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모성은 변하지 않는다"…'손숙의 어머니'

【서울=뉴시스】 홍찬선 기자 = 2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연극 '어머니'리허설에서 이윤택 연출이 배우들의 연기를 바라보고 있다. 연극 '어머니'는 오는 31일 첫 공연 된다. 2015.01.30. mania@newsis.com
'손숙의 어머니'는 올해 15년째를 맞았다. 대사가 '외워질 수밖에' 없는 세월이다. 손숙은 그러나 허투루 내뱉는 음절 하나 없다. 동선과 소품의 배치를 위해 같은 장면을 몇번 되풀이해도 매번 진심이 녹아 있다.
이윤택(64) 예술감독이 이끄는 연희단거리패의 작품이다. 이 감독이 극작과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20여년 전 그가 자신의 어머니와 나눈 대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이 감독은 손숙이 주저 앉는 장면에서 "다치면 큰일 난다"면서 "조심히 앉으세요"라고 했다. 친 어머니 걱정하듯 애정이 듬뿍 담긴 말투다. 그는 "세상에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서 "변하는 것은 예정, 입장, 삶의 태도 등이다. 모성은 변하지 않는다. 모성은 본성"이라고 말했다.
연습 때 같은 장면을 수없이 반복하지만 연극은 실제 공연을 시작하면 '사라지는 예술'이 된다. 이 감독은 그런데 "그것을 15년간 유지했다는 건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라면서 "시간을 버텨냈다는 점에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앞으로도 시간 속에 잊혀지지 않는, 낡지 않은 작품으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서울=뉴시스】 홍찬선 기자 = 배우 손숙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연극 '어머니'리허설에서 열연을 하고 있다. 연극 '어머니'는 오는 31일 첫 공연 된다. 2015.01.30. mania@newsis.com
"'신주단지'에 담은 큰 아들, 자신이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과 낳은 씨 다른 아들의 재를 혼자만 알고 있다가 나중에 드러낼 때, 문맹인 어머니가 문맹을 깨우치고 드디어 이름 석자를 쓸 때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것 같다."
이 예술감독은 '손숙의 어머니'가 명동예술극장공연 무대에 오른다는 점도 특기했다. "극을 크게 나누자면 민중극과 중산층을 위한 연극이 있다. 민중극은 관객들과 동화되는 일체감이 중요하다. 그래서 연극의 리듬이 최고 중요하다. 그런데 명동은 전형적인 중산층을 위한 극장"이라고 짚었다.
좌석 배치, 극장 구조, 무대와 거리를 두고 자신의 성찰을 하게끔 돼 있다는 것이다. 중산층을 위한 연극은 '거리 두기'의 연극이라고 정의한 이 감독은 "그렇기에 일체화보다는 '개인의 성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리듬보다는 이미지 중심, 미장센을 중시하고 모던한 느낌을 강조하려고 노력했다."

【서울=뉴시스】 홍찬선 기자 = 배우 손숙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연극 '어머니'리허설에서 열연을 하고 있다. 연극 '어머니'는 오는 31일 첫 공연 된다. 2015.01.30. mania@newsis.com
이 감독은 '손숙의 어머니'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는 결국 "삶"이라고 했다. 연희단 거리패가 안톤 체홉극 중 처음으로 올리고 있는 '바냐 삼촌'의 원작 '바냐 아저씨' 속 대사를 인용했다. 쏘냐가 바냐에게 '결국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부분이다. "바로 그런 것이다. 삶의 악착성. 삶은 계속돼야 한다."
'손숙의 어머니' 31일부터 2월16일까지 명동예술극장. 김소희를 비롯해 김미숙, 김철영, 윤정섭 등 연희단거리패 간판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러닝타임 115분(인터미션 15분 포함). 2만~5만원. 연희단거리패·명동예술극장. 1644-2003
realpaper7@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