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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마리오' 드라기, 伊정계 등판한 이유는?…경제 '구원'할까

등록 2021.02.04 16: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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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크라트 내각' 구성할 명망 높은 인물

선거 없이 등장한 드라기…정당 공세 심할 듯

[프랑크푸르트=AP/뉴시스] 마리오 드라기(73)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이탈리아 차기 내각을 꾸린다. 그는 3일(현지시간) 대통령과 면담을 마친 뒤 오는 4일부터 정당, 당파에 상관 없이 의원들을 접촉해 실무 중심의 내각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4년 11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웃음을 터트린 드라기 전 총재의 모습. 2021.02.04

[프랑크푸르트=AP/뉴시스] 마리오 드라기(73)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이탈리아 차기 내각을 꾸린다. 그는 3일(현지시간) 대통령과 면담을 마친 뒤 오는 4일부터 정당, 당파에 상관 없이 의원들을 접촉해 실무 중심의 내각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4년 11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웃음을 터트린 드라기 전 총재의 모습. 2021.02.04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마리오 드라기(73)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이탈리아 차기 내각을 구성해달라는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의 요청을 3일(현지시간) 받아들였다.

정국 불안이 계속되는 이탈리아에 세계적으로 명망이 높은 '경제통' 총리를 내세워 비정치적인 '테크노크라트(전문 관료) 정부'를 만들겠다는 마타렐라 대통령의 구상이다.

경제학자인 드라기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유럽연합(EU)의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ECB를 이끌며 유럽의 단일통화인 유로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2012년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재정위기로 시작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붕괴를 막아내며 '슈퍼 마리오'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드라기의 '거국 내각', 정치 장벽 허물 수 있을까?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러나 그의 재능이 이탈리아의 정치로 야기된 경제 위기까지 해결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이번 정국 위기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M5S)과 중도 좌파 성향의 민주당(PD), 중도 정당 생동하는 이탈리아(IV) 등으로 구성된 기존 연합정부에서 IV가 이탈하며 불거졌다.

주세페 콘테 총리의 2229억 유로(약 2999조3900억원) 규모 경제 회복 계획은 국가가 감당할 수 없으며, 국가 부채에 부담을 주는 이 계획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들의 갈등은 2023년 총선을 앞두고 나온 권력 싸움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치 재기를 꿈꾸는 IV의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정권에 어깃장을 놓으며 자신의 입지를 세우려 했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2019년 9월 출범한 3당 연정은 결국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이탈리아 매체들은 드라기가 '사리사욕에 눈이 먼 정당들이 남긴 혼란을 수습할 임무'를 띠고 정계에 등판했다고 보도했다.

드라기의 강점은 확실하다.

이탈리아는 EU 경제회복기금을 통해 1727억유로,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의 10%에 해당하는 자금을 5년에 걸쳐 지원받을 예정이다. 지원금의 3분의 1는 갚지 않아도 되는 보조금, 나머지는 대출이다. 

EU는 이 자금의 사용을 집행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제한했는데 드라기라면 이 과정이 훨씬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실패 경험했던 또 다른 '슈퍼 마리오'의 거국내각

이탈리아의 총리직은 '독이 든 성배'다. 이탈리아는 의회에 강력한 힘을 부여한 정치체제를 구축했다. 총리의 권한은 이웃 국가인 독일, 영국에 비하면 상당히 약하다.

이 가운데 선거라는 국민의 지지가 결여된 인물의 등판은 오히려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드라기는 단 한번도 선거에 나서본 적이 없다. 투자회사 골드만삭스에서 경력을 시작한 그는 2005년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를 거친 뒤, ECB 총재를 역임했다. 탄탄한 지지 정당이 없는 상황에서 분열된 이탈리아에서 충분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탈리아 정계의 구원 투수로 '슈퍼 마리오'가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에도 이탈리아는 '슈퍼 마리오'로 불리던 마리오 몬티 당시 EU 집행위원을 총리로 내세웠다. EU에서 요직을 맡았다는 점도, 경제학자 출신이라는 점도 드라기와 닮은 인물이다.

막말을 일삼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행정부의 부패를 해결할 '거국 내각'의 수반으로 등장했던 몬티 전 총리는 정치인을 배제한 내각을 구성해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당시 불거진 이탈리아 채무 위기는 EU의 경제 정책을 이끌었던 그로서도 해결하기 힘든 문제였다. 몬티 전 총리의 긴축 정책에 정당들은 어깃장을 일삼았다. 여론이 악화되며 그는 17개월 만에 정부 수반 자리에서 물러났다.

전문가들은 드라기가 이끄는 행정부가 생산성을 제고하고 공공서비스 개선, 사법제도 효율화, 부패 척결을 위한 개혁 등을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수십 년간 이탈리아가 해결을 꿈꿨던 과제들이다.

그러나 이같은 개혁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 명의 전문가로는 부족하다. 이는 선출된 정치인들의 전 분야에 걸친 용기와 장기적인 헌신으로 이뤄진다고 FT는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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