤러리와 동산방갤러리는 드로잉과 조각작품등 120여점을 양쪽에서 나눠 전시한다.
금산갤러리 황달성 대표는 "이종빈은 끊임없는 조형적 실험의 선구자 였다"며 "이번 회고전은 '무거운 스케치북'을 타이틀로 전시를 구성, 1990년대를 이끈 조각가 이종빈의 작업세계를 재조명한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이종빈 작가와는 부산 동아고 동문이자 1년 후배로 생전 작가의 개인전(1997년,2002년)을 두 번 열기도 했다. 황 대표는 "이 작가는 1990년대 박여숙 갤러리와 서화갤러리에서 전시를 하면서 혁신적인 작품으로 화단에 충격을 주었고, 판매도 잘되어 미술계 주목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동산방 박우홍 대표는 "생전 좋아했던 작가로 전시를 한다길래 흔쾌히 같이 하자고 했다"면서 "건강이 안 좋아 작업을 못하고 중간에 작업이 끊기고, 별세하면서 잊혀지고 있는 작가가 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박 대표는 "이종빈 작가는 독특한 작업 세계로 촉망받은 작가였고, 미협을 개선하려고 한국미술협회 이사로도 활발히 활동하며 미술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조각가였다"고 회고했다. 공공미술법으로 조각이 대형화되면서 화랑가에서 조각 장르가 소외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번 이종빈의 회고전을 통해 조각 작품의 예술성과 아름다움을 재조명하겠다는 취지다.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은 인간 모습의 극적 변형을 표현한 조각부터, 기이한 초현실적 드로잉까지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시도로 호기심과 놀라움을 선사한다. 아이디어와 함께 조각의 밑그림을 그린 스케치북은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고 SF적인 독특한 작품들로 가득하다. 전시는 25일까지 열린다. 관람은 무료.
이종빈, 드로잉 1982-1983 *재판매 및 DB 금지
이종빈, Nudo con Tigre, 1988 *재판매 및 DB 금지
이종빈, 독립가옥들이 있는 풍경, 1992, 나무에 채색, 65 × 100 × 10 cm *재판매 및 DB 금지
이종빈, Centaur 켄타우로스, 2013, Synthetic resin, painted, 115 × 51 × 80 c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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