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앙팡 테리블' 서종현·신채경 "희곡 구체화 과정 매력"
【서울=뉴시스】신채경, 극작가(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하지만 1990년에 태어난 서종현·신채경 작가를 보고 있노라면 연극계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명진)의 '2015 연극 창작 산실 대본공모전'에서 각자 최우수상(인어; 바다를 부른 여인)과 우수상(소나기 마차)을 받으며 연극계 '앙팡 테리블'로 떠올랐다. 창작 산실 역대 최연소 당선자들이다.
지난해 말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박정희 연출로 공연한 서 작가의 '인어; 바다를 부른 여인'은 안데르센의 '인어 공주'를 시적이면서 현실적으로 2016년에 맞게 변형했다는 평을 받았다.
살아있는 모든 것을 녹이는 소나기가 세상을 잠식해가는 세기말, 사륜마차를 타고 공연을 다니는 극단 이야기인 '소나기 마차'(2월 10~26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는 신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눈길을 끈다.
최근 청년들의 거리인 홍대 앞에서 만난 서 작가와 신 작가는 "하나 하나 공 들여서 작품을 현실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의미가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뉴시스】신채경, 극작가(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일상 언어에 대한 집착은 없어요. 배우가 무대 위에서 자연스런 말을 써야 하고 일상의 말투를 그대로 써야 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희곡을 들려주는 무대라고 생각해 산문적이고 문학적인 걸 추구하죠."
그런 추구하는 바가 이번 작업에서 가장 힘들었다. "배우들은 최대한 자연스런 것, 내추럴한 보이스, 자연스런 몸짓, 리얼리즘 연기를 추구하기 때문에 문학적인 문체가 정서 구축을 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었거든요."
극중극으로 전개되는 '소나기 마차'는 신 작가가 연극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극을 쓴 희곡이다.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소나기 마차' 속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소나기라는 건 피할 수 없고 젖게 될 수밖에 없는 대상인데, 연극을 하는 분들은 연극 속에서 현실이랑 괴리감을 느끼면서 희열도 느끼고. 그 모순을 풀어가는 것이 흥미롭더라고요."
【서울=뉴시스】서종현, 극작가(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공모는 젊은 작가들에게 소중한 기회가 됐다. 세대와 상관없이 작가들의 잠재력을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예술 안에서 자유롭게 뭉치고 소통하고, 연결이 가능하죠. '창작산실은 극단이나 개인의 영예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당선된 작품의 예술성을 본다'는 문구가 마음이 들었죠."(서종현)
"엄청난 기회에요. 제가 데뷔한 해 공모에 당선됐으니 너무 큰 선물이었죠. 앞으로 '진짜 제대로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독해 과정 등을 통해 제 희곡이 구체화되는 과정이 좋았어요."(신채경)
【서울=뉴시스】신채경, 극작가(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희곡만 써서 먹고 살기는 아직까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소나기 마차' 역시 돈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다루죠. 다른 일을 하면서도 최소한 2시간씩 글을 쓰며 감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하는데, 현실에서 그렇게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있는 와중에도 귀는 열어두려고 해요. 생생히 살아 있는 현장의 말을 취재할 수 있거든요."(신채경)
볼거리가 많은 시대에 여러 힘든 상황에서도 두 작가가 연극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성취감이 있어요. 예를 들어 2시간 동안 100명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잖아요. 영화만 해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인데, 연극은 도를 닦는 심정으로 있어야 하죠. 그런 견디는 에너지가 없으면 함께 할 수 없는 장르죠."(서종현)
"극장이라는 공간 자체가 좋아요. 암전 이후 울려퍼지는 희곡은 제 목소리인데 무대로 옮겨지면서 배우들이 각자 자기 목소리를 내고, 결국은 스태프를 포함해 모든 목소리를 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이 너무 매력적이죠."(신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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