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반입금지 불온서적' 저자들, 11년 만에 국가배상
파기환송심, 원고 측 일부승소 판결
재판부, 원고 200만~500만 배상선고
대법 "일괄적 불온서적 지정은 위법"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8부(부장판사 설범식)는 홍세화, 김진숙씨 등 저자 14명과 후마니타스 등 3개 출판사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고 각 원고에게 200만~500만원 상당의 배상액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국방부의 지시는 일반 공공장소가 아닌 군부대라는 특수한 장소에서 사상이나 의견 전파를 제한하는 경우로,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로는 인정되지 않는다"면서도 "서적에 나타난 사상이나 의견 등 내용을 문제삼아 반입을 금지하는 공권력 행사는 그 대상이 현역 장병에 국한되더라도 원고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고 설명했다.
또 "불온서적이라는 표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예훼손적 또는 모욕적 표현에 해당한다"면서 "'핵과 한반도' 등 3권의 경우 불온서적 지정이 국방부 장관의 권한 범위 내에서 이뤄져 위법이라 볼 수 없으나 나머지 서적들까지 불온서적으로 지정한 것은 원고의 외적 명예를 침해한 위법행위"라고 판시했다.
아울러 "국방부 측에서는 이 지시와 원고들의 손해 사이 인과관계가 없고 고의나 과실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면서 "국방부 장관 등이 지시에 앞서 충분한 심사를 거쳤다고 볼 수 없는 이상 나머지 서적들에 대한 충분한 검토없이 불온서적으로 지정한 행위에 과실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2008년 국방부는 김진숙씨의 '소금꽃나무'(후마니타스 출판) 등 23권을 불온도서로 지정하고 반입금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공문을 하달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출판사와 저자들은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국방부 장관의 행위가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거나 업무 방해·재산권 침해 등의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지시 역시 직무수행의 재량권 범위 내에 속한다"며 국방부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책들은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해치기보다는 오히려 사회 일반에서 양질의 교양도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책들도 포함돼 있다"며 "불온서적에 해당하지 않는 서적들까지 일괄해 지정한 조치는 위법한 국가작용"이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