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쓰는 강동원, 감독 아닌 프로듀서의 사명감
'브로커' 프로듀싱 적극적으로 참여
"신인감독과 작업, 신선한 아이디어 돋보여"
시리즈물 시나리오도 작업…"배우는 평생하는 직업"
강동원
[부산=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강동원(41)은 그저 연기만 하지 않는다. 시나리오를 쓰고, 아이디어를 내고 함께 영화 만드는 작업을 즐긴다.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2022)는 처음으로 프로듀서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한 작품이다. 제27회 칸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성과를 보여 의미가 남다르다. 보통 배우들이 연출에 관심을 가지곤 하는데, 감독까지 욕심내기 보다 신인감독·작가와 함께 새로운 캐릭터를 발굴하는 데 흥미를 느끼는 듯 보였다. '신인감독 시나리오는 강동원에게 다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강동원은 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9회 부산영화제(BIFF) 토크 프로그램 액터스하우스에서 "브로커는 처음에 아무것도 없을 때부터 시작한 작품"이라며 "프로덕션을 시작한지 7년 정도 됐는데, 작년부터 적극적으로 하고 있고 결실을 맺는 것 같다. 브로커는 첫 작품이었는데 결과도 나쁘지 않아서 보람있다. 앞으로도 배우로서 뿐만 아니라 (프로듀서로서) 더 많은 일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에 시놉시스 한 두장 짜리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눈 게 벌써 7년 전이다. 그때부터 '동수'(강동원)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보육원에서 자란 분들의 마음을 관객들에게 최대한 고스란히 전달하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우울하다 등 어떤 선입견, 편견없이 내가 만난 분들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다. '두근두근 내인생'(감독 이재용·2014) 때 본격적으로 아버지 역을 한 게 처음이었는데, 아이와 감정을 주고 받는 게 힘들었다. 아이를 가져본 적이 없어서 감정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았다. 브로커에선 나이가 들다 보니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
프로듀서 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 연출하고 싶은 욕심도 나지 않을까. 배우 이정재(50)는 연출 데뷔작 '헌트'(2022)에서 감독 역량을 뽐내기도 했다. 강동원은 "연기하면서 오는 스트레스도 많은데 감독까지 하는 건 자신이 없다. 주변에서 동료들이 가끔 감독도 하는데, 그분들이 잘 찍는데 굳이 내가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연출하면 2~3년씩 매달려야 하고, 난 연기자로서 할 게 아직 많다. 프로듀싱은 여러 작품을 한 꺼 번에 돌릴 수 있다. 연출은 너무 힘들어서 감독님을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도 한다"고 설명했다.
강동원은 거장뿐만 아니라 신인감독과 작업도 많이 하는 편이다. '검은사제들'(2015) 장재현 감독을 비롯해 '검사외전'(2016) 이일형, '골든슬럼버'(2018) 노동석, '가려진 시간'(2016) 엄태화 감독 등이다. 개봉을 앞둔 '빙의' 김성식, 최근 촬영에 들어간 '엑시던트' 이요섭 역시 신인감독이다. '강동원이 선택한 감독은 잘 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인데, "좀 더 빨리 잘 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신인 감독들은 신선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작품 고를 때 안 그런 경우도 있지만, 90% 이상은 시나리오만 보고 판단한다. 성격이 새로운 걸 하는 걸 좋아한다. 약간의 사명감도 있다. 선배들이 잘 끌어와 줘서 우리 세대는 '더 잘 해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형 만한 아우 없다지만, 더 잘하고 싶다. 물론 신인 감독님과 작업하는 게 늘 쉽지만은 않지만, 가치있는 일이다. 신인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너무 많이 보내기도 한다.(웃음)"
작품 흥행 성적도 좋은 편이다. 투자배급사에서 작품 고르는 기준을 궁금해한다며 "가끔 흥행이 안될 때도 있지만, 타율이 좋은 편이라서 '어떻게 시나리오를 읽느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제일 먼저 구조를 본다. 기승전결이 좋거나, 새로운 구조를 만든 시나리오를 고르고 그 다음에 디테일을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칸=AP/뉴시스] 배우 송강호(가운데)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영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된 후 고레에다 히로카즈(왼쪽) 감독과 강동원의 축하를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2022.05.29.
