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영장' 대기업 다음 타깃은…특검 칼끝 SK·롯데로
롯데그룹, 면세점 재승인 대가로 재단에 기금 출연 의혹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이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다음 타깃인 SK그룹과 롯데그룹 수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 기업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기금을 출연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등과 사면 등 모종의 거래를 했다는 정황이 상당수 드러난 만큼 총수들이 특검팀의 조사를 받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특검팀은 2015년 8월13일 단행된 최태원 회장의 광복절 특별사면과 이후 SK그룹이 진행한 미르·K스포츠재단 111억원 출연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이 과정에 대가성이 드러날 경우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먼저 특검팀은 2015년 8월10일 복역 중이던 최 회장과 김영태 당시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부회장)이 접견하면서 주고받은 대화 녹취록에 주목하고 있다.
이 녹취에는 '왕 회장이 귀국을 결정했다. 숙제가 있다'는 발언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박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결정했고, 이에 대한 대가를 요구했다는 취지로 해석되고 있다.
게다가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2015년 8월13일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SK 김창근입니다. 감사합니다. 하늘같은 이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고 최태원 회장 사면시켜 주신 것에 대해 감사감사"라고 전했다.
김 회장은 이듬해인 2016년 1월14일에도 안 전 수석에게 새해 인사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최태원 회장 사면 복권 시켜준 은혜 잊지 않고…"라고 재차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와 함께 미르·K스포츠재단에 49억원을 출연한 뒤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냈던 롯데그룹 역시 특검팀의 주요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롯데그룹은 면세점 특허권 재승인 특혜를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미 49억원 상당을 두 재단에 투자한 데 이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낸 배경에 면세점 재승인 청탁이 있었던 것이 아니겠냐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낸 70억원이 총수 일가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직전 롯데 측에 반납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돈을 돌려준 것 자체가 추가 출연금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해석이다. 검찰 수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윗선'이 추가 출연 과정에 관여했을 거라는 의심도 함께 나온다.
롯데그룹이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파트너가 되는 과정도 면세점 특허권 재승인을 위한 행보였다는 의심을 산다. 신 회장이 박 대통령과의 지난해 3월 독대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후원을 약속했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면세점 특허권 재승인 특혜가 주어지지 않았냐는 것이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구속여부가 결정되는 대로 SK·롯데그룹 임원들을 불러 제기된 의혹들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다음주부터 이들 기업 임원들에 대한 줄소환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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