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토크]카카오 '멜론' 인수, 1조8천억 베팅 배경은

【서울=뉴시스】 장윤희 기자 = 카카오가 창사 최대 규모의 인수를 진행한다.
카카오는 11일 콘텐츠 사업자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지분 76.4%를 1조 8700억원에 인수한다고 알렸다. 이는 역대 최대 인수액이다. 역대 카카오의 최대 인수 금액은 지난해 5월 '국민내비 김기사' 운영기업인 록앤올 626억원이었다.
로엔은 1978년 설립된 '서울음반'을 모태로 성장한 기업으로 음원 서비스 멜론은 국내 최대 수준인 2800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로엔은 주인이 몇 번 바뀐 경험이 있다. 2005년 SK텔레콤이 지분 60%를 매입하면서 자회사가 됐지만 2011년 SK플래닛에 이관됐다.
그러던 중 지주회사의 손자 회사가 자회사를 보유하면 지분 100%를 확보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 문제로 로엔은 2013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 넘어간다. 약 2년 만에 로엔은 올해 카카오에 인수되며 카카오 자회사로 편입된다.
카카오는 로엔 인수를 통해 멜론 콘텐츠와 카카오톡 플랫폼의 시너지를 발휘할 예정이다. 로엔이 보유한 방대한 한류 콘텐츠를 발판으로 해외 진출도 계획한다.
다음은 카카오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Q. 카카오의 로엔 인수 배경은 무엇인가.
A. 카카오는 모바일 시대의 중요한 성장 동력의 하나로 콘텐츠 플랫폼 사업에 주목해 왔다. 카카오는 이번 인수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경쟁력있는 콘텐츠를 세계에 선보이려고 계획하고 있다.
Q. 카카오와 로엔의 관계는? 인수 절차는 언제 마무리되나.
A. 로엔은 카카오 자회사로 편입되며 인수 절차는 2월 중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두 회사는 인터넷전문은행 '한국카카오은행' 출범을 위한 파트너사로 협업하며 사업 제휴를 꾸준히 논의해왔다.
Q. 1조8000억원은 카카오의 역대 최대 인수액이다. 자금은 어떻게 마련하나. 카카오가 무리수를 뒀다는 얘기도 있다.
A. 로엔의 기존 대주주인 스타 인베스트 홀딩스 리미티드(사모펀드 '어피너티'가 만든 특수목적법인) 등을 상대로 한 제삼자 유상증자로 7500억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기로 했다.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자체 보유한 현금과 인수금융을 활용하되 필요하면 로엔 지분에 대한 외부 투자유치도 진행할 계획이다.
Q. SK플래닛이 보유한 로엔 지분 2%가 카카오에 넘어가면, SK플래닛이 카카오 주요 주주가 된다. SK플래닛과 카카오는 내비게이션 저작권 문제로 소송 중인데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A. SK플래닛의 로엔 지분 매도 결정의 건은 SK플래닛이 스타 인베스트 홀딩스 리미티드와 체결한 주주간계약에 따라 동반매도청구권(Tag-Along Right)를 행사할 때 해당한다. SK플래닛이 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해 로엔의 지분 매각과 카카오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경우에 SK플래닛이 카카오의 지분 2%를 확보하게 된다. 만일 행사 기간에 SK플래닛이 불참 결정을 통보하는 등 변동 사항이 생기면 재공시하겠다.
Q. 지난해 5월 NHN엔터테인먼트가 네오위즈인터넷(현 벅스)를 1060억원에 인수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NHN엔터테인먼트의 인수 목표 중 하나가 음원 서비스 '벅스'와 간편결제 '페이코' 시너지 효과였다. 카카오의 멜론 인수를 NHN엔터테인먼트의 벅스 인수와 비슷한 맥락으로 봐도 되는가.
A. 일부는 맞고 일부는 아닌 것 같다. NHN엔터테인먼트는 벅스 인수로 더 많은 회원 수와 가맹점을 확보해 간편결제 사업에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 카카오도 멜론 인수를 통해 멜론을 카카오페이로 결제하게 하는 방식 등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인수를 조금 더 큰 취지에서 봐주면 좋겠다. 단순히 음원 사업만을 위해 2조 가까운 금액을 쓰진 않았을 것이다. 콘텐츠의 세계 진출까지 내다보고 있다.
Q.로엔은 연예기획사업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연예인으로 가수 아이유 등이 있다. 카카오가 연예사업에도 진출하는 건가.
A. 로엔 사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형식이라 그렇게 비칠 수 있을 것이다.
Q. 카카오는 자체 음원 서비스 '카카오 뮤직'을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 뮤직은 '벅스'의 음원을 조달받는데, 벅스와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가. 카카오 뮤직은 없어지는 건가.
A. 카카오 뮤직은 정상 운영된다. 벅스와의 계약 사항은 기밀이라 말하기 어렵다. 카카오 뮤직 변동 사항이 생기면 알리겠다.
Q. 카카오가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면서 앞으로 실적 발표 때 매출 항목에 '콘텐츠 플랫폼'을 추가할 것이란 얘기가 있다.
A. 다양한 안을 검토하고 있다. 콘텐츠 플랫폼 항목 신설이 완전히 정해진 것은 아니다.
Q. 카카오는 콜택시, 대리운전, 쇼핑, 인터넷전문은행 등 전천후 사업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러다 '카카오 건설' '카카오 식품'까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A. 사업을 검토하다 보면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하게 된다. 논란이 많았던 대리운전 사업은 관련 사업자와 꾸준히 협의하고 있다. 카카오의 사업성에 대한 기대감과 불안감이 공존하는 것에 귀 기울이며 노력하겠다.
eg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