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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헬로네이처', CU와 시너지 못낸 이유는?

등록 2022.04.28 1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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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헬로네이처', CU와 시너지 못낸 이유는?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제2의 마켓컬리'로 불리며 새벽배송 시장에서 주목받았던 헬로네이처가 돌연 사업을 중단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BGF는 최근 헬로네이처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온라인 새벽배송 사업을 접고 자회사인 BGF네트웍스의 종속회사로 편입해 B2B(기업 간 거래) 사업만 하기로 했다.



헬로네이처가 사업을 접은 첫 번째 이유는 주문량이 적어 매출이 저조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새벽배송은 일반배송에 비해 공장 가동률을 높일 수 있고, 교통 체증이 없는 새벽에 배송해 더 많은 상품을 소화할 수 있다. 투자비와 장비 보수 비용이 똑같다면 물류센터를 풀로 가동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단적인 예로 일반배송만 할 경우 오후 7시면 물류센터 영업이 끝나는 반면 새벽배송은 자정 넘어 상품을 포장한 뒤 배송차로 옮길 수 있다. 공장을 3교대로 24시간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주문량이 풀가동하는 물류센터 가동률에 미치지 못하면 비용 부담은 더 커진다. 인건비만 해도 상품을 분류·포장하는 작업부터 새벽배송까지 '시간 외 수당'이 붙어 최대 2배 정도 비용이 더 들어간다.

헬로네이처의 저조한 매출은 브랜드 마케팅과도 직결된다.

헬로네이처는 동종업체 중 고객 충성도가 가장 낮았다. 지난달 MAU(월간활성이용자수)는 11만3135명으로 마켓컬리(340만8441명), 오아시스마켓(33만4424명)에 비해 훨씬 적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유통 회사들이 광고와 마케팅에 매진하는 이유는 간판이 있는 오프라인 점포와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서비스여서 지속적으로 사용자를 유입시키고 앱 사용을 습관화 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MAU가 동종 업체 중 월등하게 낮다는 것은 그만큼 마케팅에 실패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전국에 1만4000개 점포를 갖춘 편의점 CU를 계열사로 두고도 이를 제대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또 다른 유통 관계자는 "업계에선 바잉 파워가 막강한 CU가 계열사로 있어 충분히 시너지를 낼 것으로 봤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며 "왜 서로 시너지를 내지 못했는지 유통업계 관계자들까지 의아할 정도"라고 전했다.

헬로네이처 매출 총이익률이 경쟁사보다 현저히 낮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헬로네이처는 매출 대비 고정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매출 총이익률이 11.5%로 마켈컬리 25.7%에 한참 못 미친다.

매출 총이익률이 이렇게 낮다는 것은 상품 매입 가격이 판매가격에 비해 너무 높아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헬로네이처의 소극적 투자도 사업을 접은 이유로 꼽힌다.

새벽배송 시장은 사업 특성상 냉장·냉동 시스템을 보유한 전국 단위의 물류센터와 배송 시스템을 갖춰 '규모의 경제'를 이뤘을 때 비로소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쿠팡과 마켓컬리, 오아시스 등이 막대한 적자에도 수 천억원대 공격적인 투자를 꾸준히 이어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각에서는 BGF네트웍스로 흡수된 헬로네이처가 사업을 아예 접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슈퍼와 마트 등의 유통망이 없는 상황에서 신선 식자재를 B2B로 납품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야채 등 신선 식자재를 취급하는 슈퍼나 대형마트를 보유한 기업이라면 가능하겠지만 식자재 비중이 낮은 편의점만으로는 B2B 사업을 유지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500억원 투자금을 손실 처리하고 새벽배송 시장에서 깔끔하게 물러나는 게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w038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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