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퇴르 성공부터 매각까지"…최명재 이사장의 '우유' 인생
1987년 저온살균법 도입한 파스퇴르 우유 첫선
네거티브 전략 통해 파스퇴르 급성장 이끌어
민사고에 막대한 자금 투입은 부도 원인 꼽혀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민족사관고등학교 설립자인 최명재 이사장이 26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고인은 파스퇴르 유업을 창립해 저온살균 우유를 도입, 출시 1년 만에 매출을 10배 신장시킨 뒤 민족 지도자를 키우겠다는 마음으로 민사고를 설립했다. 장례는 26일 서울아산병원에서 학교장으로 치러지고, 영결식은 28일 오전 9시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 거행된다. (사진=민족사관고등학교 제공) 2022.06.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2/06/26/NISI20220626_0018960517_web.jpg?rnd=20220626205256)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민족사관고등학교 설립자인 최명재 이사장이 26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고인은 파스퇴르 유업을 창립해 저온살균 우유를 도입, 출시 1년 만에 매출을 10배 신장시킨 뒤 민족 지도자를 키우겠다는 마음으로 민사고를 설립했다. 장례는 26일 서울아산병원에서 학교장으로 치러지고, 영결식은 28일 오전 9시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 거행된다. (사진=민족사관고등학교 제공) 2022.06.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파스퇴르 유업의 창업자 최명재 민족사관고등학교 이사장이 지난 26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최 이사장은 한국에 유업계에서 처음 저온살균 공법을 도입하고 이를 통해 벌어 들인 돈 대부분을 교육 사업에 투자했다.
그는 특히 60세 나이에 파스퇴르유업을 세워 저돌적으로 사업을 키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물류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질 좋은 우유를 공급하겠다는 신념을 현실화했다.
이와 함께 평소 관심 많던 교육 사업을 펼쳐 민사고를 세워 명문고로 만든 것도 그의 업적으로 꼽힌다. 고교 평준화 흐름 속에서 민족 지도자를 키우기 위한 영재 교육을 주창하며 민사고는 2000여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다.
1987년 저온살균법 도입한 파스퇴르 우유 선보여
최 이사장이 성진목장을 운영하던 당시 일본에 여행 가서 '진짜 우유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 이에 감명해 파스퇴르 저온살균법을 연구하고 한국에 도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저온살균법은 1860년대 프랑스 출신 화학자·미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가 개발한 '파스퇴르 공법'을 뜻한다. 고품질 원유를 저온에서 살균 처리해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제거하는 공법이다.
저온살균법은 130~135℃에서 2~3초간 살균하는 초고온살균법과는 달리 63℃에서 30분간 살균하는 방식을 거치기 때문에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우유를 가공하는 데 사용하는 비용도 늘어난다.
이렇게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저온살균우유가 바로 파스퇴르 후레쉬우유다. 당시 보편화된 포장 방식인 우유팩이 아니라 플라스틱 병에 담긴 우유가 등장하자 세간의 화제가 됐다.

네거티브 전략을 통해 급격한 성장 이뤄내
파스퇴르는 우선 목장의 위생 상태부터 깐깐하게 관리한다는 점도 적극 홍보했다. 목장의 세균 수 검사는 법적으로 월 2회지만, 파스퇴르는 매일 검사를 진행해 불합격 시 납유 정지 등과 같은 패널티를 적용한다는 점을 알렸다.
법적 기준 1급 A우유(㎖당 세균 수 3만 마리 이하)보다 3.7배 깐깐한 ㎖당 세균 수 8000마리 이하의 엄격한 기준으로 원유를 관리하고 있다는 점 등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웠다.
최 이사장의 이런 전략들은 대성공을 거뒀다. 파스퇴르 우유는 유업계 후발주자였지만 제품 출시 첫 해에 최고 히트상품으로 꼽히는 등 빠른 성장을 보였다.
1994년 12월에는 주한미군에 대한 군납 자격을 획득하기도 했다. 품질 기준이 매우 까다로워 미군 주둔 지역의 현지 우유는 전 세계적으로 2개 업체만 군납할 수 있는 상황에서 파스퇴르가 3번째 자격을 획득하며 명성을 떨쳤다.
기존 업체들과의 갈등…고름우유 파동 발생하기도
서울우유,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대부분의 유업체들은 초고온 살균법을 사용해 제품을 생산했는데, 파스퇴르의 네거티브 전략이 성공을 거두자 파스퇴르를 고소하는 등 강경 대응을 폈다.
네거티브 공방전도 이어졌다. 기존 유업체들은 저온살균 공법으로 만든 우유가 고온으로 살균한 제품과 영양소 측면에서 차이가 없지만 가격이 2~3배 비싸다는 점을 알리며 파스퇴르를 겨냥했다.
1995년에는 고름우유 파동이 발생했다. 파스퇴르는 네거티브 전략의 일환으로 고온 살균을 하는 우유에 세균수가 많다는 점을 비판하며 고름우유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광고에 사용했다.
원유 품질이 좋고 세균이 적은 우유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이는 우유 자체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을 키우는 원인이 됐다. 1995년 발생한 고름우유 파동은 한국 전체 우유 소비가 급감하는 주 원인이 됐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민족사관고등학교의 설립자 최명재 전 파스퇴르유업 회장이 별세한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장례는 26일 서울아산병원에서 학교장으로 치러지고, 영결식은 28일 오전 9시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 거행된다. 2022.06.26. jhope@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2/06/26/NISI20220626_0018960400_web.jpg?rnd=20220626201920)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민족사관고등학교의 설립자 최명재 전 파스퇴르유업 회장이 별세한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장례는 26일 서울아산병원에서 학교장으로 치러지고, 영결식은 28일 오전 9시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 거행된다. 2022.06.26. jhope@newsis.com
1996년 설립한 민사고는 파스퇴르 부도의 원인
민사고 건설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으며 설립 초기 좋은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전액 장학제도를 실시했다. 최 이사장이 교육 사업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것은 파스퇴르의 부도 원인이 됐다.
민사고가 정식 출범한 1996년 이듬해에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최 이사장은 민사고 건립을 위해 사용한 채무 상환을 위해 사재를 내놓았지만 부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후 파스퇴르는 경영난에 시달렸고 2004년 7월 한국야쿠르트에 매각됐다. 2010년 10월 5일 롯데삼강(현 롯데푸드)에 경영권이 넘어가 롯데그룹 계열사로 아직 명목을 유지하고 있다.
최 이사장은 파스퇴르의 경영권을 넘긴 이후 대외 활동을 줄이고 민사고 운영에만 주력해왔다. 그가 모습을 드러낸 마지막 행사는 2016년 민사고 설립 20주년 행사로 알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oj10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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