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해녀 미현씨는 해녀가 될 수 있을까

4년 전 육지에서 제주로 이주한 그녀는 지난해 해녀학교를 졸업하고 6개월간의 인턴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교육과정이 거의 끝나가는 요즘에도 바다는 여전히 두렵고 물질은 서투르다. 게다가 덜렁대는 성격은 바다에서도 그대로여서 해녀 선생님들에게 혼나기 일쑤다. 상반기에 어촌계와 해녀회의 심사를 통해 ‘정식 해녀’가 될지 여부가 결정된다.
미현씨의 과거는 화려했다. 서울대학교 조소과와 대학원 과정까지 마쳤다. 하지만 전업예술가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그 와중에 뇌종양으로 투병 중이던 아버지까지 돌아가시자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이 생겼다. 기분 전환 겸 2012년 가을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는데, 그게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약혼자를 만나고 ‘해녀의 세계’와 맞닥뜨린 것이다. 처음엔 막연한 동경이었지만 이제 미현씨에게는 해녀가 운명처럼 느껴진다.
미현씨에게는 같은 길을 걷는 든든한 동지들인 ‘인턴 해녀’들이 있다. 서귀포시의 전문 해녀 양성학교 1기 졸업생 28명 중 실제로 어촌계에 배정된 ‘인턴 해녀’들은 모두 10명이다. 이들은 매달 모임을 갖는다. 저마다 살아온 인생은 다르지만 해녀가 되고자 하는 열망은 같기에 모이기만 하면 언제나 화기애애하다.
해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고단한 직업이다. 물질은 목숨을 걸고 하는 작업이다. 오죽하면 해녀들마다 입을 모아 자신의 딸에게는 절대로 물질을 시키지 않겠다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현씨가 되고 싶고, 닮고 싶고, 또 작품에 담아내고 싶은 제주 해녀들의 진면목은 과연 무엇일까. 23일 저녁 7시30분 KBS 1TV ‘사람과 사람들’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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