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보험사 '각자도생'…'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12년째 표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가입자 보험금 청구 편의성 향상 취지
핀테크·빅테크사 도전장…보험사, 의료데이터 확보 니즈 커져
의료계, 비급여 진료 데이터 축적 따른 수가 인하 압박 우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으로 제기된 보험업법 개정안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서울=뉴시스] 배진교 정의당 의원,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무상의료운동본부 공동주최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으로 제기된 보험업법 개정안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참여연대' 유튜브 화면 캡처) 2021.06.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1/06/02/NISI20210602_0000758530_web.jpg?rnd=20210602102146)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으로 제기된 보험업법 개정안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서울=뉴시스] 배진교 정의당 의원,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무상의료운동본부 공동주최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으로 제기된 보험업법 개정안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참여연대' 유튜브 화면 캡처) 2021.06.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치료비를 지급하는 보험으로 가입자만 3400만 명에 달해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린다.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소비자의 편익을 위해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권고한 이후 12년째 도입 여부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18년 관련 법안이 발의됐고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5건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는 전국의 모든 병원과 보험사를 전산망으로 연결해 가입자가 보험금을 보다 편리하게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가입자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받아 보험사에 제출할 필요가 없어진다. 병원에 요청하면 병원은 의무적으로 보험사에 진료비 계산서, 영수증 등 증명서류를 전송하도록 하고 있다.
너도나도 뛰어드는 보험시장...보험사, 의료 데이터 확보나서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실손보험이 청구된 총 7944만4000건 중 데이터 전송에 따른 전산 청구는 9만1000건으로 전체의 0.1%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네이버파이낸셜·쿠팡페이 등 일부 핀테크 회사들이 보험상품 중개 플랫폼 서비스에 나서고 있고,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사(인터넷 플랫폼 기반 대형 IT기업)는 보험사와 제휴해 보험상품을 중개하거나 아예 직접 보험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가 간소화되면 보험사는 병원이 실손보험을 청구하기 위해 보험사에 제공한 관련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으로 적자를 보고 있음에도 보험금 청구를 간소화하려는 이유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로 전체 진료량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손보험에서만 무료 3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봤다.
손해보험협회는 "고객의 동의 없이 보험사가 독단적으로 고객 정보를 활용할 수 없게 돼 있다"면서 "진료비 내역서와 영수증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험사로 보내지는 것은 아니고, 업무 외 사용금지 등 안전장치도 법에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 등 5개 의약단체는 16일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보험업법 개정안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의협 제공) 2021.06.16](https://img1.newsis.com/2021/06/16/NISI20210616_0000768363_web.jpg?rnd=20210616174802)
[서울=뉴시스]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 등 5개 의약단체는 16일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보험업법 개정안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의협 제공) 2021.06.16
의료계, 수가 인하 압박 우려...개정안 폐기 촉구
대한병원협회는 "가입자의 불편으로 인한 절차를 개선할 의무는 계약 관계인 보험사가 해야하는데, 의료기관이 서류 전송 주체가 돼 불편한 업무를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환자의 진료 정보가 민간 보험사에 데이터로 전송되면 결국 보험사는 개인의 의료 정보를 전산화해 축적·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제3자에 유출될 가능성이 있어 편익보다 폐해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의료계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현재 병원마다 가격차가 크지만 공개되지 않고 있는 도수 치료, 체외 충격파 같은 비급여(건강보험 비적용 진료비) 진료 데이터 축적에 따른 정부의 의료 수가 인하 압박이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의료기관과 보험사 사이의 의료정보 전송 중계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두어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줄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심평원은 정보만 전달할 수 있을 뿐 이를 보관 또는 사용하면 처벌할 수 있다는 규정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심평원이 의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급여 항목의 가격을 통일할 수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심평원이 비급여 진료비를 낮춰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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