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계셨나요?]눈뜨고 코베이는 '무차별 저작권 고소'
하지만 그로부터 한달 뒤 김씨는 저작권 위반으로 민·형사 소송 3건이 추가로 진행될 것이라는 내용증명서를 받았다. 발송처는 법무법인 A. 이 법무법인은 건당 100만원에 합의를 보는 것이 유리하다며 김씨에게 연락을 달라고 했다. 회사 구조조정과 연봉삭감 등으로 형편이 여의치 않은 김씨는 골치가 아파왔다.
인터넷에서 영화 또는 음악 파일 등을 불법 다운로드한 사람들을 상대로 무차별 고소를 하는 이른바 '묻지마 저작권 고소'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행 저작권법 제140조는 영리 목적으로 저작권 등을 상습 침해할 경우 저작권자가 아닌 제3자가 저작권의 침해를 고소할 수 있도록 한 '비친고죄'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법무법인(로펌)에서 이 조항을 악용해 경미한 저작권 침해자를 대상으로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있다. 주 타깃(목표물)은 저작권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은 일반 시민들이다. 고소를 취소시켜주는 대가로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해서다.
저작권 고소만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도 속속 생겨났다. 법학계에 따르면 고소전문업체는 고소를 취하해 주는 조건으로 1인당 수십 만원에서 100만원 이상의 합의금(저작권 위반 건당)을 요구한다. 100명에게 건당 100만원의 합의금을 받아내면 1억원 상당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들은 아이디 등 특정 인터넷 사이트 내 저작권 침해 증거수집, 합의금 조정·수령 등을 조직적으로 시스템화해 경미한 저작권 침해자를 옥죄고 있다.
한 법무법인에서 특정인을 고소해 합의금을 받아낸 후 다른 유사한 건으로 고소해 합의금을 다시 받아내거나, 정보를 공유한 다른 법무법인에서 또 다시 같은 사람을 고소하는 이른바 '합의금 재탕'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한 법률사무소 관계자는 "'묻지마 고소'에 겁을 먹고 무조건 합의를 해주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고소한 법무법인에 무절제한 고소의 남용으로 사생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의사표현을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대한법학교수회는 제3자의 고발권을 인정하는 '비친고죄'를 저작권 침해자를 당사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친고죄'로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법학교수회 관계자는 "저작권법 위반의 경우 손해배상을 받으면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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