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주희정 아내 "내 사람은 일등남편·일등아빠"
【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서울 삼성의 주희정(39)이 프로농구 역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 통산 1000경기 출전에 단 1경기만 남겨뒀다.
23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안양 KGC인삼공사전에서 대기록이 탄생한다. 1997년 프로 데뷔 후, 20년 동안 꾸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가족이다.
주희정과 부인 박서인(38)씨는 2002년 7월에 결혼했다. 세 딸(서희·서정·서우)과 아들(지우)을 뒀다.
주희정의 희로애락을 곁에서 본 박씨는 "1000경기 출전은 철저한 관리와 성실함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정말 대단하다"며 "다른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부부 관계를 떠나서 '인간 주희정'은 존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빠(주희정)의 당연한 모습만 봐서 사실 출전경기 수가 중요한 것인지 잘 몰랐다. '시즌 목표가 54경기 출전'이라는 다른 선수들의 기사를 보고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다"며 "20년 동안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코트에 계속 섰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999경기를 치른 동안 결장은 단 12경기뿐이다.
주희정은 2014~2015시즌이 끝난 지난해 5월 서울 SK에서 친정이나 다름없는 삼성으로 이적했다. 박씨는 은퇴를 고민했던 SK에서 주희정의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오랫동안 주전 역할을 하다가 SK에서 식스맨으로 벤치에 있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더라. 자존심과 승부욕이 너무 강했다"며 "예전과 상황이 달라졌고, 어린 선수들이 잘하는 게 당연한 건데 마음을 비우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열정이 여기까지 오게 한 원동력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옆에서 힘들어하고, 매번 스트레스 받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안타까웠다. 안타까울 만큼 열정적이다. 따로 말을 하진 않았지만 오빠가 힘든 시기를 잘 넘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희정은 이번 시즌 김태술의 백업이다. 출전시간은 평균 9분48초로 데뷔 후 처음 10분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베테랑답게 어린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로서 제몫을 한다.
고된 일정과 훈련 속에서 가끔 받는 휴일은 운동선수에게 최고 선물이다. 그러나 주희정은 그 시간 역시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보낸다. 집에 오면 조용히 네 아이들을 데리고 나간다고 한다.
박씨는 "집에 오면 '나 없는 동안 피곤했으니 쉬어라', '친구들도 만나고, 어디 여행도 가라'는 말을 하고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나간다. 함께 놀아주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설거지도 못하게 하고, 아이들 목욕도 오빠 몫이다. 코트에서만큼 집에서도 결코 쉬는 법을 모른다"며 웃었다.
아이들도 아빠가 집에 오면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항상 즐거워한다는 게 박씨의 얘기다. 농구선수 아빠를 자랑스러워하는 건 당연하다.
또 가끔 손으로 쓴 편지를 건넬 줄 아는 로맨티스트다.
박씨는 "잘 쓰는 글씨체는 아니지만 하트 그림으로 편지지를 장식하고, 빽빽이 4~5장을 채우는 걸 보면 참 감동적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남편이다"고 자랑했다.
주희정과 박씨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열혈커플이다. 집안에서 반대하자 바로 구청을 찾아 혼인신고부터 했다.
박씨는 "혼인신고를 결혼하기 1년 전에 했다. 사랑했기 때문에, 이 사람과 결혼하고 싶었기 때문에 다른 생각은 할 필요가 없었다"고 기억했다.
주희정은 1000경기 출전이 임박한 최근 박씨에게 편지를 썼다.
"서인아, 내가 언제 은퇴할지 모르지만 여전히 농구가 고픈 것 같아. 유니폼 벗는 날에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아. 조금만 더 참아줘.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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