강동원은 이명세 감독과 '형사 Duelist'(2005) 'M'(2007)을 작업하며 영화의 매력에 푹 빠졌다. '모두가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했을 때 마법이 일어난다'는 즐거움도 알게 해줬다. "이 감독은 배우로서 기본 자세와 영화의 즐거움을 알려줬다. 영화의 아버지 같은 분"이라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지금까지도 나의 영화를 작업하는 기준이다. 연기 수업을 3년 정도 받고 데뷔했는데, 작품을 준비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안 가르쳐주지 않느냐. 형사는 5개월간 일주일에 5~6일씩 훈련하고 촬영에 들어갔다. 하루에 윗몸 일으키기 1000개씩 하고 훈련했는데, 지금까지도 습관처럼 남아있다. '군도'(감독 윤종빈·2014) 때도 '목검 1000번을 휘두르고 훈련을 시작한다'는 기준을 혼자 정했고, 모든 캐릭터를 같은 기준으로 준비하고 있다."
연기 인생에서 영화 '전우치'(감독 최동훈·2009)도 빼놓을 수 없다. 최 감독은 시나리오 쓸 때부터 강동원을 염두에 뒀다며 '전우치는 강동원을 위한 영화'라고 밝혔다. "전우치 촬영 당시 아직 신인이라서 대작을 끌고 나가는 스트레스와 중압감이 있었다. 물론 연기할 때는 재미있게 했다"면서도 "준비를 엄청 했다. 캐릭터 제스처도 많이 연구해 만들고, 슬랩스틱도 가미하고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려고 했다. 개구진 모습을 잘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전우치가 '아바타1'과 같이 개봉해 아쉬웠지만, '전우치2'를 꼭 만들고 싶다"며 "전우치가 너무 나이 들면 이상하지 않느냐. 빠른 시일 내 전우치2를 만들고 싶다"고 바랐다.
강동원은 영화 한 우물만 파고있다. 2004년 드라마 '매직' 이후 안방극장에선 볼 수 없어 아쉬워하는 시청자들도 많다. 요즘은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등장하면서 영화와 드라마 경계가 많이 사라진 상태다. "영화만 고집하는 건 아니"라며 "검사외전 촬영할 때쯤 해외 자본이 너무 많이 들어오기 전에 'OTT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때는 아무도 안 듣더라. 너무 빨랐던 것 같다"고 짚었다. "영화 편집본을 붙여 놓으면 4~5시간 나올 때도 있어서 '2시간 틀 안에서 벗어나 보자'고도 했다"며 "4~5시간 짜리 영화를 만들고, 한 번에 보기 힘드니 끊어서 보는 게 시리즈니까. 지금도 열려 있고, 작업한 시나리오 중 시리즈로 생각해 써 놓은 것도 있다"고 했다.
"배우가 평생하는 직업이었으면 했다. 특이한 직업이지만, 특별한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평생 이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다. '내가 진짜 배우라는 직장에 다니고 있구나'라는 게 점점 익숙해졌다. 내 삶의 일부를 영화로 만들고 싶지는 않냐고? 해외생활 하면서 경험한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풀 만한 요소가 있다. 두 개를 합쳐서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다. 제목은 뭐라고 해야 할까....'고생'(웃음). 가끔 시놉시스를 쓰는데, 대부분 내가 관심있는 분야에서 영감을 받는다. 세계관을 만들고 기승전결 구조 정도를 짜고 작가들과 이야기하고 시나리오를 발전시킨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디를 떠올리는 건 이미 경험해봐서 재미없다. 내가 경험하지 않은 걸 만드는 게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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