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리포트②] "나이 서른, 참 서럽네요"…설 연휴 틀어박힌 취업 3년차 백수
취업 주력층 25~29세 실업률 늘어
올해 채용 전망도 먹구름
【세종=뉴시스】이윤희 기자 = #. 3년차 취업 준비생 B씨(30)는 이번 설날에 친척집을 방문하지 않고 집에만 머물러 있다. 취업 준비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할머니를 뵙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명절이면 되풀이되는 "취업했느냐"는 친척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아도 돼 다행이라 생각한다.
B씨는 국립대에서 공학을 전공했지만 일자리 잡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취업 준비생 1년 차에는 대기업 최종면접까지도 가봤지만, 이후로는 좀처럼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지난해부터는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에 적극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올해 만으로 서른 살이 되는 B씨는 "점점 더 나이를 먹어 이제는 청년 백수라고 말하기도 어색해졌다. 30이라는 나이가 참 서럽게 느껴진다"며 "하루빨리 내 자리를 찾고 싶다는 생각 뿐이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취업 주력 연령대라 할 수 있는 20대 후반의 실업률이 처음으로 9%대를 넘어섰다. 30대 초반 실업률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경기가 좀처럼 회복세에 오르지 못하는 가운데 기업들은 올해도 신규채용 규모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 고용 시장에 한파가 이어지면서 청년들의 미래설계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5~29세 청년실업률은 9.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에도 8.1%에 그쳤다. 2012년에는 7.5% 수준이었으나 4년 만에 2.3%포인트가 상승, 처음으로 10%대에 근접했다.
청년층 중에서도 가장 연령대가 높은 25~29세 실업률이 과거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5~29세 실업률은 관련통계가 처음 집계된 2000년 6.0%에 그쳤다.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7.1%를 기록한 것이 가장 높은 수치였다. 과거에는 경제가 좋지 않아도 이 연령대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적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2011년(6.5%) 이후 오름세를 탔다. ▲2012년 6.6% ▲2013년 7.1% ▲2014년 8.3% ▲2015년 8.1%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9.2%까지 올랐다.
2015년까지 청년실업률은 20대 후반 실업률을 1~2%포인트 웃돌았으나, 지난해에는 격차가 0.6%포인트로 좁혀졌다. 20대 후반 실업자의 비율이 늘었다는 뜻이다.
20대 후반의 실업률이 높아지자 30대 초반 실업률도 증가하는 모양새다. 20대 후반 실업자가 나이를 먹어도 취업을 하지 못해 30대 초반 실업자가 되는 경우가 늘고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30~34세 실업률은 3.8%로 전년에 비해 0.5%포인트 증가했다.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청년 실업자 중 '순정 백수'의 비율도 19.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번도 직업을 가져보지 못한 청년 실업자 비율은 2000년대 중반까지 11%에 그쳤으나, 2015년 19%로 급증했고 2년 연속 19%대를 이어갔다.
청년층의 고용 지표는 점점 악화되고 있지만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고용 시장의 주 고객인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메는 모양새다.
취업포털 '사람인'은 지난달 378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7년 정규직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기업들의 채용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람인에 따르면 올해 정규직 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이 있다고 밝힌 기업은 65.3%로 전년(70.1%)보다 5%포인트 가까이 줄었다. 경력 채용 역시 59.8%에서 56.1%로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이 신규 채용 시 '마지노선 연령'을 적용한다는 조사 결과도 20대 후반 구직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지난해 11월 사람인에 따르면 649개사 중 333개사가 채용 적정 연령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이 생각하는 적정 연령은 남성이 28.2세, 여성이 26.4세로 조사됐다.
또 마지노선이 있다고 한 기업 중 60.7%는 기준을 초과한 응시자에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응답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