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신호 시간은 어떻게 결정될까

이처럼 생활하면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교통장비인 신호등은 우리 일상에서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다면 교통신호는 어떤 방식으로 결정될까. 또 녹색신호가 주어지는 순서와 방향, 지속시간 등은 어떻게 계산이 될까.
11일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교통신호 운영방법은 일정한 시간 동안 교통신호가 바뀌는 고정식(fixed)과 실시간 교통 흐름 상황에 따라 신호시간이 변하는 감응식(actuated) 두 가지다.
우선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고정식 신호방법이다. 이 방식은 일정한 시간 동안 교차로의 모든 방향에서 이동하는 차량들의 전체 대기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신호가 바뀌는 적절한 주기의 결정이 중요하다.
녹색신호를 눈앞에서 놓친 차량은 다음 신호를 받기까지 최대주기만큼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주기가 길어진다면 평균 대기시간도 길어져 너무 긴 주기는 전체 교차로의 서비스 상태를 저하시킨다. 반대로 주기가 너무 짧으면 방향별 전환이 빈번해져 손실되는 시간이 많아지므로 이 또한 원활한 교통의 흐름을 끊기게 만든다.
따라서 방향별로 신호에 도착하는 교통량을 알기 위해서는 시간대별로 계측해 이 결과를 토대로 적절한 주기와 신호순서, 녹색신호가 지속되는 시간(녹색시간)이 정해지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90~180초의 범위 내에서 주기가 결정된다.
하지만 고정식 신호방법은 고정된 교통상황을 가정해 운영되기 때문에 실제 교통흐름의 패턴이 예측과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반대 방향에서 달려오는 차량이 없어도 녹색신호를 기다리며 교차로에 정지하는 차량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박지영 연구원은 "교통흐름의 패턴은 시시각각 미묘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데 고정식 신호에서는 이를 예측하지 못해 불필요한 대기시간이 발생하는 것이 문제"라며 "고정식 신호방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교통신호전환으로 소실되는 시간이 적으면서 대기시간도 너무 길지 않은 정도의 최적의 신호주기를 찾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고정식 신호방식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하게 된 것이 실시간 교통흐름의 상황에 따라 신호시간이 변하는 감응식 신호방법이다.
이 신호방식으로 신호를 변하게 하기 위해서는 차량검지기라는 실시간 교통상황 감지 장비가 필요하다. 도로를 달리다보면 도로의 표면에 차로 폭 정도 너비의 정사각형 모양으로 홈이 파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 것을 차량검지기 또는 루프 디텐터)라고 부른다.
차량검지기에는 전류가 흐르는 얆은 전선이 루프 형태로 2~3바퀴 감겨 있다. 이 전선의 루프 내부에는 자기장이 형성되는데, 차량 감지는 바로 이 자기장의 변화를 이용하는 것이다. 루프 위에 차량이 있으면 자기장에 변화가 생겨 차량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교차로의 교통량을 측정할 수 있다.
감응식 신호방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교차로의 모든 방향에 차량검지기를 설치해 차량이 있다고 감지되는 차로의 방향에 녹색신호를 주고, 차량이 없는 경우에는 그 방향에 녹색신호를 주지 않는다.
이 순서에 따라 해당되는 방향에서 차량이 감지되면 일정 시간 녹색신호를 주는데 이 시간을 '최소 녹색시간'이라고 한다. 최소 녹색시간 후에도 해당 방향에서 계속 차량들이 일정한 시간 간격 안에 도착하면 주어진 시간 동안 녹색신호를 계속 연장해 신호를 주는 반면 차량이 도착하지 않으면 해당 방향의 녹색신호는 끝나게 된다.
다만 한 방향의 녹색신호가 너무 길어지면 다른 방향에서 기다리는 차량의 대기시간도 길어지므로 녹색시간에는 제한시간이 설정된다.
그러나 감응식 신호는 혼잡하지 않은 보통 수준의 교차로에서 효과적이다. 매우 혼잡한 교차로에서는 거의 모든 방향의 신호가 최대 녹색시간으로 고정운영돼 결국 고정식 신호와 같은 형태가 된다. 또 이 신호방식에 필요한 차량 검지기는 설치비용이 많이 들고, 고장이나 오류가 생길 경우 교통체계가 마비될 수 있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박 연구원은 "감응식 신호가 실시간 교통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신호시간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첨단신호 운영방법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차량검지기 설치비용 등의 문제로 우리나라에는 아직 일부 도로에서만 도입됐다"고 밝혔다.
knat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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