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성별갈등 어쩌나…女 75% "여성차별"vs. 男 51% "남성차별"
여성정책硏, 19~34세 청년 6570명 인식조사
19~24세에서 격차 최대…"온라인 논쟁 경험"
"남초·여초 커뮤니티 통한 정보 차이가 원인"
'최근 극단선택 생각' 여성 33% > 남성 19%
[서울=뉴시스]지난 2018년 10월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서 열린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시위'에서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불편한 용기는 '홍대 몰카 사건'을 계기로 여성에게만 수사가 가혹하게 진행된다는 점을 비판하며 시위를 진행했던 바 있다.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연구진은 기성세대와 달리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성장했지만 가정, 학교, 직장에서 간접적 성차별 피해를 겪으며 이 같은 인식차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청년 세대가 즐겨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이른바 '남초' 또는 '여초'로 분리돼 생긴 정보 격차도 원인으로 꼽혔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실제 청년 세대 안의 젠더 갈등 양상을 수치로 확인한 양적 연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청년의 생애과정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과 미래 전망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10월17일부터 11월23일까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 만 19~34세 청년 6570명을 상대로 성장과정과 성차별 경험을 물었다. 비교집단군인 만 15세~18세 청소년, 35~39세 후기 청년을 합하면 총 1만101명이 이번 연구에 참여했다.
조사 결과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74.6%였으나, 남성은 18.6%에 불과했다. 남녀가 평등하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17.7%, 남성은 29.7%였다.
반면 '우리 사회가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느낀 남성은 51.7%에 달했고, 여성은 7.7%였다.
여성 또는 남성이 차별을 당한다는 인식과 그 차이는 20대 초반에서 가장 컸다.
19~24세 여성 중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느끼는 여성은 77%였다. 반면 같은 연령대에서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남성은 54.1%였다.
인식차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점차 줄었다. 25~29세에서는 여성 74.9%, 남성 52.5%가 각자의 성별이 차별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30~34세에서는 여성 71.5%, 남성 47.8%였다.
마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19~24세 연령대가 "직접적으로 디지털 네이티브(native, 태생인 사람) 세대에 해당이 된다"며 "2000년대 중반 온라인에서 젠더 관련 논쟁이 많았고, 그 부분에 대한 경험이 누적돼 인식 격차가 나타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 실장은 "디지털 공간이 남초, 여초 이런 공간으로 많이 분할이 돼 있다"며 "남성들은 남성 공간을 주로 이용하면서 성 불평등에 대한 정보를 얻고, 여성들은 여성 공간에서 얻다보니 그런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나 본다"고 진단했다.
실제 누리꾼들 사이에서 주 이용자층의 성별을 중심으로 남성이 많은 곳은 '남초', 여성이 많은 곳은 '여초' 커뮤티니로 일컬어진다.
학계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한국 인터넷 문화의 발전 과정에서 젠더 이슈에 관한 크고 작은 논쟁을 거치며 성별화된 방식으로 분화, 발전해 왔다는 분석이 있다.
마 실장 등이 지난해 3월 내놓은 '청년 관점의 ‘젠더 갈등’ 진단과 포용국가를 위한 정책적 대응 방안 연구(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보면, 연구진은 남초·여초 커뮤니티가 각자 성(性)에 대한 논의에 있어 "대립적 양상을 띈다"고 진단했다.
이번 연구에서 청년층은 성장 과정에서 대체로 동등한 기대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부모님은 '나의 일류대학 진학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응답은 여성 48.3%, 남성 54.4%로 남성이 소폭 높았다. '나의 미래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는 답변은 여성 65%, 남성 72.2%였다.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발표나 대외활동 참여 기회는 여성 91.4%, 남성 87.6%가 성별에 따른 차이 없이 '똑같이 주어졌다'고 밝혔다.
남성과 여성은 각자의 삶과 일터에서 성별 고정관념에 따른 성차별을 겪었다고 답변했다.
중·고교 재학 시 '무거운 것을 드는 일은 남학생에게 더 많이 주어졌다'는 응답은 여성 82.3%, 남성 80.7%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청년 가운데서는 여성 37%가 '남성을 선호해 채용을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남성은 40.8%가 '여성을 선호해서 거절당한 적 있다'고 밝혔다.
현재 임금근로자인 청년층의 경우 여성 32.8%와 남성 44.5%는 직장에서 남녀가 하는 일이 구별돼 있다고 응답했다.
실제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는 청년층을 살펴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다소 많았다.
중·고교 재학 시 불쾌한 문자나 이미지, 신체 접촉 등 성희롱을 당했다는 여성은 27%, 남성은 11.5%였다. 현재 대학 재학생 가운데서는 여성 8.2%, 남성 4.3%가 그런 적이 있었다고 답변했다. 직장 내 성희롱을 당했다는 청년은 여성 중에서는 17.8%, 남성은 5.7%였다.
여성이 당하는 성차별적 관행이나 환경에 대해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부모가 딸이 아들보다 집안일을 많이 하는 것을 당연시했느냐는 질문에 여성은 55.4%, 남성은 29.9%가 그렇다고 답했다.
직장에서 '여직원이 주로 다과와 음료를 준비한다'는 여성 51.8%, 남성 29.6%가, '여직원에게 암묵적으로 화장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여성 27.1%, 남성 15.6%가 그렇다고 답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안에서 여성을 비난하거나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게시글이나 댓글을 봤다는 응답자는 여성 75.6%, 남성 55.6%로 나타났다. 다만 단체 대화방에서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음란물 공유를 목격했다는 청년은 남성(17.8%)이 여성(15%)보다 다소 많았다.
마 실장은 "가족이나 학교, 직장에서 여전히 성별 고정관념이 많이 남아있고, 성차별적인 관행도 여전히 남아있다"면서도 "여성과 남성이 경험하는 성차별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가 차이가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등하게 자라나서 미래를 설계하는 데 서로 남녀에게 다르게 요구되는 우리 사회의 차별적 현실이 청년들 사이에서의 성 불평등에 대한 인식차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유행 기간이었던 조사 기간 동안 경제적, 심리적 어려움은 청년층 모두에게 공통의 고민거리였지만,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다는 답변은 여성에게서 많았다.
최근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졌다는 응답은 남녀 모두 절반(여성 56.6%, 남성 52%)을 넘었다. 가사 돌봄 시간이 늘었다는 응답(여성 46.6%, 남성 40%)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년간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다는 응답은 여성이 32.8%로 남성 19.4%에 비해 크게 높았다.
마 실장은 이를 두고 "질문을 특별히 '코로나19로 인해 자살 충동을 느꼈냐'고 물은 것은 아니다"면서도 "해석상에서 코로나로 인해 자살 충동을 느낀 경험이 있는 청년들의 비율이 높아진 것은 아닌가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가부는 해법으로 청년층에서 남녀간 성별 인식차를 줄이기 위해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 소통을 늘리겠다고 제시했다. 청년과 소통을 강화하고 이들이 직접 참여하는 사업도 확대한다.
김종미 여가부 여성정책국장은 "연구진이 조직문화 개선, 교육과 청년들의 참여를 제안했는데 이에 동의한다"며 "성별 인식 격차 해소와 관련해 성평등한 노동시장을 조성하고, 교육과 캠페인을 실시하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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