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떡볶이 노포 따라 걷는 서울
건강 365
술도 안 마시는데 지방간…간이 보내는 경고였다
간은 흔히 '침묵의 장기'라고 부른다. 간암은 사망률이 높은 암으로 초기에는 뚜렷한 이상 증상이 없어 상당히 진행된 후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대한 간학회에 따르면 국내 간암 환자의 48.8%는 진단 당시 이미 암이 진행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가데이터처의 '2022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간암은 40대에서 인구 10만 명당 사망률 5.3명, 50대에서 16.9명으로 해당 연령대의 주요 암 가운데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특히 경제활동이 활발한 시기에 발생하는 간암은 개인과 가족의 삶은 물론 사회경제적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지방간 단계부터 간 상태를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간은 이름 그대로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인 상태를 말한다. 정상적인 간에도 소량의 지방은 존재하지만, 간세포의 5% 이상에 지방이 쌓이면 지방간으로 진단한다. 흔히 간을 손상시키는 원인으로 술만 떠올리지만 오히려 술과 관계없이 생기는 지방간이 더 흔하다. 이전에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불리던 질환은 현재 대사 이상 지방간질환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비만·당뇨병·고지혈증 같은 대사 이상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성인의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유병률은 24.1%로 4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비만이나 당뇨병이 있다면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지방간을 의심해 봐야 하는 이유다. 지방간은 생활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제 국립보건연구원 분석에서 건강한 식생활과 충분한 신체활동을 함께 실천한 사람은 지방간 위험이 약 32% 낮았다. 그런데 젊은 층에서는 신체활동과 식생활 지표가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2030의 유산소 신체활동 실천율은 모두 1년 전보다 낮아졌다. 지방 섭취 비율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2030 남녀 모두 권고 상한선인 30%를 넘었다. 체중도 함께 늘어 30대 남성의 비만 유병률은 59%로 1년 새 9.9%p 증가했다. 비만은 지방간의 주요 위험요인인 만큼 젊다고 안심할 수 없다. 흡연도 지방간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문형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이 대규모 코호트 연구 20편을 메타분석한 결과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지방간 위험이 14% 높았다. 흡연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간세포에 지방이 쌓이게 한다. 또 니코틴이 지방 분해를 촉진해 늘어난 지방산이 간으로 되돌아가 쌓이기도 한다. 문제는 지난해 젊은 층의 담배제품 사용률이 늘었다는 점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20대 남성은 29.5%에서 33.2%로 늘었고, 30대 여성은 7.5%에서 13.9%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이문형 교수는 “담배는 폐뿐 아니라 간에도 부담을 주는 위험 요인”이라며 “지방간을 예방하고 관리하려면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간은 발견 이후 관리가 중요하지만 진단을 받고도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지방간 환자 1000명을 분석한 결과 79.9%는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지방간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후 의료기관을 찾은 비율은 57.7%에 그쳤고 나머지 42.3%는 아무런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 병원을 찾지 않은 이유로는 ‘심각한 상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41.6%)가 가장 많았다. 문제는 방치하는 사이 지방간이 더 심각한 단계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은 간에 지방만 쌓인 단순 지방간에서 시작해 염증으로 간세포가 손상되는 지방간염을 거쳐 간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 환자 대부분은 심각한 간질환으로 악화하지 않지만 약 5~18%는 간경변증에 이른다. 이 중 해마다 약 2.6%는 간암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방간의 영향은 간에서 그치지 않는다. 실제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환자의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은 간질환이 아닌 심혈관질환이다. 지방간은 심근경색·뇌졸중은 물론 당뇨병과 만성 콩팥병 위험까지 높일 수 있어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지방간은 일반적으로 복부 초음파 검사로 진단한다. 진단 후에는 간이 얼마나 굳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이 딱딱해지는 섬유화가 심할수록 간경변증과 간암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부 초음파만으로는 섬유화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이때 필요한 검사가 간섬유화 스캔이다. 초음파 원리를 이용해 간의 탄성도와 지방량을 수치로 측정하는 검사로 바늘을 넣지 않아 몸에 부담이 적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환자는 대부분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만큼 식사 조절과 운동을 통한 체중 감량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체중을 3~5%만 줄여도 지방간이 호전될 수 있고 7~10%를 감량하면 간섬유화를 포함한 지방간염 상태도 대부분 개선될 수 있다. 이문형 교수는 "1주일에 1㎏ 이상 급격히 체중을 줄이면 오히려 지방간이 악화하고 간섬유화가 촉진될 수 있다"며 "식사는 세 끼를 거르지 않되 한 끼 양을 조금씩 줄이고 기름진 음식이나 과당이 든 음료는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은 빠르게 걷기나 자전거,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을 주 3회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지방간은 당뇨병·고지혈증·고혈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기저질환이 있다면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문형 교수는 "검진 결과지에 적힌 지방간은 간이 보내는 첫 번째 경고장"이라며 "비만·당뇨병이 있다면 간섬유화 검사와 함께 식습관과 운동, 기저질환 관리까지 이어가야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진행할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캠핑 다녀온 뒤 열 나네"…혹시 감기 아닌 '이것'?
