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해외에 '디지털세' 낸다…세수 감소 가능성
IF, 디지털세 부과 합의안 추진키로
매출 27조 이상 기업, '과세권' 이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포함될 듯
"세수, 선진국→개도국으로 넘어가"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딜라이트 매장 입구. 2021.04.07.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세계 무대에서 큰돈을 버는 다국적 기업에 여러 국가가 함께 세금을 물리자"는 디지털세(Digital Tax) 부과 합의안에 의견이 모였다.
연 매출액이 200억유로(약 27조원)를 넘고, 10% 이상의 이익률을 내는 다국적 기업이 그 대상이다. 업종 기준으로는 금융업·채굴업·국제 해운업만이 제외됐다.
정부는 1~2개 국내 기업이 디지털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내다본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유력하다. 이에 따라 정부의 세금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소득법인세정책관(국장)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디지털세를 논의하는 조직 'IF(Inclusive Framework)'가 지난 1일(현지 시각) 제12차 총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합의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합의안은 다국적 기업에 합당한 세금을 물리기 위해 2가지 사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초과 이익 일부에 세금을 물릴 수 있는 권리(과세권)를 해당 매출액이 생긴 시장 소재국에 배분하는 것이 1번째다. 이것을 '필라(Pillar) 1'이라고 부른다. 세계 각국이 매기는 법인세율에 '15%'의 하한선을 두자는 것이 2번째다. 필라 2다.
필라 1은 구글이 만든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과거 제조 기업이 대부분이던 시절 생긴 국제 조세 조약은 '이익을 낸 기업은 본사·공장 등 물리적 사업장이 있는 곳에서 세금을 거두는 것'을 원칙으로 뒀다.
그러나 구글처럼 공장을 돌리지 않는 소프트웨어(SW)를 팔며 큰 이익을 내는 기업이 등장했다. 이들 기업은 기존 국제 조세 조약에 따라 세계 수백개국에서 돈을 벌지만, 본사를 둔 1개국에만 세금을 냈다. 지난 2015년 디지털세 부과 논의가 시작된 계기다.
이번 합의안에서는 "적용 대상 기업의 세계 이익 중 이익률 10%를 넘는 초과 이익 중 20~30%의 과세권을 시장 소재국에 나눠준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때 시장 소재국은 '재화·서비스가 소비되는 곳'으로 정하고, 기업 간 거래(B2B) 등의 매출 귀속 기준을 어떻게 둘지는 나중에 정하기로 했다.
필라 2는 조세 회피처라고 불리는 저세율 국가 때문에 생겼다. 자원과 인구가 적은 일부 국가는 법인세율을 파격적으로 낮춰 다국적 기업의 본사를 유치, 국가 경제를 키우는 전략을 썼다. 아일랜드(법인세율 12.5%)·홍콩(16.5%)이 대표적이다. 국가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올려야 하는 미국이 조세 회피처를 무력화하자는 이 논의를 이끌었다.
필라 1의 경우 연 매출액이 200조원 안팎인 삼성전자, 30조원 수준인 SK하이닉스가 적용 대상이 된다. 이 경우 정부의 세수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과세권 일부가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넘어가는 구조라서 그렇다.
정정훈 국장은 "세수를 나눠주는 기업은 선진국일 수밖에 없다"면서 "플러스(+)·마이너스(-) 요인을 따지면 산업이 발전한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세수가 일부 배분된다"고 말했다.
필라 2의 경우 초기에는 일부 긍정적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세수 증대 효과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정부 전망이다.
정정훈 국장은 "실효 법인세율 15%에 따라 세계 경제가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세계적으로 재정이 더 확보될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국가에 따라서는 플러스·마이너스 요인의 변화가 있을 것 같다. 각국이 이런 구조에 맞춰가다 보면 이 제도 시행 후기로 갈수록 한국은 직접적 세수 증대 효과가 다수 반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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