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尹 대전' 여진]①이준석 '자기 과시형' 리더십에 경선버스 흔들
李-尹 갈등에다 대선주자간-지도부 내 분열까지
'감독'이 '선수'로 뛰며 '공격수 이준석'부각 지적
서울시장 선거·전대서 얻은 자신감이 독단으로
실시간 SNS 메시지 발산·감정적 대응도 리스크
국민의당과 합당 무산시 책임론·리더십 치명타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회식에 참석해 있다. 2021.06.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미영 김승민 기자 = 국민의힘 경선버스가 출발도 하기 전부터 '원팀 정신'이 흔들리며 삐걱대고 있다.
'투스톤(준스톤·윤스톤) 대전'이라 불리는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갈등에다 대선주자들 간의 충돌, 당 지도부 분열까지 야기하는 등 당이 흔들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표의 리더십이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이 대표의 리더십 위기는 취임 한 달이 채 안돼 불거졌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전국민 재난지원금 협상 과정에서 원내 지도부와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해 '불통' 논란을 빚었다. 이어 여성부 폐지에다 통일부 폐지까지 들고 나오면서 당 대표가 대선주자급 행세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대표는 나아가 '비빔밥 당근' 등의 표현을 써가며 윤 전 총장 입당을 압박하면서 그와 윤 전 총장과의 샅바싸움이 시작됐다.
양측 갈등은 윤 전 총장 입당 과정에서 '이준석 패싱' 논란, 입당 후 윤 전 총장 당 행사 참여 종용으로 조금씩 증폭되다 윤석열 캠프의 '(대표) 탄핵' 발언을 계기로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에 전화를 걸어 갈등을 봉합하려 했지만 당 안팎에서는 두 사람 간 갈등은 경선 과정에서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자기 과시형' 리더십이 당 안팎의 갈등의 근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대선은 후보가 선수로 뛰어야 하는데 감독 역할을 해야할 당 대표가 선수처럼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공격수 이준석'을 과시하고 있다는 의미다.
보수 논객인 전원책 변호사가 이 대표에 대해 "지금 당 대표는 후보들 광(光)을 내주는 일만 하면 되는데 이 대표는 자꾸 후보들 줄을 세우고 폼을 잡는다"고 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4선 중진 권영세 의원도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대선과정에서 주연은 당연히 후보들이다. 당 대표는 그저 조연으로서 대선과정의 매 상황 상황마다 주연인 후보들이 더 빛나도록 노력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과시형 리더십을 통해 자기 정치를 하려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0대 당 대표'라는 신화를 만든 이 대표가 대선 국면에서 관리자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존재감을 키워 '차차기'를 노린다는 시각이다. 존재감을 키우는 데는 대세 주자인 윤 전 총장과의 갈등만한 소재가 없어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의 도발로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현 시점에서 대선을 치르면 여당에 5%차로 지는 선거"라고 한 바 있다. 그러면서 "2030 지지를 이끌어내면 내년 대선 승리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2030세대의 지지를 받는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시켜 존재감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해석과 함께 이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 모델을 대선에도 적용시키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표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선거 승리 요인을 분석하면 답이 나온다"고 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당 대표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얻은 자신감과 정치적 판단에 대한 확신이 당의 의사 결정과정에서 독단의 형태로 나타나 '이준석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고 진단한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 대표는 굉장히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극적인 경험을 하다보니 그 경험이 현재 상황을 헤쳐 나가는 기준이 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굉장한 자신감과 확신이 있다보니 협의를 덜하고 과도하게 자기 주도적으로 끌고가게 돼 결국 갈등을 양산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지난 10년 동안 국회의원 선거는 떨어졌지만 최고위원도 하고 36세에 당 대표도 하고 하니 승승장구를 하지 않았나"라면서 "그러니 자기 자신에 대한 과신이 있고 그러다 보니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거르지 않고 하려는 성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를 아껴서 하는 얘긴데, 자기가 대단히 뛰어나고 실력이 좋아서 당 대표가 됐다고 생각하면 큰 오해"라는 전원책 변호사의 쓴소리도 결을 같이 한다.
이 대표가 메시지를 발신하는 방식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 대표로서의 공식화된 방식이 아닌 SNS를 통한 실시간 '살포'와 거칠고 감정적인 표현 등이 리스크를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당장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윤·이 갈등과 관련해 "잡음 없이 가는 게 중요한데 지금처럼 감정 대립으로 가면 곤란하다"면서 "말을 많이 하면 실수를 할 수 밖에 없으니 가급적이면 안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말을 줄이고 생각할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당 내부 뿐만 아니라 국민의당과 합당을 놓고도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국민의당이 당명 변경을 요구하게 화근이 됐지만 안철수 대표와의 구원(舊怨)인 이 대표가 합당 논의 전면에 나서면서 오히려 감정싸움만 키웠다는 시각이 많다.
안 대표가 오는 16일 합당과 관련한 최종 입장을 낼 예정이지만 국민의당 내부에선 합당 불발 이후 상황을 이미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결렬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권은희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의 오만한 태도와 국민의당을 조롱하는 발언이 나오는 것을 당원들이 지켜보며, 과연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 통합을 추구하는 세력이 아닌 것 같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했다.
결국 합당이 무산될 경우 '야권 통합 플랫폼'을 자신하던 이 대표에 책임론과 함께 리더십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