열이 나고 몸살 기운이 있으면 감기나 독감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야외활동 후 발열이 나타났다면 가을철 열성질환도 의심해야 한다. 가을철을 맞아 등산이나 캠핑, 농작업 등 야외활동이 늘면서 진드기나 설치류를 통해 감염되는 열성질환 의심 환자도 늘고 있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열성질환에는 쯔쯔가무시증,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신증후군출혈열, 렙토스피라증 등이 있다. 이들 질환은 초기 증상이 발열, 오한, 두통, 근육통 등으로 감기와 비슷해 최근 야외활동 여부를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쯔쯔가무시증과 SFTS는 진드기에 물려 감염될 수 있어 가을철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쯔쯔가무시증은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발생하며 발열, 두통, 근육통, 발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물린 부위에 검은 딱지인 '가피'가 생기는 것이 특징이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부위에 생기거나 확인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SFTS는 바이러스를 보유한 참진드기에 물려 감염되는 질환이다. 물린 뒤 5~14일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과 구토, 설사 등 소화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혈소판과 백혈구 감소가 동반되기도 한다. 중증으로 진행하면 의식 저하나 다발성 장기부전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효과가 입증된 예방백신과 치료제가 없어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염된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을 통한 전파 가능성도 있으므로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직접 접촉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설치류와 관련된 감염병도 살펴야 한다. 신증후군출혈열은 한타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며, 감염된 설치류의 배설물이나 소변 등이 묻은 먼지에 노출돼 감염될 수 있다. 렙토스피라증은 감염된 동물의 소변에 오염된 물이나 흙과 접촉하면서 발생하는 세균성 질환이다. 농작업이나 수해복구처럼 오염 가능성이 있는 물과 흙에 접촉할 때는 피부 상처나 점막을 통해 감염되지 않도록 장갑과 장화 등 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한다. 가을철 열성질환을 예방하려면 야외활동 시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긴소매와 긴바지, 긴 양말, 장화를 착용하고 진드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용대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감염내과 과장은 "풀밭에 옷을 벗어두거나 그대로 눕지 말고, 휴식할 때는 돗자리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며 "야외활동 후에는 입었던 옷을 세탁하고 샤워하면서 머리카락과 귀 주변, 겨드랑이, 허리, 무릎 뒤 등 진드기가 붙기 쉬운 부위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치류 매개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쥐의 배설물이나 소변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오염 가능성이 있는 물이나 흙을 다룰 때 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한다. 신증후군출혈열은 감염 위험이 높은 사람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이 가능하므로 농업 종사자 등 고위험군은 의료진과 상담해 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야외활동 후 발열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다. 야외활동 후 수일에서 수주 이내에 갑자기 열이 나거나 오한, 두통, 근육통, 구토·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단순 감기로 생각하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고열이 지속되거나 의식이 흐려지는 등 상태가 악화되면 신속하게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진료 시에는 최근 등산이나 농작업, 캠핑 등의 야외활동 여부와 진드기 물림, 설치류나 동물과의 접촉 가능성을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가을철 열성질환은 예방수칙을 지키는 것만큼 증상이 나타났을 때 신속하게 진료받는 것도 중요하다. 야외활동 후 발생한 발열을 계절성 몸살로 여기고 넘기기보다 진드기와 설치류 매개 감염병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적절히 대처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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