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의 겨울밤 아지트…‘ATM’

ATM이 있는 실내는 따뜻하고 인적이 드물어 겨울철 노숙자들이 선호하는 장소다. 최근 강원 춘천 명동에 있는 ATM 10여 곳에 노숙자들이 추위를 피해 모여들고 있다.
시민들의 신고로 경찰까지 출동해 제지하지만, 이내 이들은 이곳을 다시 찾는다.
크리스마스인 25일 ATM을 찾은 정모(33·여)씨는 문을 열자마자 풍겨오는 악취와 함께 한쪽에서 노숙자 2명이 쪼그려 자는 모습에 불쾌함을 토로했다.
정씨는 우선 내심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지만 곧 옆으로 다가와 구걸을 하는 모습에 기분이 언짢았다고 말했다.
정씨는 "날이 추워져 몸을 녹이기 위해 들어왔다고 생각했지만, 현금을 다루는 곳인 만큼 이들이 있을 곳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지모(23·여)씨는 “악취가 심하게 나긴 했지만 그보다 무서웠던 것은 범죄를 저지를지 모른다는 우려”라며 “무력을 사용한다거나 다른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까봐 계속 긴장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부터 12월 현재까지 춘천경찰서 지구대 6곳에 따르면 노숙자 관련 신고 접수를 받은 건수는 36건, 그 중 최근 ATM 신고를 받은 건수는 10건이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 신고 접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지구대 관계자는 “범법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돌려보내는 방법으로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있다”며 “별다른 제재를 가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춘천시는 내년 2월까지 소외계층 특별 지원 기간으로 정해 노숙자, 기초수급 탈락자, 질병·노령·장애 등으로 실제 생활이 어려운 가구와 혼자 사는 노인, 한부모 가족, 방치되고 있는 아이들을 찾아 지원에 나선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춘천시청 복지과 관계자는 “공무원의 현장 방문 외에 이·통장, 읍면동사회복지봉사단 등의 도움을 받아 지원자를 발굴하고 수시로 살펴볼 예정”이라며 “이번 기간에 파악된 노숙자, 소외계층 등 생활·난방비 긴급지원과 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의 공적급여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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