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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뗀다" 동네소아과 멸종 예고…아이 아프면 어디로?

등록 2023.03.30 08:01:00수정 2023.03.30 16: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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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과목 전환 희망자 일반진료 교육 지원

"의사회 회원 90% 정도 진료과목 전환 공감"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2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3.29.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2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3.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소아청소년과(소아과) 전문의들이 '폐과 선언'을 해 주목된다. 이들 의사들의 폐과 선언은 사실상 내과·피부·미용·통증 클리닉 등 다른 과목을 진료하겠다는 의미여서 향후 문을 닫는 동네 소아과가 늘어날 전망이다.

30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 따르면 의사회는 소아과를 떠나 내과·피부·미용·통증 클리닉 등 다른 진료과목으로 전환을 희망하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1년 가량 교육을 지원하는 트레이닝센터를 운영할 방침이다. 의사회 차원에서 동네 소아과 병·의원 의사들의 일반진료 역량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경영난으로 소아과를 운영하는 동네 병원이 점점 줄고 있는 상황에서 내과 등 다른 진료 과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훨씬 낫다고 판단해 폐과 선언까지 가게 됐다는 게 의사회의 입장이다. 

의사회 회원의 대다수가 진료 과목 전환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회원들로부터 폐과 얘기가 나왔고, 의사회 커뮤니티 등을 통해 90% 정도가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이 중 절반 정도는 따라올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의사회에 따르면 전체 회원 5000명 가량 중 활동 중인 회원들은 3500명 정도다.

다른 진료 과목으로 전환을 희망한 소아과 의사들이 트레이닝을 거쳐 다른 환자를 진료하기까지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장기화된 저출산 흐름과 낮은 수가(진료비) 속에서 박리다매식 진료로 버텨왔지만 코로나19로 진료량이 급감하면서 이마저도 어려워져 이미 간판을 바꾸거나 내과 등 일반 진료 환자도 보고 있는 동네 소아과 병원들도 많다.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진료가 까다로워 의료 소송 리스크가 큰 반면 진료비는 낮다. 자칫 채혈이나 진정 치료 중 사망 사고라도 발생하면 어린이는 기대여명(앞으로 살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는 기간)이 길어 손해배상금이 수억 원에 달한다.

반면 소아과는 국내 의료수가 체계상 비급여 항목이 거의 없고, 환자가 어린이여서 진찰 외에 추가적으로 할 수 있는 처치와 시술이 거의 없다. 진찰료로만 수익을 내는 셈이다. 하지만 1인당 평균 진료비는 30년 간 1만7000원가량(2021년 의원급 의료기관(동네 병·의원) 기준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 1만7611원)으로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전체 15개 진료과 중 가장 낮다.

동네 소아과 병원의 몰락은 통계 수치로도 확인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소청과 병·의원 617곳이 개업했고, 662곳이 폐업했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한 2020~2021년에는 78곳이 문을 닫았다. 지난해 8월 말 기준 전국 소청과 병·의원은 3247곳이다.

임 회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소아 진료 만으로는 병·의원을 운영하기 어려워져 일반 진료로 전환한 회원들이 많이 늘어났다"며 "이미 내과나 피부, 미용, 통증클리닉으로 전환하거나 요양병원으로 간 회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소아과 진료를 유지하고 있는 병원조차도 수익에 도움이 되는 심리상담이나 발달지연 같은 비급여 진료로 방향을 튼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소아과가 아닌 다른 진료 과목으로 전환을 희망하는 회원들을 지원한다면 앞으로 1년 내 동네 소아과 병·의원은 빠른 속도로 사라질 것으로 의사회는 보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대통령 직속 논의 기구를 설치해 소아과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현장 맞춤형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 회장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니 엉터리 대책이 나오는 것"이라면서 "미국이나 일본처럼 어린이 정책을 전담하는 대통령 직속 '어린이청(가칭)'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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