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는 미스월드 자격이 없다
오는 11월8일 영국 런던에서 제61회 미스월드 선발대회가 열린다. 8월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제55회 미스코리아 진·선·미들이 가려진다.
그런데 이들 새 미스코리아는 올해 미스월드에 참가할 수 없다. 7월30일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미스월드코리아로 뽑히는 처녀가 대신 나선다. 미스월드의 한국대표는 미스코리아가 아니라 미스 ‘월드’ 코리아다.
미스월드코리아 한국본부가 들어선 덕 혹은 탓이다. 1957년부터 미스코리아를 선정해온 한국일보사는 입상자를 미스월드에 내보내지 못하게 됐다.
미스코리아가 미스월드와 갈라설 조짐은 2008년 초 감지됐다. 미스월드조직위원장인 영국의 줄리아 몰리(70)가 한국에 왔다가 뜻밖의 사실을 알았다. 수십년 간 미스코리아 1등이 미스월드로 오고 있으려니 했건만, 진은 미스유니버스로 가고 미스월드로는 선을 출장보낸다는 것을 파악하고 심기가 불편해졌다. 여기에 “사람들은 진보다 선이 더 예쁘다고 하던데…”라는 주최 측의 조크는 몰리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고 말았다.
미스코리아 주최 측은 그녀를 겨우 달래 보냈다. 이후 그해 여름 베이징올림픽 현장에서 몰리를 다시 만나 미스터월드 한국 개최 제의를 수용했다. (미스월드에 따라붙는 깍두기 같은 대회. 미스가 아닌 미스터에 주목하는 나라는 없음)
뿐만 아니다. 2009 미스코리아 진 김주리(23·왼쪽)를 이듬해 미스월드에 제공하는 등 나름대로 성의를 보였다. 그렇다고 미스유니버스에게 2등을 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김주리는 2009 미스월드, 2010 미스유니버스에서 잇따라 경염한 전무후무 미스코리아로 기록되기에 이르렀다.
사태는 봉합된 듯했다. 하지만 2010년 한국에서 치른 미스터월드는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렸다. 대회운영 전반에 불만을 품은 몰리는 미스코리아 주최사를 완전히 버리고 박정아씨와 손을 잡았다. 1970년대 후반 캐세이 퍼시픽 승무원으로 일했고, 영국의 은행가와 결혼한 것으로 알려진 여성이다. 영국기업의 한국지사를 책임지며 각종 투자사업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이쯤에서 한국일보사도 미스월드와 결별 모드로 돌입했다. 2010년 중국 하이난성 싼야대회에 선은 선이되 3등인 미스코리아(22)를 참여시켰다. 현지에서 몰리의 새 파트너인 박씨만 VIP 대접을 받은 이유다.
메이저급 국내대회가 하나 더 생겼다고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닌 듯하다. 금년 첫 미스월드코리아가 본선에서 덜컥 미스월드가 돼버린다면, 미스코리아는 벼랑 끝으로 내몰릴 지도 모른다. 실재하나 수치·계량화할 수 없는 것이 아름다움이다. 잘난 아가씨들이 미스코리아를 외면한 채 미스월드코리아에 도전하는 현상이 당장 내년부터 가시화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런던의 심사위원들이 몰리와 이심전심, 미스월드코리아를 밀어주지 말라는 법도 없다.
물증은 없지만 정황상 유사 사례는 있다. 1988년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펼쳐진 미스월드에서 선 최연희(45)가 2위를 차지했다. 그룹 ‘코리아나’가 ‘손에 손 잡고’ 축하공연을 한 대회다. ‘서울은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 88서울올림픽의 해다. 88년 미스유니버스 2위 역시 진 장윤정(44)이다.
미스월드와 더불어 세계미인대회 빅4로 통하는 미스 유니버스·어스·인터내셔널에는 여전히 미스코리아들이 파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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