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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느 작별이 이보다 완벽할까…아이유, 천변만화 보컬

등록 2021.03.2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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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5집 '라일락' 발매

[서울=뉴시스] 아이유. 2021.03.26. (사진 = 이담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아이유. 2021.03.26. (사진 = 이담 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우리 둘의 마지막 페이지를 잘 부탁해 / 어느 작별이 이보다 완벽할까 / 러브 미 온리 틸 디스 스프링(Love me only till this spring)"(아이유 '라일락')

'마지막 인사'를 얘기하는 음악에 마음을 내어주기는 쉽지 않다. 그것도 만물이 약동하는 봄에 말이다. 뭔가 사력을 다해 감정을 떼어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봄향기와 함께 지난 25일 발매된 아이유의 정규 5집 '라일락'은 '화사한 작별 인사'가 무엇인지를 증명한다. 정규 앨범 발매는 4년 만이다.

우선 아이유가 창작자 역할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고, 보컬에 초점을 맞춘 덕분에 음악 구성이 자유분방하다. 2008년 데뷔한 아이유는 지난 2015년 미니 앨범 '챗셔'를 통해 프로듀서로 나섰다. 이후 정규 4집 '팔레트', 미니 5집 '러브 포엠'까지 프로듀서로서뿐만 아니라 수록곡을 다수 만든 작곡가이기도 했다.

이번 정규 5집 '라일락' 역시 프로듀서, 수록곡 10곡 모두의 작사가로 나섰지만 홀로 작곡한 곡은 단 한곡도 싣지 않았다. 공동 작곡에 참여한 것도 3번 트랙 '코인'뿐이다.
 
아이유는 앨범 발매 당일 밤 네이버 NOW. '스물아홉 살의 봄'을 통해 "제가 프로듀싱을 맡은 후부터 창작자로서의 생각이 들어가다보니 보컬리스트로서 보여드릴 수 있는 것들이 좁아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가수로서 최대한 많이 보여드리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컬적으로 많은 시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1번 트랙부터 10번 트랙까지 최대한 다른 목소리를 사용하려고 노력했고, 청자가 앨범을 질리지 않고 '정주행해서 들을 수 있게' 신경을 썼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아이유. 2021.03.26. (사진 = 네이버 NOW.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아이유. 2021.03.26. (사진 = 네이버 NOW. 제공) [email protected]

아이유의 설명처럼, 실로 '라일락'은 다양한 보컬의 성찬이다. 타이틀곡 '라일락'은 아이유가 기존에 대중적 사랑을 받았던 '쫀득함'이 돋보인다. '좋은 날' '너랑 나' '분홍신' '하루 끝'에서 사용한 발성과 리드미컬함이 되살아났다. 70~80년대 디스코 사운드가 가미된 화사한 음향에 안성맞춤이다. 2번 트랙 '플루(Flu)'의 목소리 역시 생동감이 있지만, 조금은 아슬아슬하다.

3번 트랙 '코인'은 명쾌하게 아이유의 다른 목소리를 체험할 수 있다. 아이유가 처음으로 제대로 된 래핑을 8마디가량 선보인다. 그녀의 목소리엔 펑키함도 배어 있다.

나얼이 작곡한 4번 트랙 '봄 안녕 봄'에선 감성적이면서도 절제된 보컬을, 선공개됐던 '셀러브리티(Celebrity)'에서는 반대로 톡톡 터지는 아이유의 보컬을 만끽할 수 있었다.

싱어송라이터 딘이 피처링한 '돌림노래'는 레게와 보사노바에 기반한 곡인데, 봄소리를 몰고 온다.

'빈 컵'은 아이유의 쓸쓸한 보컬을, '아이와 나의 바다'는 아이유의 폭발적인 고음이 클라이맥스다.

'어푸(Ah puh)'는 악뮤 이찬혁이 만든 곡. 그는 '아이유의 상큼한 초기 노래들의 현대 해석 버전이라 하면 어울리겠다'라는 코멘트를 아이유에게 전하기도 했다.

"어어어 푸푸푸 또 / 허허허 우우우적거거거 리더던 시저저절 나라면"이라는 노랫말은 의성어와 의태어를 오가는 듯하고, 버퍼링 걸린 듯한 가사와 아이유의 발성은 귀여우면서도 애니메이션적인 상황을 연출한다.

[서울=뉴시스] 아이유. 2021.03.26. (사진 = 네이버 NOW.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아이유. 2021.03.26. (사진 = 네이버 NOW. 제공) [email protected]

드디어 마지막 '에필로그'. 아이유의 이십 대 첫 앨범 '스무 살의 봄' 마지막 트랙을 맡았던 작곡가 심은지를 중심으로 뮤지션들이 뭉쳐 만든 발라드다. 아이유의 보컬은 아련하고 애틋하고 몽환적이다.

이렇게 10개 트랙의 10개 스타일의 다른 아이유의 보컬은 천변만화의 정경이다. 20대의 여러 목소리를 꾹꾹 담아낸 앨범처럼도 들린다.

아이유는 "스물세 살의 아이유도, 스물다섯의 아이유도, 작년의 아이유도 아닌 지금의 저는 이제 아무 의문 없이 이 다음으로 갑니다"라고 인사했다.

뮤지션과 음악은 제 길을 단호하게 갈 때, 궁극을 향한다. 보컬 아이유도, 프로듀서 또는 싱어송라이터 아이유만큼 위력적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아이유는 아이유만의 진화로 기꺼이 30대를 맞이할 것이다. 만약 20대의 아이유가 없었다면 우리는 그녀를 창작해야 했을 것이다. '라일락'의 꽃말은 '첫사랑', '젊은 날의 추억'이다. 멋진 추억을 만들어준 20대의 아이유에게 화사한 작별 인사를. 어느 작별이 이보다 완벽할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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