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소화 연일 초강세…"NATFA 큰 변화없다" 낙관
2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멕시코의 페소화는 이날 오후 11시25분 현재 ‘1페소=0.053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페소화는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작년 11월9일 0.0503달러로 급락한 데 이어 올해 1월 19일에도 0.0455 달러로 더 떨어지는 등 약세를 보였으나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주요국 통화 대비 가장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올들어 11%가량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1월8일 대선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한국의 원화 절상률에 비해서도 높다. 멕시코의 상장 기업들을 추종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상장지수펀드(ETF)도 같은 기간 16% 가까이 올랐다고 WSJ은 전했다.
페소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데는 트럼프 반(反) 멕시코 정책의 기류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시장의 판단을 반영한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유세과정과 당선 이후 미국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폐기하거나 대거 손질하겠다고 공언해 왔으나 이러한 기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공화당 내에서도 NAFTA 폐기 또는 전면개정에 대한 반대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척 그래슬리(아이오와) 상원의원은 “나는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협정을 재협상하며 꺼내들지 모르는 카드에 더 큰 우려를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멕시코, 캐나다와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보다 (이 협정이) 그렇게 나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코리 가드너(콜로라도) 상원의원 역시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협정 체결을 너무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우리가 다자간 합의를 무시하면 우리의 교역 상대국들은 리더십을 다른 곳에서 찾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러한 리더십은 우리가 존중하는 가치와 규정을 따르지 않을 수 있다”며 중국이 미국의 빈자리를 차지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대선 유세 기간중 NAFTA를 ‘재앙(disaster)’이라고 부른 바 있다. 하지만 CIBC 애틀랜틱 트러스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데이비드 도나베디안은 “(트럼프의 취임 이후)위협적 행동(saber-rattling)이 별로 없었다는 사실을 시장은 반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케어(건강보험법)의 표결 무산도 이러한 기류를 강화하는 분수령이 됐다. 트럼프는 지난 3월 24일 ‘트럼프 케어’를 표결에 붙이려다 당내 강성그룹인 ‘하우스 프리덤 코커스(House Freedom Caucus)의 반대에 직면하자 표결을 포기한 바 있다. 이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더 논쟁적인 정책을 처리하는 게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고 WSJ은 전했다.
시장 전문가들도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조치를 원안 그대로 강행할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위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메릴린치가 펀드매니저들을 상대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지난 2월에는 34%가 보호무역정책을 미국의 증시활황을 끝낼 위협으로 꼽았으나, 이러한 비율은 3월 들어 21%로 10%포인트 이상 급감했다.
WSJ은 시장에서 커지는 ‘보호무역 강행 회의론’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가 기술 부문(technology sector)의 주가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수출과 수입을 하는 기술 기업들의 주가(S&P500)는 올들어 12%가량 뛰었다. 지난 1월20일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의 비관론이 점차 수그러들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자산운용사인 밀레니엄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리처드 벤슨 포트폴리오 투자 공동대표는 “보호무역주의는 언제든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지만, 현재 워싱턴의 미사여구(rhetoric)는 힘을 잃고 있다(subdued)”면서 “이러한 기류는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WSJ와 CNN머니 등의 지난 달 30일 보도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USTR)가 작성해 의회에 제출한 NAFTA재협상 초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삼았던 대부분 조항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건은 "미국 기업들에 심각한 피해를 주거나 큰 위협이 될 경우"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문구만 있을 뿐 일부 시장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NAFTA 전면폐기나 전품목 관세적용 등 극단적인 내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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