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 왜 커졌나…보험사 약관 베끼고 당국은 뒷북대응
금감원, 상품 출시 13년 만에 시정 조치…사태 키워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현재 자살보험금 지급의 문제가 되는 재해사망특약 계약 상품은 2001년 당시 동아생명(현 KDB생명)이 첫 출시했다.
이후 경쟁사도 같은 상품을 너나 할 것 없이 시장에 내놨는데 약관에 '가입 2년 뒤에는 자살 시에도 재해사망 보험금을 준다'는 내용을 넣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약관을 만들 때 일본 보험업계의 재해사망보험 약관을 참고한다는 것이 실수로 일반사망보험 약관을 참고한 탓이다.
그러다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이 커졌고 보험사는 부랴부랴 2010년 1월 이후 약관에 '자살은 재해가 아니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그러나 이미 2009년까지 전체 보험사에서 9년간 280만건의 계약이 체결된 상태였다.
당시 가입자의 유족은 대부분 재해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보험사가 자살해도 재해사망특약의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유족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해사망은 일반 사망에 비해 보험금을 2~3배 더 받는데 보험사는 자살사고에 대해 일반 사망보험금만을 지급해 왔다.
금융당국의 시정 조치는 한 발 더 늦었다. 금융감독원은 분쟁 초기에는 방관하다 2014년이 돼서야 대대적인 점검에 착수, 약관에 따라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상품이 출시된 지 13년이 지나서야 시정 조치한 셈이다.
이미 2005년과 2008년에 소비자 민원과 분쟁이 제기됐지만 그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겼다. 자살보험금 관련 대법원 판례는 2007년 처음 나왔다.
그러는 사이 소비자가 제 때 받지 못한 미지급 규모는 불어났고 부담을 느낀 보험사는 지급을 거부하며 소송전에 들어갔다.
대법원은 생보사들이 약관에 기재된 대로 자살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은 보험사가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금감원은 대법원 판결과 별개로 약관에 명시된 보험금을 지급하는 않는 것은 보험업법 위반이라며 행정제재를 예고했다. 그러면서 보험금 미지급 생보사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통보했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보험사는 약관 해석의 원칙인 작성자불이익의 원칙을 져버리고 약속한 보험금도 지급하지 않았다"며 "금감원은 금융소비자 보호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을 사과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생보사에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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