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리모 통해 출생한 아이, 호적에 못올린다"
자연 임신 10년 실패 후 대리모 출산 결정
법원 "민법상 부모 결정하는 기준은 출산"
"입양해 친생부모와 같은 지위 획득 가능"
대리모가 낳아 준 아이는 호적에 올리는 대신 법적 친양자 입양 등 방법으로 법적 가족관계를 형성하라는 취지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수석부장판사 이은애)는 A씨가 서울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낸 가족관계등록사무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 항고심에서 A씨의 항고를 기각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종로구청이 A씨의 출생신고를 수리하지 않은 처분은 적법하고, 이에 불복한 A씨의 신청을 각하한 원심 결정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민법상 부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모(母)의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이라고 전제했다.
현행 민법은 부자 관계와 달리 모자(母子) 관계에 대해선 친생자를 추정하는 방법에 관한 규정이 없다. 다만 많은 판례에서 생모와 출생자 사이에는 출산으로 당연히 친족 관계가 생긴다고 해석한다.
재판부는 "모자 관계는 정자와 난자의 수정·임신기간 40주·출산 고통·수유 등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된 정서적 부분과 유대 관계가 모성으로서 법률상 보호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이어 "그런데 관계인들 의사를 기준으로 부모를 결정하면, 모성이 보호받지 못하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출생자의 복리에 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전적 공통성 또는 수정체 제공자를 부모로 볼 경우, 여성이 출산에만 봉사하게 되거나 모성을 억제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는 사회 가치와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또 "민법상 입양, 특히 친양자입양을 통해 친생부모와 같은 지위를 가질 수 있다"며 "민법상 부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혼 후 10년 동안 자연적인 임신에 거듭 실패한 A씨 부부는 2016년 자신들의 수정란을 대리모 B씨에게 착상시키는 식의 대리 출산을 결정했다. B씨는 다음 해 2017년 미국에서 아이를 출산했고, 미국 병원은 B씨를 딸의 생모로 기재했다.
A씨 부부는 아이를 데려와 종로구청에 출생신고를 했지만, 구청은 미국에서 발행한 출생증명서상 어머니 이름과 A씨 부부가 낸 출생신고 서류의 어머니 이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출생신고를 반려했다.
구청의 조치에 불복한 A씨 부부는"가족관계등록법에 따라 출생신고서에 출생증명서를 첨부했고,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금지하는 영리목적의 대리모 계약도 아니다"라며 종로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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